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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 상장 잔혹사 언제까지…늦어지는 1호 탄생 '한숨'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금감원 제동…씨엔티테크, 거래소 코스닥상장위 미승인 통보

이기정 기자공개 2024-05-02 08:38:13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액셀러레이터(AC)의 증시 입성 도전이 다시 한번 좌절됐다. 지난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금융감독원의 잇단 제동으로 공모 일정을 앞두고 상장 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올해는 씨엔티테크가 거래소 상장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직상장(IPO)이 아닌 스팩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노렸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씨엔티테크는 상장 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략을 다각화했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는게 자체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AC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사업모델에 대한 금융당국의 이해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30일 모험자본투자업계에 따르면 씨엔티테크는 이르면 이번주 한국거래소에 상장 철회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최근 코스닥상장위원회에서 예비심사 미승인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회사는 전략을 가다듬어 내년 상반기 재도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위원회는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려는 기업의 상장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다. 통상 위원회까지 오르면 심사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만약 미승인 결과가 나오면 기업은 자진 철회할지 시장위원회에서 재평가를 받을지를 결정한다. 씨엔티테크의 경우 철회를 결정했다.

◇우회상장, 사업모델 다각화 승부수 무산…전화성 대표 "충분한 설명 부족했다"

AC 상장 잔혹사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도전장을 냈지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으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초기에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업모델이 위험성이 너무 높다는 점이 패착 요인으로 지목됐다.

주변 환경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 우호적이지 못했다. 먼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하면서 증시가 얼어 붙었다. 자연스레 공모주 시장이 위축됐다. 추가로 기존 상장한 벤처캐피탈(VC)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악영향을 줬다.

씨엔티테크의 경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보다는 개선된 환경에서 상장에 도전했다. 실제 연초부터 공모주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고 앞서 상장한 캡스톤파트너스와 HB인베스트먼트가 예상보다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으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더해 씨엔티테크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전략을 다각화했다. 직상장이 아닌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을 선택했고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푸드테크' 사업 부문을 강조했다. 실제 회사의 푸드테크 부문은 총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거래소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마지막 관문인 코스닥상장위원회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사례를 고려하면 업종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회사의 사업 모델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위원회의 평가 위원이 매번 바뀌는데 씨엔티테크가 일정 부분 운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AC 사업이 아닌 푸드테크 사업을 강조한 점이 독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위원회에서 푸드테크 부문에만 질문이 집중되면서 AC 사업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AC 사업 모델을 이해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어야 했는데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설명했다.

◇사업모델 성장성 증명 1순위 과제…일각선 '너무 엄격하다' 지적

AC업계에서는 우선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푸드테크 부문의 사업 경쟁력이 인정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AC 사업모델이 발목을 잡은 것인데 씨엔티테크는 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하우스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에 따르면 씨엔티테크는 지난해 294개 기업에 투자하며 AC 투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한 AC 대표는 "현재 AC 중에서 상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하우스가 씨엔티테크였다"며 "1호 AC 상장을 계기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퓨처플레이, 와이앤아처 등이 상장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업계 전반이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AC 사업모델에 대한 충분한 설득이 선행돼야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대표는 "앞으로는 오직 AC 사업으로만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야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서는 AC업계가 힘을 모아 시장의 업종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을 준비 중인 AC들의 전략에도 일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와이앤아처는 AC 사업을 강조해 상장에 도전한다는 기존 계획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와이앤아처는 신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AC와 관련한 사업 영토 확장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창업투자회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퓨처플레이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퓨처플레이가 창투사 등록을 계기로 VC로서 트랙레코드를 쌓아 중장기적으로 상장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퓨처플레이의 상장 목표 시점은 미정이지만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씨엔티테크와는 또 다른 방식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잣대가 AC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AC 대표는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성장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AC의 주된 역할이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인데 스타트업을 키워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정부가 AC의 성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C가 VC와 비교해 본계정 투자가 많아 위험도가 높고 엔젤투자로 결성한 펀드가 많아 관리보수가 적다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다만 보육 사업과 분산 투자로 수년간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부분을 주목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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