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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펀드 열전]메가펀드 옛 영광 한투네비게이터 '리부트'운용역 교체·수익률 하락 부침…2020년 이후 안정화

윤기쁨 기자공개 2024-04-16 15:11:37

[편집자주]

최근 수년간 직접 투자와 ETF를 필두로 한 패시브 상품들이 개인들의 투자 트렌드로 고착화되면서 공모 액티브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의 꽃'이라 불리는 이들 액티브 펀드는 포기할 수 없는 한 축이기도 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장기적인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 운용사의 얼굴이자 대표 상품의 면면을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0: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을 대표하는 액티브 공모펀드를 꼽으라면 단연 '한국투자네비게이터'가 떠오른다. 2005년 12월 ‘한국부자아빠성장’으로 출발한 이 펀드는 미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다 2007년 5월 사내 공모를 통해 "투자의 길을 찾아준다"는 현재 이름으로 개명 후 승승장구했다.

이 펀드는 새출발 이후 불과 수년만에 1조원이 넘는 공룡펀드로 부상했다. 한때 6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간판 펀드로 발돋움했다. 설정후 약 10년간 펀드를 담당한 책임운용역은 여의도 증권가를 대표하는 최고 스타매니저로 등극했고 그들의 투자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였다.

그러나 스타매니저의 잦은 교체와 시장 침체가 맞물리면서 내리막길을 걷는다. 수차례 책임운용역이 바뀌면서 규모는 10배 급감하고 수익률도 부침을 이어갔다. 꾸준한 쇄신 작업을 거친 끝에 현재 김효찬 펀드매니저가 3년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주식형 대표 펀드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실주의자 ‘ISTJ’, 탄탄한 우량 성장주로 장기투자

‘한국투자네비게이터’는 성격유형 지표인 MBTI로 구분하면 ISTJ에 가깝다. 현실주의자로 대표되는 이 유형은 체계적이고 신중한 성격이다. 논리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며 현실에 기반한 사고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안정감과 꾸준함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싫어한다.

이 펀드도 금리·환율·유가·정책 등 외생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량 성장주를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것을 운용 원칙으로 한다. 매크로나 시장 전망, 트렌드보다는 기업 펀더멘털(체력)에 주목한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기 위해 연평균 복리수익률, 정보비율(IR) 등을 꼼꼼히 살핀다.

대표 특징은 △종목 전환이 많거나 구성이 다양하지 않고(I·내향형) △변동성이 크지 않은 대형주 비중이 비교적 높고(S·감각형) △비교지수를 추종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아웃퍼폼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T·사고형) △저평가된 우량 성장주에 장기투자(J·계획형)로 한다. 경기 방향성에 따라 베팅하거나 단기 테마주·수혜주를 매수하는 것은 지양한다.


매매회전율은 연간 기준 50~80%으로 낮은 편이다. 매매회전율은 주식 거래대금을 운용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자산을 자주 사고팔수록 높다. 수익률과 직결되진 않지만 회전율이 낮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달초 기준 연환산 매매회전율은 78.3% 수준으로 △2021년 47.5% △2022년 59.9% △2023년 80.8% 등 일정 수준을 넘기지 않고 있다. 종목별 주가 흐름에 따라 매매를 반복해서 수익을 낸다거나 목표주가를 달성한다고 매도하는 행위를 지양한다. 우량한 기업들의 꾸준한 성장을 바탕으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추구한다.


업종을 대표하는 우량 성장주를 포트폴리오로 하는 만큼 보유 종목은 중대형주가 많다. 삼성전자(21.96%), SK하이닉스(7.71%), LG에너지솔루션(4.02%), 삼성바이오로직스(2.76%)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비중이 월등히 많은 이유는 변동성과 리스크를 낮추기 위함이다.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유사하다. 성장주의 미래 잠재적인 수익을 원하지만 주가 변동성을 회피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펀드다.

다만 시가총액만을 주요 기준으로 삼진 않는다. 대형주가 아니더라도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소기업들도 적극 고려한다. IT(정보기술) 소부장, 음식료, 의료기기, 소비자서비스 섹터 종목도 보유하고 있다.

◇스타매니저 이탈과 함께 무너진 아성…1조→1000억 급감

18년 운용 기간 동안 박현준 전 코어운용본부장, 민상균 전 주식운용본부 팀장, 이상민 전 주식운용본부 부장, 이용범 전 주식운용본부 부장 등 4번의 책임운용역 교체가 있었다. 2020년부터는 김효찬 주식운용2부 수석매니저가 운용을 맡고 있다.

박현준 전 본부장은 ‘한국투자네비게이터’를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이끌면서 공룡펀드로 만든 주역이다. 국내에서 10년 이상 펀드매니저가 바뀌지 않고 일관된 운용 원칙에 따라 운용해온 펀드는 손에 꼽힌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스타매니저로 거듭났다.

1974년생인 그는 네비게이터 펀드로 부장대우에서 상무보로 두 단계 고속 승진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최연소 임원이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15년 ‘한국투자네비게이터’에 주력하기 위해 기존 주식운용본부에서 코어운용부문을 분리하고 그를 부문장으로 임명했다. 이듬해 본부로 승격, 승진하면서 본부장(상무)으로 선임됐다.

높은 성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시장 자금을 빨아들였다. 2009년 펀드 수익률이 59.15%로 정점을 찍으면서 2010년 말 설정액은 1조원(수익률 25.72%)까지 급증했다. 2006년 초까지 400억원대에 머물렀지만 6년뒤인 2012년 1조400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으며 초대형 펀드로 위용을 떨쳤다. 2014년까지 1조원대 규모와 20%대 전후 수익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박현준 전 본부장이 2017년 독립을 선언하고 일반사모운용사인 씨앗자산운용을 설립하면서 한투네비게이터도 위기를 맞았다. 본격적인 하향세가 시작된 셈이다. 운용역 교체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2017년 10%대 후반이던 수익률은 2018년 - 21%까지 고꾸라졌다. 이후에도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하면서 캄캄한 터널로 진입했다.


수익률이 하향곡선을 그리자 설정액도 동시에 감소했다. 2014년 1조원대 아래로 주저앉은 이후 △2015년 5000억원대 △2016년 4000억원대 △2017년 3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공모펀드 시장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 팬데믹, 금리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21년부터 1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3년간 3명의 매니저들이 자리를 옮겼다. 잇딴 이직과 퇴사로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다 현재 운용역인 김효찬 매니저가 맡게된 2020년이 되어서야 안정기에 들어섰다.

2018년 -21.18%로 곤두박질친 수익률은 증시 회복과 맞물려 2020년 28.71%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이전 수준을 회복한 후 2021년 19.82%, 2023년 11.69%로 비교적 우수한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3개월 간 5.56%(A클래스 기준), 연초 이후 3.87% 수익을 내고 있다.


샤프지수(투자위험 대비 초과수익률)는 1 내외를 유지중이다. 샤프지수는 같은 위험을 감수했을 때 더 높은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변동폭이 크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잘 내는 상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증시 흐름에 영향을 받는 주식형 펀드들은 대부분 샤프지수가 1을 넘지 못한다.

최근 10년간 샤프지수는 2017년 1.1로 가장 높았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2022년(-1.05)을 제외하고 2021년 1.08, 지난해와 올해 0.64로 꾸준히 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의 돌발 악재에도 이를 극복할 여력이 되는 우량 성장주들이 변동성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판매채널로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비중이 크다. 클래스 A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29.86% 비중을 차지, 전체 순자산 기준 판매액은 490억원이다.

이어 △대구은행(13.07%, 214억원) △신한은행(9.52%, 156억원) △우리은행(9.35%, 153억원) △하나은행(7.19%, 118억원) △기업은행(5.77%, 95억원) △KB증권(3.54%, 58억원) △NH투자증권(3.04%, 50억원) △삼성증권(2.40%, 4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판매수수료는 타 주식형 펀드와 비교해서 높은 편이다. 판매보수는 수수료 선취형인 A클래스 기준 0.90%로 운용보수 0.66%를 웃돈다. 총보수는 1.6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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