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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의 '이유 있는' 자부심 [thebell note]

김위수 기자공개 2024-04-08 09:36:05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 조석래 명예회장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효성그룹의 퇴임 임원은 고인에 대해 "효성그룹이 지금처럼 클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지금의 효성그룹을 만들어 낸 조 명예회장 밑에서 일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지금껏 들었던 추모사 중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조현준 체제'가 안착한 이후 효성그룹 취재를 시작한 지라 조 명예회장에 대한 관심이 크지는 않았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구세대 경영인 정도로 인식됐다. 장례기간 내내 고인에 대한 각계각층 인물들의 기억을 함께 짚어보자니 효성그룹이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기술을 중시한 경영자로서의 조 명예회장의 면모가 집중적으로 조명받았다. 공대 교수를 지망했던 조 명예회장은 강력한 집념으로 '기술의 효성'을 세웠다. 특히 자력으로 개발에 성공한 스판덱스는 13년 넘게 전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2000년대 초 국내 섬유업계가 줄줄이 무너졌지만 차별화된 품질과 기술력에 집중한 효성그룹은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스판덱스와 더불어 타이어코드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1위다. 송배전설비 및 금융 자동화기기도 세계 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3년 전 쯤 효성그룹의 한 관계자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제품들이 몇 개 있는 편"이라고 말했던 일이 문득 떠오른다. 당시에만 해도 흔한 회사 자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이라면 진심 어린 자부심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다. '효성그룹이 지금처럼 클 수 있었던 이유'인 조 명예회장이 만들어낸 자부심이었을 테다.

이쯤 되니 장남인 조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그간 효성그룹의 회장으로 역할을 해왔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동생마저 독립을 앞둔 이제부터는 온전한 혼자다.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제품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 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 사업 발굴에도 매진해야 한다.

조 회장 역시 해답을 기술력에서 찾고 있는 모습이다. 일례로 효성그룹은 화이트 바이오 산업의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고 최근 밝혔다. 미국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서다. 효성티앤씨는 이 사업을 위해 최대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조 명예회장과 방법은 다르지만 '기술 중심'이라는 큰 방향은 같다.

조 회장은 고인을 떠나보내며 "효성을 더욱 단단하고 튼튼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의 조 회장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다짐을 마음에 새긴 채 경영에 임한다면 훗날 조 회장도 효성그룹의 자부심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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