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갖춘 엔씨소프트, M&A 왜 잠잠할까 글로벌 불황 탓에 경쟁 치열, 수익성 악화 가능성 감안해야
황선중 기자공개 2024-06-10 08:17:15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7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인수합병(M&A)을 공언했지만 아직 수면 위로 유의미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외적인 이유를 찾는다면 최근 게임업계 M&A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는 점이다.지난해부터 게임업계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상태다. 불황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흥행작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다른 게임사를 자회사로 품는 전략이다.
그만큼 엔씨소프트뿐 아니라 국내외 대형 게임사들은 일찌감치 성장 잠재력이 있는 '알짜' 게임사를 인수하기 위해 분주하게 물색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대표적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전세계 게임사 350곳 대상으로 검토해 미팅했다"라며 M&A 의지를 분명히 표명했다.
◇엔씨소프트, 1조 넘는 현금실탄 보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아무리 작은 게임사라도 대형사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는 상황이라면 '몸값'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가장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는 쪽의 손을 들어주면 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시작부터 불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설령 마음에 드는 게임사를 찾더라도 인수가격을 둘러싼 줄다리기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물론 엔씨소프트가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은 아니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조3382억원이다. 여기에 각종 투자자산까지 모두 유동화한다고 가정하면 3조원 넘는 현금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 각종 자산까지 담보로 잡아 차입금을 일으킬 여력도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현금창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은 분명한 부담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372억원으로 전년대비 75.4% 줄었다. 현금창출력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399억원으로 전년대비 81% 감소했다. 모든 M&A가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현금 지출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무리한 M&A, 수익성 악화 우려
M&A에 따른 파급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통상 어느정도 성장궤도에 오른 게임사를 인수하면 영업권이 자산으로 잡힌다. 피인수사 순자산가치 공정가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 영업권이 발생한다. 웃돈으로 지급한 금액을 자산으로 잡는 것이다. 영업권 중 일부는 기업인수가격배분(PPA) 작업을 거쳐 각종 무형자산으로 배분된다.
무형자산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무형자산상각비도 늘어난다. 만약 피인수사가 무형자산상각비를 상쇄할 만큼의 매출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더 심각한 경우 무형자산손상차손까지 발생해 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친다. 풍부한 현금실탄이 있다고 마냥 공격적으로 M&A를 추진할 수는 없는 이유다.
더군다나 엔씨소프트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박병무 공동대표는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당면과제로 삼고 있다. ROE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순이익을 확대하고 자기자본을 감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리한 M&A로 인해 수익성이 나빠진다면 ROE 개선 작업에도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몸값이 비교적 저렴한 신생 게임사를 인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임사는 게임을 출시하기 전까지 별다른 매출 없이 개발비만 계속 투입하는 구조다. 신작이 나오기 전까지 수년간 적자가 쌓인다는 이야기다. 당장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엔씨소프트로서는 부담이다. 더군다나 완성작이 흥행한다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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