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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문 뜯어보기]'증거효력 인정'에 집중하는 검찰, 항소심 향배는⑦흔치않은 모든 혐의 '무죄', 법조계 "단순 법리변경으론 뒤집기 어려워"

이상원 기자공개 2024-03-05 07:30:50

[편집자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재판에서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됐다. 덕분에 삼성은 '국정 농단' 사태부터 7년여간 이어졌던 총수의 사법 리스크를 당장은 벗어나게 됐다. 비록 검찰이 항소를 했으나 재판부가 19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준만큼 2심 선고의 변동성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가 삼성의 손을 완전히 들어준 까닭이 무엇인지도 관심을 끈다. 더벨이 입수한 해당 판결문에는 합병 과정에서 이 회장과 삼성의 어떠한 위법행위도 없었다는 재판부의 메시지가 명확히 담겨 있었다. 1589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판결문을 뜯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재판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선고 공판을 앞두고 유무죄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 가운데 이재용 회장에게 적어도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총 19개의 혐의와 피고인 모두 무죄라는 선고 결과가 나왔다.

검찰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1심 재판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실상 대법원까지 끌고 가 판세를 뒤집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의 효력을 인정받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조계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 없이는 1심 판결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대다수다.

◇법원, 압수수색한 증거 '불인정'…다시 판단받겠다는 검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재판부가 앞서 5일 무죄를 선고하자 서울중앙지검은 사흘 뒤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으로서는 당장의 고비를 넘겼지만 사법 리스크의 불씨가 여전히 남게 된 셈이다.

검찰은 항소장 제출 이유로 '사실오인', '법리 오해'를 제시했다.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와 경영권 강화 목적만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회계 부정,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증거 판단, 사실인정, 법리 판단에 관해 검찰은 1심의 판결과 큰 견해 차이를 보인다.

앞선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승계 목적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이와 반대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특히 제출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이유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점을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 받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 사안들이다.

앞서 2019년 5월 검찰은 로직스의 18TB 백업 서버, 에피스의 NAS 서버 등에 압수수색을 진행해 관련 증거를 대거 확보했다. 은닉된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유관 증거만 선별해 압수해야 한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이 혐의 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와 함께 장충기 전 사장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문자메시지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혐의와 관련 없는 사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에서였다. 해당 증거 역시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범죄 혐의와 관련성 없는 정보의 폐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게 1심 재판부의 판단 근거다.

2024년 2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이재용 회장이 출석하고 있다.

◇유죄 확률 통상 95~99%, 항소심서 결정적 추가 증거 변수

법조계에서는 이번 1심 판결을 두고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모든 혐의와 모든 피고인이 무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정 공방이 치열한 재판에서 흔치 않은 결과라는 점은 분명하다. 검찰이 기소했을 때 무죄 확률은 통상적으로 1~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확율이 95~99%에 달한다는 의미다.

법조계 관계자는 "모든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받는 확률은 통계적으로 봤을 때 절대 흔하지 않다"며 "항소심에서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한다면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단순히 법리 변경만으로는 결과를 바꾸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애초에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비롯됐다는 점을 주목한다. 정치적인 이슈였던 만큼 이번 판결 과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범죄 혐의가 있어서 기소된 것도, 그렇다고 범죄 혐의가 없어서 무죄를 받은 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두고 과거부터 무리한 부분이 많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정치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1심 재판 결과도 예외라고 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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