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통합 이끈 '열정맨' 전화성 회장, 서번트 리더십 빛났다②초대 회장 등극,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업계서 인정…전방위 활약 예고
이기정 기자공개 2024-07-31 08:00:39
[편집자주]
한국액셀러레이터(AC)협회와 초기투자기관협회가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로 통합되면서 초기 투자에 나서는 기관들이 하나로 뭉쳤다. 그동안 업계는 AC와, 대학기술지주 등 AC 라이선만을 보유한 운용사로 양분돼 통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통합 협회의 목표는 투자업계에서 저평가받아 왔던 창업기획자들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 투자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AC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의 분과장을 맡아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더벨이 초기투자기관협회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9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초대 협회장에 오른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사진)는 액셀러레이터(AC)업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인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경력과 연령에도 선후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양분돼 있던 초기 투자 운용사들을 하나로 모으는데 성공했다.씨엔티테크 수장으로서 전 회장은 주로 최전방에서 조직을 이끄는 역할에 주력했다. 다만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에서는 '서번트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구성원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전 회장의 최우선 목표는 창업기획자들의 시장 지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AC 라이선스 발급 업무를 끌어오고 AC 전용 펀드 비히클을 신설하는 등의 시도에 나섰다. 이외에도 해외거점을 마련하고 창업기획자의 보육 업무 전문성을 인정받겠다는 포부다.
◇2003년 씨엔티테크 설립, 2012년 투자업계 입문 후 '광폭' 행보
1976년생인 전 회장은 동국대 컴퓨터공학과에서 6학기를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국비장학생으로 입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창 시절부터 IT 업종 창업에 관심이 많던 그는 카이스트 재학 당시 사내 벤처 활동을 통해 전화망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 'SL2'를 설립했다.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했던 전 회장은 SL2를 엑시트하고 군대로 향했다. 이어 전역 후 2003년 씨엔티테크를 설립했다. AC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건 2012년부터다. 사회공헌 목적으로 진행했던 투자가 예상외의 성과를 기록하면서 투자업계에 입문했다. AC 사업 진출 후 씨엔티테크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특히 부지런함을 강점으로 이제는 가장 많은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AC 중 한 곳이 됐다.
그는 제 4대 한국액셀러레이터 협회장으로 지난해 12월 내정됐다. AC협회는 지난해 10월 회장후보선출위원회를 구성하고 약 한달 동안 회장 후보를 모집했는데 전 회장이 유일한 지원자였다. 당시 전 회장의 출마 소식에 협회장 지원 의사가 있었던 인물들이 중도 포기할만큼 업계 영향력이 컸다.
전 회장이 취임 직후 가장 강조했던 공약이 초기투자기관협회와의 통합이다. 카이스트 대학 선배이자 초기투자기관협회장이었던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와 의견 합치를 이루고 반년만에 협회 통합을 이끌어냈다.
인상깊은 부분은 전 회장의 설득으로 협회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인물들이 새로 임원진에 가담한 것이다. 홍종철 인포뱅크 아이액셀 대표와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추가로 협회 통합에 반대 의견을 보이던 인물들도 전 회장을 믿고 생각을 바꾼 경우가 적지 않다.
한 AC 대표는 "전 회장이 아니었으면 협회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며 "실제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업력이 긴 대표들이 전 회장을 상당히 신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회장 역시 항상 겸손한 태도로 선후배를 대하니 업계 분위기가 더 화목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청·수용 통해 협회 하나로 만들 것"
씨엔티테크에서 전 회장은 최전방에서 활동하는 공격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추천 업무 발표를 진행하고 여러 기관 및 출자자(LP)들과의 소통도 모두 직접 담당하고 있다. 업계에서 전 회장을 '열정맨'으로 꼽는 배경이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에서는 회원사간 조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협회 내부 임원들이 대부분 전 회장보다 선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40대인 전 회장은 임원진 중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또 다양한 운용사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데에도 심력을 쏟고 있다.
전 회장은 "협회 운영은 힘으로 눌러서는 절대 할 수 없다"며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낮은 자세로 회원사들을 하나로 만드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창업기획자 전용 비히클 필수적, 해외 거점 확보해 '역플립' 주도
전 회장이 현재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사안은 창업기획자를 위한 전용 펀드 비히클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창업기획자들이 보다 수월하게 정책 LP로부터 출자를 받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중기부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운용사가 만들 수 있는 펀드는 크게 개인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창업기획자들은 주로 개인투자조합을 만들어왔다. 다만 개인투자조합은 펀드 규모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창업기획자는 벤처투자조합을 만들기에도 제약이 있다. 창업기획자들은 적은 금액을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벤처펀드의 주목적 투자대상을 맞추기 쉽지 않다. 그간 창업기획자들이 개인투자조합을 주로 운용했기 때문에 벤처펀드 결성을 위한 LP 확보 경쟁도 불리한 편이다.
문제는 정책 LP에서 창업기획자와 일반적인 벤처캐피탈(VC)을 같은 선상에 두고 출자사업 심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특정 분야의 경우는 논외이지만 창업초기 등 AC와 관련이 깊은 분야에서도 이같은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전 회장은 "대표적으로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보면 현재 규모가 작은 지역 계정을 제외하곤 창업기획자들이 위탁운용사(GP)가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창업초기 같은 분야는 창업기획자가 가장 잘하는 영역인데 보육 역량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투자 트랙레코드만으로 평가하다 보니 경쟁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기획자를 위한 전용 비히클이 생기면 GP 선정 과정에서 초기 스타트업 육성에 필요한 역량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는게 가능해진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벤촉법 개정이 필요해 정치권에 정책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전 회장은 임기 내에 창업기획자의 보육사업 전문성을 인정받고 해외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보육사업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 대학과 연계해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시도에 나서고 있다"며 "해외 거점을 확대해 해외 유망 초기 기업을 국내로 역플립(reverse flip)시켜 고령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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