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딥체인지, AI]오너 3세 최성환이 주도하는 SK네트웍스 'AI 전환'⑤SKT와 'AI 컴퍼니' 비전 동일...SK매직·엔코아 올해 성과 주목
정명섭 기자공개 2024-07-15 08:20:49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2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에서 '인공지능(AI) 컴퍼니' 전환을 공식화한 멤버사는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다.SK텔레콤은 2021년 말 유영상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한 이후 AI 컴퍼니를 새 비전으로 내세웠다. SK네트웍스는 작년 말 데이터솔루션 기업 '엔코아'를 인수할 때 AI 컴퍼니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했고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AI 중심의 사업 전환을 공식화했다.
회사 규모나 자금력, AI 인력, ICT 서비스와 연계성 등을 고려하면 SK텔레콤이 AI 사업을 확대하기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행력 면에선 SK네트웍스가 더 돋보인다. 오너가 3세 최성환 사업총괄 사장(사진) 주도하에 사업 전환을 위한 포트폴리오 정리와 재무개선 작업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최성환호 SK네트웍스, AI로 '선택과 집중'
1981년생인 최 사장은 중국 푸단대 중국어학과와 런던 비즈니스스쿨 MBA를 마친 후 2009년 SKC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SKC 기업문화본부 상무로 승진해 처음 임원 자리에 올랐고 2017년 SK㈜ 사업지원 담당, 글로벌사업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투자와 인수합병(M&A)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
SK네트웍스에는 2019년에 합류했다. 입사 초기 기획실장을 맡다가 2020년 말부터 신설 조직인 사업총괄을 맡고 있다.
최 사장이 SK네트웍스 경영 전면에 나선 건 2022년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다. 부친인 최신원 전 회장이 2021년 말 횡령·배임 혐의로 모든 직책을 내려놓을 때 발생한 이사회 자리를 메웠다. SK 오너 3세 중 계열사 경영에 참여한 건 최 사장이 처음이었다. 그는 그해 말 SK그룹 정기인사에서 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SK네트웍스의 사업 전환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최 사장이 AI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건 2021년경으로 전해진다. SK네트웍스는 2020년에 최 사장 주도로 미국에 투자법인 하이코캐피탈을 설립해 데이터센터와 AI, 헬스케어 등 스타트업과 접촉해 투자와 기술 협력 등을 논의했는데 이때 최 사장이 AI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됐다는 후문이다.
작년 10월 업력 27년의 데이터 관리·솔루션 기업 엔코아 인수(951억원)는 AI 컴퍼니로 나아가겠다는 신호탄이었다. 덕분에 SK네트웍스는 AI 기술 개발 역량과 인력 부족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캐시카우'인 SK렌터카 매각은 AI 사업 확대에 대한 최 사장의 의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결단이었다. 지난해 SK네트웍스 연결 매출에서 SK렌터카 비중은 18.4%에 달한다. 휴대폰 유통부문(49.7%)에 이어 둘째로 높은 수치다. 이익 기여도는 전 계열사 중 가장 높다.
최 사장은 당장 돈이 되는 사업보다 AI 기술과 연계성이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길 원했다. 차량 렌털·중고차 판매 등 SK렌터카의 사업 모델은 최 사장의 기준에 못 미쳤다. SK렌터카 매각 대금 8200억원의 활용처는 명확하다. AI 사업 확장과 재무구조 개선이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올 하반기 AI 전환 시험대
관건은 최 사장의 SK네트웍스가 AI 산업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다. 전면에 있는 계열사는 SK매직이다. 올해부터 신규 AI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반려동물 가구와 노인 가구 등을 공략할 AI 디바이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신설된 조직인 AI 성장실이 제품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
SK매직은 지난 5월 가스레인지 등 3개 품목의 영업권을 경동나비엔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해 370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이 또한 AI 사업 확대를 위한 사업 재편의 일환이다. 김완성 SK매직 대표이사는 이에 대한 공로로 차기 SK네트웍스 대표이사로도 거론되고 있다.
엔코아는 SK네트웍스의 계열사로 편입된 후 B2B·B2G용 생성형 AI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별 기업과 정부 기관용 '챗GPT' 같은 서비스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SK네트웍스는 장기적으로 엔코아의 협력 범위를 SK그룹 전반으로 키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 사장은 지난 3월부터 엔코아 이사회에 합류해 직접 AI 사업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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