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Art]동부아트, 1세대 아트 핸들러의 사명감전종진 동부아트 대표 "미술품 운송관리 전문성 더 높여야"
서은내 기자공개 2024-06-11 07:40:58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7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일본 야스쿠니신사에서 북관대첩비를 환수해 오던 때, 프랑스에서 우리 외규장각 의궤를 들여온 때, 반가사유상 등 우리 국보를 해외전시에 들고 나가던 때, 광주비엔날레 전시나 반고흐, 피카소 전시 등 수많은 이벤트에 협력해오면서 책임감과 뿌듯함을 느꼈다."전종진 동부아트 대표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미술품을 취급하는 업무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라며 "문화재든 현대 미술품이든 소중한 자산을 안전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기본 전제"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좋은 작품이 안전히 목적지에 도착해서 전시될 때 제 빛을 발하는 것이어서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다해 이 일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종진 동부아트 대표는 국내 1세대 미술품 아트 핸들러(운송 전문가)다. 조병휘 동부아트 1대 대표와 함께 동부아트 사업을 시작한 창업 멤버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동부아트가 프랑스 호루스 파이낸셜그룹에 인수되면서 조병휘 대표로부터 대표직을 이어받았다.
국내 굵직한 전시사업의 아트 핸들링 업무를 도맡아온 전종진 대표는 1세대 아트 핸들러 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 미술품운송업계에서 전 대표 처럼 장기간의 노하우를 보유한 인사는 드물다.
최근 전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쓰는 일 역시 미술품 운송 본연의 업무와 맞닿아있다. 전 대표는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 운송 관리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서비스의 질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 전문 인력·인프라 필요한 미술품 운송
미술품 운송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산업군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파인아트 쉬핑 인더스트리, 혹은 파인아트 로지스틱스라고 불리는 해당 산업군이 확실히 존재한다. 글로벌 주요 운송업체간 네트워크와 협력 체계가 공고히 형성돼 있다.
미술품의 운송은 고가의 문화재 또는 작품을 잘 포장하고 싣고, 이동시키며 설치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일컫는다. 귀중한 가치가 있는 문화 유산을 옮기는 과정은 아트 핸들러 등 전문인력, 전문 포장재, 전문 이동수단 등 인프라가 필요한 일이다.
국내에서 미술품 운송이 전문 영역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대 후반으로 본다. 이 시기 설립된 업체를 1세대로 부르며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동부아트다. 1998년 동부고속에서 독립해 나온 동부아트는 30여년 동안 뚜벅뚜벅 좁은 길을 걸어왔다.
전 대표는 "국내에서 미술품, 문화재를 전문업체가 다뤄야한다는 인식 자체가 생긴 것이 길지 않다"며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보를 싣고 지방으로 이동할 때 지붕도 없고 충격방지도 안되는 차에 실어가다 비가오면 급히 덮개를 씌우곤 했다"라고 말했다.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미술품 운송에 대한 인식은 전환기를 맞았다.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면서 전문 운송의 수요가 생겨났다. 당시 동부고속 일반 물류 담당 부서에서 일본에 인력을 파견해 연수를 받게 했으며 그 파견 인력이 동부아트의 창업 인사들이다.
전 대표는 "아직까지도 작품 포장에 사용되는 용지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수입산을 써야할 만큼 전문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내 동부아트가 해외 대규모 미술품 운송 그룹의 투자를 받게된 것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시사업의 성장과 함께 동부아트의 매출은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세월호, 코로나 이슈가 번진 시기에는 전시 사업이 위축되며 미술품 운송 사업도 타격을 받았다. 이 두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매출이 전년 대비 상승을 이뤘다.
지난해 기준 동부아트의 매출액은 13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미술시장의 호황기였던 2022년 동부아트의 매출은 큰 폭 상승했다. 동부아트의 그간 이력을 볼 때 회사의 사업은 경기에 그다지 민감하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 글로벌 페어·갤러리 국내 진입, 전시업 성장으로 운송 수요 ↑
주요 업체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미술품 운송시장은 1000억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동부아트 등 1세대 업체가 줄기를 형성했고 1세대 업체 출신들이 2010년 전후 새로 만든 2세대 업체들이 한 무리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신생업체들이 시장을 키우는 중이다.
국내 미술품 운송의 수요층은 크게 갤러리 비즈니스 업체들과 전시사업 업체들로 나뉜다. 최근 국내에 글로벌 아트페어를 비롯해 해외 갤러리들이 진출하면서 점차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첫번째 축이라면 또 하나는 전시사업이다.
전시사업은 문화예술기관이나 민간 전시기획사들의 국내 전시 관련 사업이다. 해외로 부터 유명 작품을 빌려와 전시하고 티켓 수익을 창출하는 기획의 성격이다. 아시아권 국가에서 이같은 전시사업의 비중은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 글로벌 대형 아트페어(미술품 전시 판매 박람회) '프리즈'가 들어온 것도 국내 미술품 운송시장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프리즈 참여 갤러리의 80% 이상은 해외 갤러리다. 이들은 한국으로 출품작을 들여오게 된다.
판매 이후 남은 작품들은 또 이동시켜서 판매해야 하고 해외로 또 이동시켜 다른 페어에 출품시키는 등 대량의 미술품들이 이동을 거치는 시기가 아트페어 기간이다. 그만큼 운송 수요가 급증할 수 밖에 없다.
프리즈가 열리는 9월 한달간은 다른 곳에서는 전시도 못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운송수요가 늘어나기도 했다. 국내 운송사 풀도, 그 인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모두 프리즈 행사 관련 물량에 집중하고 있다.
동부아트의 사업은 국내만 국한되지 않는다. K컨텐츠를 찾는 글로벌 수요 증가와 함께 전문 운송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이 해외 순회전을 준비 중인 것도 이와 맞물린다. 동부아트는 지난해 국립한글박물관의 콘텐츠를 해외 문화원을 중심으로 순회하는 글로벌 전시 운송을 담당했다.
◇ 다국적 미술품운송 그룹에 인수, 보관고 사업 역량 투자 계획
동부아트는 창립 이래 비교적 보수적인 경영 방침을 이어왔다. 1위 사업체로서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시장의 2위 그룹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해왔다는 의미에서다. 지난해 프랑스 다국적 미술품운송그룹인 호루스 파이낸스 그룹에 인수되면서부터는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
호루스 파이낸스 그룹은 전세계 각 지역의 1위 미술품운송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총 12개국에 17개 회사를 소유,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미술품 운송 시장은 자본력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프랑스 모기업은 동부아트에 장기적으로 자본을 투입해갈 계획이며 특히 미술품 수장고 확장을 협의 중이다. 동부아트는 문래동 본사 지하에 150평 정도의 보관고 사업 공간을 두고있다. 10개로 구획이 나뉜 방에 고객별 단독으로 공간을 임차하는 식이다.
클라이언트가 갤러리인 경우 특정 작품의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와서 감상 후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뷰잉룸도 있다. 일산에도 수장고 공간을 두고 있다. 지난해 300평 규모의 건물을 오픈했으며 이곳의 공간을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최근 유명 연예인 등 셀러브리티들을 중심으로 재테크 목적의 미술품 구매가 늘어나면서는 운송뿐 아니라 보관고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일찍이 미술품운송이 발전한 스위스의 경우 미술품운송업에서 보관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운송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 대표는 "미술품 관리 사업에는 크게 두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데 포장과 통관, 전시장 설치 등이 포함되는 운송과 보관"이라며 "서양에 비해 국내에 경우 보관 분야가 특히 약하다"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국내에서도 보관 관련 수요가 서서히 커나갈 것으로 보이며 모기업과 함께 동부아트도 보관 관련 장기적인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 협의해나갈 것"이라며 "프랑스 앙드레 세뉴의 경우 수만평 보관공간에 작품들이 모두 차있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thebell interview/BBW 2024]얏시우 애니모카 의장 "한국, 사업 성장 주요 거점지"
- [ETF 위클리]미국 대통령 누가될까…대선 앞두고 코스피 곱버스 '강세'
- [IR Briefing]사이냅소프트, "AI·SaaS 확대 '퀀텀점프' 자신"
- [i-point]하이드로리튬, 배터리급 수산화리튬 생산·판매 본격화
- [i-point]포커스에이치엔에스, 안양 우수 기업 선정
- [i-point]대동그룹, 키로와 지능형 자율 로봇 기업 ‘대동로보틱스’ 설립
- 다날의 N번째 신사업
- [LG CNS IPO]10조까지 치솟은 장외 시총…관건은 '실적 변동성'
- [Company & IB]'10년 동행' 중앙일보, 변함없는 한국증권 선택
- [VC 추천 2024 베스트 스타트업 서베이]에이티넘·LB·하나·SJ…'동반자' 역할 빛났다
서은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열매컴퍼니, 구리 조각투자 해외 RWA 발행으로 '선회'
- 심판원, 자산가 미술품 양도세 환급 결정 '비공개' 논란
- [CEO를 사로잡은 예술]"예술이 전한 영감, 도전적인 기업경영의 원천"
- [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매입처 이슈 또다른 논쟁, 매도인과의 '특수관계'
- [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투자계약증권 발행, 기초자산 매입처 최대 '난제'
- [금융권 아트 브랜딩]하나은행, 금융기능 얹어 미술품 신탁 도전
- [Art Price Index]아야코 록카쿠, 하드보드지 그림에 쏠린 경합
- [Art Price Index]이배 '화이트라인' 시리즈 시장 인기 입증
- [금융권 아트 브랜딩]하나금융, 20년 넘게 이어진 아트뱅크 의지
- [살아나는 MICE]벡스코 '독특한' 자본구조, 총자산 웃도는 '자본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