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지분구조 트래킹]갈등 이전부터 시작한 금호석화 지배구조 고도화⑤2세 경영인 4인, 최대주주 나란히 등재…사외이사진 보강·이사회의장 분리
김동현 기자공개 2024-03-15 09:55:49
[편집자주]
오너가 경영권 분쟁의 단골 키워드는 지분율이다. 그룹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기업의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오너 경영인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지분 경쟁은 회사 의사결정의 종착지인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영향을 미치며 수적 우위 싸움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더벨이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된 주요 회사의 오너가 지분구조를 되짚으며 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두고 현 오너 경영진 박찬구 명예회장·박준경 사장과 박 명예회장의 조카 박철완 전 상무 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2007년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선 박 전 상무가 지분율을 바탕으로 경영권 개입을 위해 지배구조 독립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이에 금호석유화학은 계열분리 이후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고도화하며 맞서고 있다. 사외이사 수를 꾸준히 확대하고 그동안 대표이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던 관례를 깨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편을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올해도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을 대리인 삼아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끌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앞세워 적극적인 방어·반박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누구 하나 앞서지 않았던 최대주주 지분율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계열분리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오너 경영진의 지분율은 대동소이했다. 1999년 박성용 그룹 명예회장과 그의 동생 박정구 회장이 동일하게 지분 5.21%씩을 보유했으며 나머지 동생들인 박삼구 대표(당시 아시아나항공 사장)·박찬구 대표(당시 금호석유화학 사장)도 각각 5.13%의 지분율을 유지했다.
당시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었던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지분도 30% 넘게 갖고 있어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에 외환위기(IMF) 파고를 넘던 시절,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보유한 형제 경영인은 인수합병(M&A) 방어와 경영권 안정을 목표로 뭉쳤다.
2세 형제 경영진의 지분율 균형이 깨진 시점은 박철완 전 상무의 부친 박정구 회장이 타계하면서 발생했다. 2003년 박 전 상무는 박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고 장내에서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며 지분율을 5.77%로 높여, 박성용 회장(3.11%)을 제치고 최대주주 자리에 앉았다. 박 전 상무는 지속해서 지분을 매입하며 10.01% 수준까지 지분율을 높이긴 했지만 2005년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박재영씨가 부친의 지분을 상속받으며 2년 동안 박 전 상무와 박씨가 공동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잇따른 M&A를 놓고 박삼구·박찬구 회장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고 M&A 후유증으로 그룹이 흔들리며 박찬구 회장은 2010년 금호석유화학그룹(2015년 정식 분리)을 들고나왔다. 이 시기 박삼구 회장,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박삼구 회장 장남), 박재영씨 등은 보유하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정리했지만 박철완 전 상무만이 지분을 팔지 않고 버티며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 해외고무영업 담당 미등기임원이던 박 전 상무는 2021년 1월 박찬구 회장과의 특수관계 해소를 선언하며 자신의 경영권 확보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박 전 상무의 모친 김형일씨와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누나들(박은형·박은경·박은혜씨)이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해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박 전 상무 측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약 9.8% 수준으로 파악되며 박찬구 회장 측 지분율(임원 제외)은 14.31%로 추산된다. 개인 최대주주는 지분율 8.23%의 박 전 상무이긴 하나 박찬구 회장과 그의 아들 박준경 사장도 6~7% 정도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 강화 신호탄 쏜 계열분리
지배구조 측면에서 박 전 상무가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 상실이다. 박찬구 명예회장이 2021년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당시 이사회가 박 회장 측 인사로 채워져 독립성을 상실하며 일반주주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다. 박 전 상무를 대리하는 차파트너스는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넣은 상태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 이사회 구성원이 전원 바뀌었고 따라서 해당 신임 이사진들이 박 명예회장을 추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이사회 내 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으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은 박 명예회장 중심 체제로 다시 꾸려진 2010년부터 꾸준히 이사회·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세 경영진이 지분을 나눠 갖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박성용·박정구·박삼구·박찬구 등 4형제가 사내이사나 기타비상무이사로 모두 이름을 올려 이사회를 운영했다. 당시 사외이사 수는 많아야 3명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2000년대 후반 들어 사외이사 수가 4명까지 확대됐고 2010년 경영 분리 이후에는 그 수가 5명으로 늘었다. 물론 박 명예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수가 2명으로 줄어들 때는 이에 맞춰 사외이사가 3~4명으로 줄긴 했으나 2018년 6명, 2019년 7명 등으로 사외이사를 차례로 늘린 뒤에는 한번도 그 규모를 줄인 적이 없다.
2021년에는 박 명예회장이 등기임원 자리에서 내려오며 사내이사진을 전문경영인 3인으로 꾸렸다. 이듬해 오너 3세인 박준경 사장이 사내이사로 진입했을 때는 이사회 의장 자리를 사외이사에게 넘겼다. 그동안 금호석유화학의 이사회 의장은 그룹 회장인 박찬구 명예회장이나 대표이사(백종훈 사장)가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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