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주총 돋보기]이오테크닉스, 디아이티 대상 특허침해 소송 예고성규동 회장 '레이저 어닐링 기술' 강수
조영갑 기자공개 2024-04-02 08:50:51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반도체 레이저 공정장비 톱티어 기업 중 하나인 '이오테크닉스'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전문기업 '디아이티'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예고했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회장이 주주들을 대상으로 직접 소송을 공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디아이티가 SK하이닉스와 손잡고 개발한 '레이저 어닐링(Laser Annealing)'이 자사의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는 게 골자다.1일 업계와 이오테크닉스 주주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3월 28일 이오테크닉스 본사에서 진행된 주총에서 성 회장은 주주들과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디아이티의 레이저 어닐링이 이오테크닉스의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디아이티를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성 회장은 이오테크닉스의 창업주다. 다만 성 회장은 소송 시기에 대해서는 "당장은 아니지만 반드시 할 것이고, 100% 승소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오너가 주주들을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공언한 만큼 이오테크닉스는 법무팀, 특허법인 등과 실무 협업을 진행하고 디아이티를 대상으로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디아이티에 일정 부분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성 회장의 발언이 시장에 알려진 직후 디아이티의 주가는 바로 반응했다. 28일 2만850원의 종가를 기록한 디아이티의 주가는 다음날 매도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1만8900원으로 마쳤다. 디아이티가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개발한 전략장비 레이저 어닐링의 판로가 막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오테크닉스는 28일 종가 19만1900원에서 29일 개장과 동시에 매수가 몰리며 20만8500원(종가기준)을 기록했다. 디아이티가 빠진 비율이 고스란히 이오테크닉스에 몰린 모양새였다.
이오테크닉스가 특허소송을 공언한 장비는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개화와 맞물려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 레이저 어닐링 장비다. 레이저 어닐링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의 급속어닐링(RTA) 대비 뒤틀림 등 불량을 개선한 공정이다. 텅스텐 할로겐 램프를 활용한 RTA 방식이 현재 어닐링의 주류 공법인데, RTA는 결정적으로 웨이퍼 중앙 부분과 가장자리의 가열 온도가 달라 웨이퍼가 뒤틀리거나 단층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웨이퍼 결함부에 국소적으로 레이저를 조사해 열처리하는 레이너 어닐링 방식은 RTA의 문제점을 개선한 공정이다. 레이저 조사 방식이기 때문에 열로 인한 불량 문제에서 자유롭다. AI 관련 고사양 HBM 반도체 공정이 활발해 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레이저 어닐링 공정을 도입했다. 열로 인한 뒤틀림(워피지)을 방지하는 데 핵심적인 장비다. 수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눈에 띄는 점은 양사의 고객사 협력 구조다. 이오테크닉스는 자체 특허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와 레이저 어닐링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고, 디아이티는 SK하이닉스와 공동 개발 형식으로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에 HBM 선단 공정용 레이저 어닐링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오테크닉스가 2020년부터 삼성전자 D램 1z(15나노급) 양산 공정에 레이저 어닐링 시스템을 공급한 이력으로 봤을 때, 개발과 양산공급 이력에서 앞서 있다. 시장 일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리전 성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성규동 회장이 소송의 근거로 삼는 특허는 이오테크닉스가 2013년 특허를 출원한 '레이저 어닐링 장치 및 레이저 어닐링 방법'으로 보인다. 이오테크닉스는 해당 특허에서 △레이저광을 조사해 어닐링 공정을 수행하는 레이저 발진기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온도 측정 유닛 △레이저 발진기로부터 출사되는 레이저광의 출력을 조절하는 제어부 등을 핵심 발명장치의 범주로 넣었다. 이오테크닉스는 디아이티의 신규 레이저 어닐링이 자사의 IP를 침해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 소송전에 돌입하면, 디아이티와 HBM 레이저 어닐링 기술개발 협력을 진행한 SK하이닉스의 입장도 난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소부장 밴더사들을 중심으로 2017년부터 기술혁신기업을 선정해 기술 공동개발을 진행했다. 개발 기술을 지원하는 대신 일정 기간 자체 밸류체인 안에 두기 위한 목적이다. 디아이티는 2022년 6기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돼 R&D, 컨설팅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았다.
이오테크닉스가 디아이티의 레이저 어닐링에 특허침해 소송을 건다면, 장비를 공동으로 개발한 SK하이닉스까지 저격하는 모양새가 된다. 특허법원이 손을 들어준다면 4~5년 간 개발한 장비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판매중단 명령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오테크닉스가 레이저 마킹(Laser marking) 솔루션을 SK하이닉스에 넣고 있기 때문에 판로에도 영향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강골'로 소문난 성 회장이 단순하게 엄포를 놓은 것은 아닐 거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HBM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장기적으로 레이저 어닐링 장비 시장의 성장성이 월등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디아이티는 어닐링 장비를 약 150억원에 납품하고 있다. 승소의 추억도 있다. 레이저 외길을 걸어온 이오테크닉스는 과거 일본 경쟁사의 특허침해 경고를 받고, 3년 간의 소송을 통해 특허무효를 받아 낸 이력이 있다.
이에 대해 디아이티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디아이티 관계자는 "(해당 발언에 대해 전해듣기는 했지만) 진위나 사실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된 바가 없고, 아직 소송전에 돌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리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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