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바이오 '선택과 집중' CDMO일수밖에 없는 이유 바이오 신사업 2곳 동시지원 불가, 유형자산 남는 '제조'에 방점
정새임 기자공개 2024-09-11 08:47:56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추진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선택과 집중'을 고심하고 있다. 헬스케어에서 힘을 빼고 위탁개발생산(CDMO)에 집중하는 방향이 그려지고 있다.바이오 신사업으로 헬스케어와 CDMO를 모두 가져갈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단위 자금이 필요한 의약품 생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출혈을 최소화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2년만의 결단은 그만큼 어려운 롯데그룹 재무사정을 고려한 것으로도 읽힌다.
◇계열사 사업 재검토하는 롯데그룹, 헬스케어 지속성 의문
롯데그룹은 8월 선포된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를 고민하고 있다. 두개 축인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두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 사업을 지속할 지 따져보고 있다. 검토 주체는 모회사인 롯데지주다.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2년만에 내린 결단이라는 데 주목된다.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모두 롯데지주의 자회사다. 각각 지분율 100%, 80%를 보유하며 압도적 최대주주 입지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0%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롯데헬스케어에 칼날이 드리워지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 롯데헬스케어 사업을 접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롯데지주는 공식적으로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지만 소문에 대해 부인하지도 않았다. 포트폴리오 정비 과정에 롯데헬스케어가 포함돼 있는 셈이다.
불과 4달 전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 확장에 한창이었던 롯데헬스케어의 사업 추진력도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했던 '눈바디AI' 서비스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결론이 난 건 아니지만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 방향성은 헬스케어가 아닌 CDMO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막대한 사업자금이 들어가는 바이오 사업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재무부담 커진 롯데지주, 헬스케어·CDMO에만 약 5800억 투입
롯데헬스케어는 롯데그룹이 강점을 지닌 B2C 인프라를 헬스케어와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자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통해서는 인수합병(M&A)과 신공장 건설로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바이오 사업에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결단이 필요했다. 롯데지주가 롯데헬스케어에 투입한 비용만 2년간 총 1200억원이다. 롯데헬스케어 법인 설립 당시 700억원을 출자하고 캐즐 론칭 직후인 지난해 10월 50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이 가운데 300억원은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다. 실질적으로 롯데지주가 롯데헬스케어에 출자한 돈은 1000억원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 지분을 쥔 일본 롯데홀딩스와 8대 2 비율로 출자를 진행해왔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투입된 총 5732억원 중 4587억원을 롯데지주가 책임졌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메가 플랜트 건설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수조원의 자금 투입이 예정 돼 있다.
롯데헬스케어가 자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자금까지 감당할 체력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지주의 총 차입금은 4조235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7751억원에 불과하다.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실적도 좋지 않다.
◇CDMO에 방점 불가피한 구조…힘 보탠 일본 롯데홀딩스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헬스케어가 아닌 CDMO로 향하는 건 불가피 한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양측에 발생한 초기 매몰비용부터 큰 편차를 보인다. 롯데지주가 롯데헬스케어에 쏟은 비용은 1000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투입한 금액은 4600억원으로 4배 넘게 차이가 난다.
올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1공장 착공이 추진된 터라 준공까지 사업을 멈출 수도 없다. 더욱이 롯데건설까지 연결된 사업인 만큼 사업을 중단하면 리스크가 전이된다.
1공장 건립 비용만 총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납입한 부지 비용을 제외해도 수천억원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 추가 대규모 증자가 불가피 한 상황에서 롯데헬스케어에 지원할 여력이 없다.
서로 다른 사업의 성격도 구조조정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도 분석된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산업은 실패 시 남는 자산이 없다. 롯데헬스케어가 그렇다.
이와 달리 CDMO는 제조업으로 공장과 부지라는 유형자산이 남는다. 이미 미국에도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진입장벽 측면에서도 벤처도 쉽게 뛰어들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보다 대규모 자금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CDMO가 더 유리하다는 계산을 해볼 수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가 함께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헬스케어를 지원한 적 없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 지분과 함께 출자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지주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시기 일본 롯데홀딩스는 바이오 투자를 위한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약 300억원의 CVC를 통해 투자수익은 물론 롯데바이오로직스 성장을 도모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애초 투자 대상을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연관된 항체의약품 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로 삼았다. 롯데지주의 자금지원능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일본 롯데홀딩스가 힘을 보탠 셈이다.
후계자로 꼽히는 신유열 전무가 롯데헬스케어가 아닌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적을 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펼치는 글로벌 사업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등 경영승계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계열사 사업 재검토 측면에서 롯데헬스케어의 사업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며 "검토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건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해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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