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바이오시밀러 '지각변동']'의료장벽 낮춰라' 유럽·미국 규제완화에 판이 바뀐다[총론]2013년 셀트리온이 이끈 '항체 시밀러', 개발 문턱 낮춰 2026년 포문 전망
임정요 기자공개 2024-07-01 11:05:42
[편집자주]
많은 산업이 그렇듯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도 모방에서 탄생했다. 바이오 신약개발 성과에 앞서 바이오시밀러의 부흥이 먼저 있었다.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입증한 시밀러는 개발도 용이할 뿐 아니라 사회적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체제로 환영받는다. 제약사바이오 입장에선 신약개발에 본격 뛰어들기 전 중간 도약대로도 활용한다. 최근 주요국에서 시밀러 허가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움직임까지 추진되면서 시장 판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이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08: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장 큰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 제약 선진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규제 가이드라인이 2026년 마련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이 일찌감치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다.시장은 바이오의약품에도 제네릭 시절같은 붐이 일어날 것으로 점친다. 오리지널 패권이 더이상 힘이 없다는 불안감 속에서 특허경쟁과 소송, 원가절감 싸움이 더욱 강력해질 수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데 따라 전체적인 시장파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셀트리온이 쏘아올린 공, 첫번째 항체 시밀러 탄생부터 11년
화학의약품을 복제한 것은 '제네릭',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 것은 '시밀러'라고 부른다. 시밀러란 '동등하다'는 뜻이다. 살아있는 바이오의약품을 완전히 똑같이 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동등성'을 입증하면 복제약으로 인정받는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항체의약품의 시밀러 시장은 한국의 '셀트리온' 열었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즘,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에 처방되는 오리지널 '레미케이드(물질명 인플릭시맙)'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면서다. 유럽의약품청(EMA)이 2013년 최초 허가를 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뒤이어 2016년 냈다. 각각 규제기관에서 최초로 승인한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항체가 아닌 성장호르몬제의 바이오시밀러는 노바티스 산도즈가 2006년 EMA 허가를 받았지만 바이오산업이 항체의약품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룬 것을 감안하면 셀트리온을 선봉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뛰어들었고 이 두곳의 국내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강자로 이름을 떨쳤다.
셀트리온이 첫발을 내민 2013년 이후로 10여년이 흘렀다. 이 기간 중 단일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최근까지 FDA가 허가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53개에 달한다.
글로벌 마켓리서치 기관은 2023년 기준 전세계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105억달러를 상회했고 2032년까지 연평균 23.2% 성장률로 690억달러까지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로 약 96조원 시장이다.
◇FDA·EMA 규제완화 2026년 가시화, '충분한 경험·분석법 쌓였다'
이 같은 전망치는 주요국 규제 완화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지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허가 허들을 낮추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규모 인체임상을 축소하는 방향이다. 작년 말부터 관련 기업을 모아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
유병인구가 큰 항암, 자가면역질환 시장에 가격 경쟁력이 있는 바이오의약품이 필요하다는게 배경이다. 인플릭시맙의 경우 오리지널 레미케이드가 1998년 허가받고 출시했을 당시 주사 한번에 400만원을 호가했다. 사회적 의료비용이 높아 정부기관에서 부담이 컸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보다 대부분 10% 낮은 가격에 처방된다. 바이오시밀러를 견제하기 위해 오리지널 가격도 덩달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인플릭시맙 오리지널은 국가에 따라 차등은 있으나 현재 70만원에서 100만원대로 가격을 낮췄다.
유럽이 특히 바이오의약품 가격 조정에 관심이 크다. EMA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특별조사위원회(BMWP)를 구성해 규제완화를 위한 3개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중으로 시장조사보고서의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 4월까지 업계의견을 청취했고 분석을 진행 중이다. 2025년 가이드라인 개정안 작성을 시작해 2026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덩달아 미국 FDA도 이달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 상호교환성' 가이드라인 초안을 통해 더욱 완화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시사했다. 이 초안에선 지난 10년간 분석법의 발전과 규제기관의 경험이 쌓였다는 걸 이유로 작용기전이 명확한 바이오의약품은 대규모 임상시험이 불필요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적시했다.
오리지널과의 동등성, 면역원성을 입증해 대체조제 가능성을 뚜렷이 명시한 신청서는 허가받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관련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하면 미국도 따를 수 밖에 없다"며 "EMA가 추진하는 움직임에 FDA도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과열 vs. 성장기회…시장 꿈틀
당연하게도 규제 기관이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시장 파이는 커진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 제약사 위주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형변화로 오리지널과의 차별성을 모색하는 곳들도 있다. 반대로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은 수주 고객사가 늘어난다는 호재가 있다.
기존 제약사들은 화학의약품 일색의 사업에서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의약품에 뛰어들 기회가 생겼다. 신약에 도전하기 전 중간 도약대로 바이오시밀러 연구를 진행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시장의 규제완화로 대형임상이 불필요해질 경우 수천억원의 개발비를 아낄 수 있어 도전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보유한 빅파마들은 특허를 보강해 방어에 나서고 있다. 특허 만료 기한을 늦추기 위해 300여개가 넘는 세부특허를 내는 곳도 있다.
자체적으로 의약품 제형을 개선시켜 차세대 제품을 내놓는 대안도 있다. 여기에 시밀러 업체들도 제형을 보강한 '바이오베터'를 개발하는 곳들이 생겨난다.
생산을 맡는 CDMO 업체들은 반색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사가 늘어날수록 고객사가 늘어나는 셈이다. 글로벌 cGMP 기준을 맞춘 바이오의약품 공장에 전문인력을 갖춰 개발사들에 조력할 수 있어 주목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규제기관의 바이오시밀러 정책에는 모든 시장플레이어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막대한 개발비를 아끼면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