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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IPO 심사권한 '줄다리기'

손현지 기자공개 2024-10-08 13:54:44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7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감원 검사가 더 높은 산으로 남아있습니다."

얼마전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한 기업 CFO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가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오히려 한숨까지 내쉬며 당국 심사를 넘길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수주 계획이 들쭉날쭉한 상황이라 밸류에이션에 대한 챌린지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향후 몇 번의 정정신고서를 낼 각오를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올들어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는 잦다. 특히 6월께부터 빈도수가 많아지더니 이젠 다수의 기업들도 IPO 기간을 늦추거나 신고서를 수차례 수정하는 일을 디폴트 값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문제는 '기간 정정' 조치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국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때 단순 기재 오류에 의한 '기재 정정'이냐 아니면 중요 오류로 인한 '기간 정정'까지 가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 기간 정정 조치를 받으면 그 시점부터 다시 3주간 다시 심사를 받으며 일정을 늦춰야 한다.

이를두고 금감원이 거래소로부터 상장심사 권한까지 빼앗아오려 한다는 풍문도 파다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김이 워낙 쎄다보니 들리는 얘기"라며 "다수의 상장예비기업들이 거래소의 예비심사 보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더 난이도 높은 챌린지로 여기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소문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감독원이 IPO 심사 권한을 빼앗으려 한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던 얘기, 그러한 시도는 지속돼왔다"라면서 "오히려 감독원 측에서 이런 소문을 생산해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래 IPO 상장 심사 권한은 금융당국에 있었다. 상장(등록)과 기업공개(공모) 과정 모두 감독원에게 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자율성을 저해하고 이중심사 문제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일자 2000년 한국거래소로 신규 상장·등록에 대한 심사 권한만 넘겼다. '상장(예비심사)은 거래소, 공모(증권신고서)는 감독당국'으로 역할이 분담됐다.

IB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현재는 증권신고서만을 가지고 한정되게 IPO 심사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소에 넘겼던 업무를 다시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상장심사와 증권신고서 심사에서 중복되는 요소가 있는 만큼 양측의 줄다리기로 보기엔 애매한 측면도 있다. 모험자본 육성(거래소)도 필요하지만 투자자 보호(금감원) 역할도 필요하니 그 사이의 밸런스를 찾는 일은 난제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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