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로, '채권단 진땀 협상' 끝 태화그룹 품으로 주총서 컨소 핵심 인력 임원 선임…채권단, 마지막 협상일에도 700억 이상 요구
남준우 기자공개 2024-04-02 08:05:19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10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 시장 매물로 출회했던 카프로가 채권단과 인수자 간의 오랜 협상 끝에 태화그룹이 주도하는 티엠씨(TMC) 컨소시엄 품에 안겼다. 정기주주총회에서 컨소시엄의 핵심 인력들이 카프로 임원진으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딜이 종료됐다.채권단과 컨소시엄은 정기주주총회 전날 진행된 마지막 협상일까지 의견차를 보였다. 카프로의 부동산을 포기할 수 없었던 채권단이 끝까지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 다행히 컨소시엄 외에는 회사를 살릴 다른 방도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며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카프로는 지난 달 29일 제5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NH투자증권 PE본부와 오퍼스PE, 태화그룹의 핵심 인력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이 선임되면서 이번 딜은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정기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카프로는 티엠씨 컨소시엄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 대표자인 티엠씨와 컨소시엄 참가자인 그린테크시스템, 엔에이치오퍼스 제3호 기업재무안정 기관전용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참여했다. 각각 120억원, 320억원, 260억원 등 총 700억원을 출자했다.
태화그룹 인사로는 최연지 케일럼 대표가 들어온다. 최원호 태화그룹 회장의 장녀로 케일럼을 통해 전기차 충전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서는 PE본부 소속 정성일 부장이, 오퍼스PE에서는 투자1본부 소속 홍준화 상무가 임원으로 합류한다.
채권단과 컨소시엄 간의 협의가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다는 전언이다. 채권단 측에서 신주 인수가격을 지난 28일 마지막 협상 때까지 700억원보다 훨씬 높게 불렀다는 후문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부동산 청산가치에 대한 눈높이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프로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울산 본사 공장 부지 등은 대체원가 합계만 최소 36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최소 40% 이상의 회수율을 가져가기 위해, 이를 근거로 높은 가격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티엠씨 컨소시엄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토지 정화 작업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700억원도 낮은 가격이 아니었다.
환경부의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유독 물질을 취급하는 화학 공장 부지는 부동산 매각 전에 토지 정화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비용이 제곱미터당 최소 20만원 이상은 나온다. 카프로 부지 규모를 고려하면 최소 600억~700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결국 티엠씨 컨소시엄을 새로운 주인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화학업계의 전반적인 부진 탓에 앞서 두 번의 예비 입찰에서 티엠씨 컨소시엄 외에는 마땅한 인수자가 없었다. 인수 불발 시 회사 청산으로 직행하기에 다른 방도가 없었던 셈이다.
2차전지 기업인 케일럼이 대주주로 들어선 만큼 카프로의 생산품도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카프로는 정부에서 나일론의 원재료인 카프로락탐의 생산·공급을 위해 설립한 국영기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자본 잠식에 빠졌다.
향후 수소와 황산 등을 주력으로 키울 예정이다. 황산은 전구체의 핵심 원료로 2차전지 기업에 납품할 수 있다. 친환경플라스틱의 원료로 쓰이는 아논도 카프로의 주력 제품이 될 수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채권단과 마지막까지 협의 과정에서 의견차가 있었다"라며 "다만 티엠씨 컨소시엄 외에 다른 선택지가 전혀 없었고, 회사에 남아있는 직원과 부지 등을 고려해서 채권단 측에서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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