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달라진 'VC 펀드레이징' 풍속도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4-07-30 07:36:59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케믹인베스트먼트는 2023년 2월 설립됐다. 여느 신생 벤처캐피탈이 그러하듯 1호 펀드 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포가 남다르다. 목표가 500억원이나 된다. 업력과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하우스조차 100억~200억원 펀드레이징도 쉽지 않아 하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정책 자금 출자 없이 100% 민간 LP 자금으로만 펀드를 결성하겠다는 결기도 돋보인다. 국내 신생 벤처캐피탈의 등용문 역할을 해 온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도전할 계획이 없다. 민간 LP로만 구성된 펀드를 잘 운용해 트랙레코드를 쌓은 후에 정책자금에 도전하겠다는 역발상 전략이다.

신생 벤처캐피탈에만 적용되는 사례는 아니다. AUM이 3000억원 넘는 중견 하우스인 지앤텍벤처투자도 하반기 100% 민간 LP 펀드 결성에 도전한다. 신한캐피탈과 함께 2년 전 민간에서만 260억원을 모집해 결성한 신한-지앤텍 스마트혁신펀드의 성과가 좋아 한 번 더 비슷한 스킴으로 민간 자금 모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책자금의 도움을 받지 않고 100% 민간 자금으로만 펀드레이징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민간 LP 확보가 쉬워서가 아니다. 정책자금을 받기 위해서도 민간 LP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모태펀드만 하더라도 올해 정시출자 당락은 민간 LP로부터 누가 더 많은 LOC(출자확약서)를 확보했느냐가 갈랐다. 여기에 더해 모태펀드 출자비율을 낮추면 가산점을 줬다. 모태펀드 출자비율이 낮춘다는 건 그만큼의 금액을 충당할 민간 LP를 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구나 올해는 펀드 결성 기간도 예년보다 짧은 편이었다.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정도의 LP를 구하지 못한 하우스는 시한 내 펀드를 결성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중도에 포기하거나 GP 자격을 자진 반납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중인 코리아스타트업펀드 GP 선정도 사정은 비슷하다.

얼마 전만 해도 신생 운용사나 중소형 하우스에 모태펀드 GP 선정은 트로피와 같았다. 2018년 한국벤처투자가 모태펀드 루키리그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업력이 짧거나 AUM 규모가 적어 딱히 내세울 트랙레코드가 없어도 모태펀드 GP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LP 모집에 나설 수 있었다. LP 입장에서도 모태펀드 콘테스트를 통과했으니 한번 믿고 맡겨보자는 심리가 있었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했을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은 모태펀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출자사업 콘테스트에서 민간 LP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하우스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펀딩 환경이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메가펀드 펀드레이징에 성공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유동성이 넘쳐났을 때는 LP들이 실험적인 제안을 하거나 니치마켓을 표방하는 하우스에도 종종 출자를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자 실력이 검증된 하우스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펀드레이징 쏠림 현상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제2의 벤처붐이라고 불리던 시기 우후죽순 생겨난 벤처캐피탈 가운데 서바이벌에 성공하지 못한 '좀비' 하우스가 퇴출될 수 있다는 논리다. 동시에 너나 할 것 없이 벤처캐피탈업계 전반적으로 민간 LP 확보에 힘쓰다보면 자연스레 풀(pool)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전제조건은 있다. 모험자본에 자금을 투입했더니 꽤 쏠쏠한 수익이 돌아오더라는 LP의 피드백이다. 결국은 성과(수익률)가 차기 펀드레이징의 향배를 결정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