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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기득권과 동행하는 조각투자

이채원 기자공개 2024-05-30 07:56:19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8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리인상 기조 이후 사업 유지가 어려워진 농가들이 많아졌다.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자금 수혈을 도와드리고자 펀딩 송아지 수를 늘렸다.”

최근 만난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가 한 말이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증권신고서에 송아지 100마리에 대한 가치산정 내용을 담았고 거래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무리 없이 거래소 승인을 받는다면 송아지 100마리로 조각투자 펀딩을 시작한다.

한우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료비와 같은 투자금이 필요하다. 은행이나 사료회사 등에서 대출을 해주지만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가 늘어나면서 농가의 한숨이 깊어졌다.

뱅카우는 농가에게 사육 초기 비용마련을 해주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출범한 회사다. 투자자들이 송아지에 일정금액 투자를 하면 농가는 그 자금으로 소를 키운다. 다 자란 소는 경매에 들어가 최종 입찰 가격이 정해진다. 이후 투자자와 농가가 손익을 배분해 가져간다.

기득권 시장과 동행하려는 기조는 뱅카우에만 있지 않다. 저작권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뮤직카우 역시 창작시장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저작권 경매인 옥션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서 일부분을 창작자에게 지급한다. 또 각종 창작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 제작에 나서는가 하면 재즈 아티스트 무대를 지켜주고자 폐업한 재즈바의 영업 재개를 돕기도 했다.

그간 많은 스타트업은 기존 사업을 침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갈등을 겪었다. 택시노조와 타다, 세무사회와 삼쩜삼(자비스앤빌런즈), 법조계와 리걸테크가 대표적이다. 최근 자비스앤빌런즈는 상장이 무산됐다. 그 주된 이유로 세무사회와의 갈등이 거론됐다.

조각투자업계는 약 2년 동안 사업을 모두 멈췄다. 금융당국은 조각투자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자보호 조치를 요구했고 회사들은 이를 이행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올해부터 조각투자사의 사업길이 열렸다. 뱅카우는 투자계약증권, 뮤직카우는 음악수익증권 형태로 한우와 음악 저작권을 펀딩할 수 있다. 기득권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이들이 날아오를 수 있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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