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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성과급 이연 파장]리스크 유도한 증권사, 실익 얻는 것도 증권사③거액 인센티브, PF 인력 당근책...이연지급되면 재무적 버퍼 생겨, 이직시 이연성과급 포기

양정우 기자공개 2024-03-11 07:48:52

[편집자주]

증권사 IB 파트에서 성과급 이연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발단은 대규모 성과급의 일회성 지급을 일삼았던 몇몇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의 일탈이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엄격한 제재 의지를 밝히자 증권사마다 1억원 미만 인센티브까지 이연을 일괄 적용하는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추가적 리스크가 없는 수수료 기반의 전통 IB 부서에서 비교적 적은 성과급을 받아온 인력에게는 날벼락인 셈이다. 더벨은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IB 성과급 이연 논란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에서 너도나도 한탕주의에 매몰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연 증권사마다 거액의 성과급이라는 당근책을 마련한 결과다. 여기에 일시 지급이라는 위법 행위를 감행하면서 IB 인력의 일탈을 부추긴 하우스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과도한 위험 추구를 막고자 성과급 이연 제도의 적용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실속을 챙긴 것도 바로 증권사다. 모든 IB 파트의 전 구간에 걸친 인센티브를 매년 분할 지급하는 재무적 버퍼를 얻은 건 물론 실무진의 퇴직시 이연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실익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적 고수익' 부추긴 증권사…성과급 제도 정비 후 '실속 주체'

금융 당국은 지난해 말을 전후해 증권업계의 위법한 성과보수 지급 관행을 점검한 결과 위반 사례를 줄줄이 확보했다. 이연 지급 대상자에 해당하는 부동산 PF 임직원에게 대규모 성과급의 전액을 일시에 지급한 증권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 증권사는 상당수 직원(이연 지급 대상 직원의 18%)에게 성과급 13억원을 전액 일시에 지급했다. B 증권사는 계약직 부동산 PF 담당 직원(이연 지급 대상 직원의 43%)에 대해 인센티브 20억원을 즉시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거액의 성과급을 단번에 거머쥘 수 있었기에 눈앞의 이익만 쫓는 부동산 PF 부서가 즐비했다.

결국 금융 당국이 불법적인 성과급 지급 관행에 엄정히 대응한다는 엄포를 놓은 건 무엇보다 증권사가 부동산 PF 사업에 공격적으로 접근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실적이 큰 폭으로 확대되는 데 기여도가 절대적이었던 건 PF 주관이 아닌 직접 대출이기도 하다.

직접 대출은 익스포저를 남기지만 별도의 기관을 매칭하는 수고없이 곧바로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지출에 대한 내부 승인만 얻으면 곧바로 PF 1건이 마무리되는 방식이다. 근래 들어 증권사의 실적 잔치 때마다 부동산 PF 수익의 기여도가 컸고 그 중심부엔 지난해 4분기 충당금으로 돌아온 직접 대출이 자리잡고 있었던 셈이다.

한 IB 본부장은 "최근 증권사 내부에서는 PF 주관과 직접 대출 수익의 성과급 체계가 동일했던 게 문제였다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며 "특정 증권사만 사후적 리스크를 남기는 직접 대출의 성과급을 제한했지만 대다수 하우스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격으로 직접 대출 수익에 거액의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일침에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을 필두로 증권사마다 IB 부서의 성과급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당국측에서 1억원 미만 성과급에 대한 언급도 내놓은 터라 금액의 모든 구간에 걸쳐 예외없이 이연 지급하는 방안을 확정해 나가고 있다. 다만 이런 제도 조정으로 가장 이득을 얻는 건 단연 인건비를 이연해 지급할 수 있는 증권사다.

IB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익스포저를 공격적으로 늘리도록 유도한 게 사측인데 결과적으로 제도 정비 후 실익을 거두는 주체"라며 "기업공개(IPO)와 커버리지 파트에서 1억원 미만의 성과급을 받아왔던 대다수 실무진은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퇴직자 이연 성과급 청구 '글쎄'…격무 연속 IB 파트, 업무 매력 '뚝뚝'

새로운 성과급 이연 방침으로 증권사가 확보하는 이익은 인센티브를 분할해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IB 임직원이 퇴직할 경우 그간 이연시킨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역으로 보면 실무 일선의 IB 인력 입장에서는 이직시 고민해야 할 대목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재직자에게만 이연 성과급을 지급하며 당사자가 퇴직하는 경우엔 이연된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퇴직자가 재직자에게만 이연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받지 못한 인센티브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판례의 경우 퇴직자와 금융사의 손을 각각 들어준 사례가 혼재돼있다. 하지만 다수의 하급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22. 10. 12. 선고 등)은 성과급 미지급이 적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것을 임금 지급의 조건으로 부가하는 게 일반적으로 금지되는 규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시(대법원 2013. 12. 18. 선고)가 뒷받침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퇴직자의 이연된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3. 28. 선고)도 나오고 있다. 근로자가 퇴직한 이후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아 이연 성과급을 중단해야 할 특별할 사정이 없음에도 예외인 지급 중단을 결정한 게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개별 판례마다 근로계약서, 퇴직 이유 등 모든 사정이 각양각색이기에 사례별 법리를 획일화하는 건 성급한 결론이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일단 재직자에게 한정해 이연 성과급을 지급하는 규정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경우 이런 재직 요건의 유효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 가운데 이직에 나서려는 IB 인력이 이연 성과급을 받고자 소송을 염두에 두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증권사의 IB 실무자는 "앞으로 다른 증권사로 이직할 때 이연 성과급은 매몰 비용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며 "개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건 부담이 막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IB 파트에서는 격무가 일상"이라며 "그래도 인센티브가 있다는 게 다른 부서와 비교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었는데 업무의 매력이 크게 저하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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