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우등생 KT, 경영성과서 타격…경영진 리스크도 '발목'[Weakness]③배당수익률 제외 경영 지표 '전멸'…구현모 전 대표 '쪼개기 후원' 논란
이기정 기자공개 2024-10-16 08:19:18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09: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이사회 평가 대부분 항목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지만 '경영성과'에서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였다. 본업인 통신 사업의 성장이 한계점에 다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신사업을 키워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이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의 사법 리스크도 KT 이사회의 종합 평가 점수를 깎아 내린 주범이었다. KT는 지난해 구현모 전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홍역을 치렀다. 이 영향으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변경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본업 성장 한계…AI 접합 신성장 동력 발굴 '잰걸음'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KT는 255점 만점에 193점을 받았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영역은 경영성과였다. 이사회 구조 및 운영방식과 기업의 실적·가치에 긍정적 영향이 미치는지를 보는 영역이다. 투자지표 4개, 성과지표 4개, 재무건전성 3개 등 11개 지표에 각각 5점씩 배점했다.
기준은 KRX 300 소속 비금융사(277개) 가운데 변수 최소화를 위해 지표값 상·하위 10% 기업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산정한 평균치다. 기준 수치 대비 20% 이상 아웃퍼폼(outperform)한 경우 만점(5점)으로 채점했다. 반면 평균치를 하회하면 가장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KT는 해당 지표에서 55점 만점에 15점, 평점 5점 만점에 1.5점을 각각 기록했다. △주가순자산비율 △배당수익률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 △총자산이익률 △부채비율 △순차입금 △이자보상배율 등 11개 지표에서 배당수익률을 제외하고 모두 최하점을 받았다.
전반전으로 경영지표가 부진한 이유는 본업 성장이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통신망 설치가 완료되면서 급격한 산업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같은 이유로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동일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KT가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경쟁사의 점유율을 뺏어오는 것이다. KT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전화 시장에서 가입자 수 기준 KT의 시장점유율은 28.5%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각각 48.4%, 23.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KT는 본업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 사물인터넷(IoT), 스마트모빌리티, 스마트공간 사업 등을 키우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사업 연관성이 적은 비핵심 사업군을 정리하면서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
◇평가개선프로세스 일부 미비…구 전 대표 2심까지 '벌금형' 확정
경영성과를 제외한 다른 5개 항목에서는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견제기능과 정보접근성은 만점을 받았고 구성과 참여도 항목에서도 5점 만점에 각각 4.6점을 얻었다. 다만 평가개선프로세스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35점 만점에 25점, 총점 5점 만점에 3.6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활동 및 사외이사 평가 여부 항목에서 점수가 높지 않았다. KT는 이사회와 이사회 내 위원회, 이사 개인에 대한 자기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사회 평가에서는 △역할과 책임 △효율성 △활동의 적정성 등 3가지를 평가한다. 개인 평가의 경우 △주의·충실 의무 이행 △적극적 활동과 참여 △기업가치 제고 기여 등을 평가 지표로 두고 있다. 다만 외부평가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감점이 있었다.
추가로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재선임 평가 지표로 활용하지 않아 관련 문항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KT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임기만료 이사에 대한 재선임 여부를 고려할 때 이사회 활동내역을 참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문성, 직업 윤리, 회사 기여도, 적극성 등을 판단 지표로 두고 있다.
지난해 구 전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관련 문항에서도 최저점을 받았다. 구 전 대표는 회사 돈을 상품권으로 세탁한 후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 받은 후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KT는 대표이사의 사법 리스크로 지난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구 전 대표의 경우는 이사회에 참여하기 이전 행위로 논란이 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사외이사의 문제가 없었기에 감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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