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톺아보기]STO 시장 연 스타트업의 '오매불망', 법제화는 언제쯤[총론]①카사·루센트블록·펀블 혁신금융서비스 내년 만기…상품 다양화 목소리
이채원 기자공개 2024-11-20 08:30:11
[편집자주]
미술품, 음악 저작권, 건물, 한우, 웹툰까지 쉽게 사지 못하던 고가의 유·무형 자산을 조각투자로 살 수 있는 시대다. 2010년대부터 관련 사업을 벌이던 다수 조각투자업체는 2022년 말 파도를 맞닥뜨렸다.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서비스가 증권성을 가진다고 판단함에 따라 몇몇 업체는 사업을 잠시 중단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토큰증권(STO) 법제화 논의가 이어지면서 조각투자 시장이 더욱 다양화되고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STO시장 개화를 기다리며 사업을 꾸려나가는 조각투자 사업자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67억원의 압구정커머스빌딩, 16억원에 달하는 쿠사마 야요이 작품 '호박', 송아지 100마리 사육비용 8억원, 조각투자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167억원의 건물, 16억원의 미술품과 800만원의 한우 한 마리를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조각투자란 하나의 자산 혹은 권리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투자하고 이익을 공동배분 받는 투자방식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조각투자와 같이 증권형태가 아닌 자산을 소액 발행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토큰증권(STO) 법제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러 조각투자사업자가 토큰증권 법제화를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혁신금융서비스’ 부동산 조각투자 3곳 기한 임박
현재 국내에서 조각투자 사업을 영위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거나 금융감독원에 투자계약증권 신고서를 지원하고 승인을 받아야한다. 조각투자업체 중 혁신금융서비스를 받은 곳은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인 카사코리아, 펀블, 루센트블록과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업체인 뮤직카우가 있다.
카사는 2019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부동산신탁의 수익증권 공유지분(DABS)을 소유하고 투자한다. 현재까지 총 9건의 공모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대신파이낸셜그룹에 인수됐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4월 카사에 이어 두 번째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투자한 건물의 임대수익을 배당금으로 매월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건물 매각은 소유주 투표를 통해 진행되며 시세차익은 지분에 따라 배분된다. 주식처럼 1주당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펀블은 2021년 5월 혁심금융서비스 사업자가 됐다. 펀블은 분산원장 기술(DLT)을 활용해 부동산, 웹툰, 음원 등 다양한 자산을 원클릭으로 토큰화할 수 있는 SaaS 플랫폼 '스플릿'을 운영한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기존 금융서비스에서 내용·방식·형태 등이 차별화된 금융업이나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다.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되면 기본 2년에 추가 2년 등 최대 4년까지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카사와 루센트블록, 펀블의 혁신금융서비스 만기 기한은 내년이다. 혁신금융서비스 기한이 지나면 관련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 부동산 조각투자의 경우 신탁수익증권으로 분류돼 투자계약증권으로는 상품을 발행할 수 없다.
이들 회사가 토큰증권 법제화를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사의 경우 만기일이 지났지만 당국으로부터 규제개선 기한을 부여받아 내년 6월까지 혁신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루센트블록과 펀블은 내년 4월과 5월 혁신금융서비스가 만기된다.
◇뮤직카우, 2022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업계 “일반투자자 거래 한도 증액”
뮤직카우는 2022년 9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이후 1년 준비 끝에 2023년 9월 '무체재산권 신탁수익증권'인 음악수익증권을 발행했다. 투자금을 외부 기관에 예치하고 투자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투자자보호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업체들은 꾸준히 상품을 발행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 역시 사업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일반투자자 투자한도에 있다. 현재 뮤직카우에 일반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한도는 1년에 1000만원이다. 부동산 조각 투자 업체에는 일반투자자가 1년에 2000만원 투자할 수 있다.
조각투자가 제도권에 진입함에 있어 일반투자자 한도를 정하는 것은 업계의 성장을 막는 것과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정하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투자 한도를 없애거나 각 개별 상품이 가진 위험성과 적절한 투자금액이 매칭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계약증권 도입 그 후…종류는 미술품·한우에 그쳐
앞서 금융당국은 2022년 말 스탁키퍼, 테사,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 열매컴퍼니 등 5개 조각투자사업자가 증권성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이들 조각투자사업자의 사업 재편을 승인하고 투자계약증권 도입을 위해 증권신고서 서식을 전면 개정했다.
따라서 해당 사업자들은 지난 1년 간 사업을 중단했고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제출 준비에 몰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열매컴퍼니,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 스탁키퍼는 투자계약증권을 선보이고 있다.
투자계약증권은 자본시장법이 규율하는 증권의 한 종류로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
다만 아직 투자계약증권의 종류는 미술품과 한우뿐이다. 현재 다날엔터테인먼트, 바이셀스탠다드, 아티피오, 이젤 등이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콘텐츠 조각투자를 준비하는 다날엔터네인먼트를 제외하면 모두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투자계약증권으로 승인된 자산이 아닌 다른 자산으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중개업자에게 취급 상품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며 “미술품과 한우가 아닌 다른 자산으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기 위해 시도했다가 당국에 막혀 철회한 사례가 다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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