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삼양그룹 바이오는 지금]지향점은 신약…DDS 자신감 'SENS', mRNA 시장 정조준③'안정성 높인' 기술, 자체 개발 플랫폼으로 기술이전부터 치료제 개발까지 확장
차지현 기자공개 2024-08-08 10:19:11
[편집자주]
삼양그룹이 의약사업을 한 건 100년 역사 속 무려 30여년이나 된다. 그만큼 오랜시간 중요하게 추진하던 사업이지만 유통 및 화학사업에 가려져 존재감은 미미했다. 하지만 신성장 동력이라는 명분 하에 확장전략이 분명해지면서 업계도 주목한다. 미용성형, 위탁개발생산(CDMO)부터 신약개발 영역까지 도전장을 내민 삼양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부분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그렇듯 삼양그룹 의약바이오 사업이 향하는 종착지도 결국 신약이다. 단기적으로 이익을 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왔다.우여곡절도 많았다. 연구개발(R&D) 방향성 자체가 바뀌는 격변도 겪었다. 재정비 끝에 현재 신약개발 지향점은 선명해졌다. 30여년간 쌓아온 약물전달시스템(DDS) 기술을 앞세워 메신저 리보핵산(mRNA) 의약품 개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부다.
◇'신약개발에 진심' 연간 매출의 13% R&D 투자, 매년 확대
신약개발 성공 확률은 0.001%, 그야말로 인내와의 싸움이다. 기술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오너의 뚝심이다. 불확실성을 감내하면서 오랜 기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만큼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아니고서야 사업 영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삼양그룹이 의약바이오 사업을 지속해서 키울 수 있던 것도 오너일가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4대에 걸쳐 경영권이 이양되는 과정에서도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는 변치 않았다. 오너 3세인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신약연구에 1000억원을 쏟아붓겠다고도 했다.
신약개발 진심은 R&D 투자 규모만 봐도 짐작 가능하다. 2011년 설립 이후 삼양바이오팜은 연간 매출의 13%가량을 R&D 비용으로 투입했다. 국내 제약사 평균 R&D 투자액이 매출 대비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행보다. 2019년을 제외하곤 10년 간 R&D 투자 규모가 줄어든 적이 없다.
신약개발의 근간은 한결같이 DDS였다.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은 의약품 개발의 기초이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신약을 개발하든 DDS는 필수가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30여년간 DDS 연구를 이어온 데 따라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우여곡절 변천사…siRNA·면역항암제 등 잇단 도전과 실패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삼양그룹이 신약개발 관련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건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일본 다케다제약과 짧은 간섭 RNA(siRNA) DDS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양사가 siRNA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DDS를 공동개발하는 게 골자였다.
삼양그룹 DDS 기술을 높게 평가한 다케다 측이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삼양바이오팜이 다케다로부터 기술료와 3년 간 R&D 비용,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등을 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진 않았다.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이후 보폭은 더욱 빨라졌다. 면역항암제 개발을 목표로 협업, 기술도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8년 미국 법인 삼양바이오팜USA가 벨기에 탈릭스테라퓨틱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뒤 이듬해 후보물질에 성공했다. 국내 엘마이토 테라퓨틱스와 미국 캔큐어 등 바이오텍으로부터 후보물질을 연이어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결실을 맺지 못했다. 현재 삼양그룹의 면역항암제 개발은 중단 상태다. 차세대 기술이라는 분명한 장점에도 면역항암제 시장을 평정한 머크(MSD)의 '키트루다' 아성을 넘긴 힘들다는 판단 하에 전략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SENS 기반 mRNA 신약 목표…"조만간 L/O 성과 기대"
힘든 시간이었지만 실패는 큰 자산으로 남았다. 모든 경험은 삼양그룹의 메인 플랫폼이자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센스(SENS)' 기술을 정립하는 밑거름이 됐다. 기존 DDS 대비 안정성을 강화해 siRNA, mRNA 등 핵산 약물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방향성도 다시 세웠다. 가깝게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사에 자체개발 플랫폼을 기술수출하거나 협업 등으로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SENS 플랫폼을 활용한 mRNA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특히 삼양그룹은 mRNA 치료제 개발에 있어 SENS가 지닌 강점이 명확하다고 강조한다. 시판 중인 유일한 mRNA 의약품인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지질나노입자(LNP)를 전달체로 활용한다. 다만 LNP는 정맥주사 시 간세포로 몰려가는 특성이 있어 간 독성 등 부작용 우려가 있다.
이와 달리 SENS는 간, 폐, 비장 등 원하는 조직의 특정 세포에 전달하도록 설계가 가능해 악효를 높이면서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범용성 또한 삼양그룹이 내세우는 SENS의 경쟁력이다. LNP는 생산 단계에서 mRNA와 혼합해 약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mRNA가 바뀔 때마다 공정도 바꿔야 한다. 반면 SENS는 사전 제작된 전달체에 mRNA를 섞는 방식으로 공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이로써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도 적합하다고 강조한다.
SENS 기술수출 그리고 이를 접목한 mRNA 신약개발. 이를 향한 삼양그룹의 태도는 상당히 진지하다. 신약이 삼양그룹의 확실한 미래먹거리로 낙점된 상황 속 의약바이오 분야서 성과 도출을 위해 사활을 다하는 분위기다.
3월 말 기준 의약바이오연구소 R&D 인력 75명 중 40명을 SENS프로그램 조직에 배치했다. 2022년 말 SENS프로그램 인원은 총 R&D 인력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33명이었다. 꾸준히 R&D 조직 규모는 물론 SENS 부서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데 주목된다.
작년 초엔 SENS의 첫 기술수출 성과도 올렸다. LG화학이 mRNA 기반 항암신약 개발을 개발하는 데 있어 삼양그룹의 DDS 기술을 활용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으면서다.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으로 LG화학으로부터 계약에 따라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수령한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mRNA 전달체는 글로벌 제약사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초기 단계 기술로 오랜 연구를 해 온 삼양홀딩스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최근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와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듯 당사 역시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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