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인사 풍향계]계열사별 '내부출신 CEO' 선임 기조 강화될까임종룡 회장, 임원 사전합의제 폐지로 독립 경영 강조…외부 인사 영입에도 관심
최필우 기자공개 2024-10-23 12:55:13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1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사진)이 계열사 임원 사전합의제 폐지를 약속한 지 일주일 만에 규정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이 CEO를 인선하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CEO 인선에서도 독립 경영을 강화하는 기조가 이어지면 각 계열사의 내부 출신 CEO가 배출될 수 있다.현재 우리금융 계열사 14곳 중 10곳의 CEO는 우리은행 출신 인사들로 이뤄져 있다. 임 회장은 취임 당시 특정 계열사의 경우 해당 업계 전문가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M&A를 통한 합류를 제외하면 임 회장 영입 인사는 3명에 그친다. 임 회장이 키를 잡고 있는 자추위에서 외부 영입을 확대할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계열사 14곳 중 10곳 CEO 우리은행 출신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자회사 경영관리 규정을 손질해 지주 회장의 자회사 임원 사전동의제를 폐지했다. 자회사 임원 사전동의제는 계열사 CEO가 임원 인사를 할 때 지주 회장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사실상 회장이 계열사 임원 임명권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임 회장이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참여해 자회사 임원 사전동의제를 폐지하기로 한 지 일주일 만에 개정이 이뤄지면서 연말 인사에서 계열사 독립 경영 기조가 한층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말 개시된 우리금융 자추위는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7곳의 CEO의 연임 또는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금융 내에 지주 회장의 영향력이 막강한 건 우리은행장 출신이 회장에 오르고 측근 인사들에게 계열사 CEO 자리를 안분해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장이나 계열사 CEO에 오르지 못한 임원들에게도 계열사 임원으로 근무할 기회를 주며 우대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이같은 관행으로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부정 대출이 다른 계열사로 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계열사 CEO 인선을 단행하며 업계 전문가를 적극 중용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출신에게 부족한 각 업계 관련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는 전문가를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해당 방침에는 우리금융 조직 문화를 민영 금융회사에 걸맞게 바꾸겠다는 임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임 회장 취임 2년차가 마무리되고 있으나 우리은행 출신 계열사 CEO 인선 관행에는 큰 변화가 없다. 현재 14개 우리금융 계열사 중 10곳의 CEO가 우리은행 출신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대표,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최동수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대표,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김백수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 등이다.
각 계열사별로 CEO를 배출하지 못하는 형태는 우리은행 외 계열사 임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번엔 우리은행 출신 임원들 주도로 부정 대출 빌미를 제공한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인사 제도가 내부통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부 영입 인사 3명 뿐…'자추위원장' 임종룡의 선택은
임 회장 체제에서 외부 영입된 CEO는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 등 3명에 그친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도 우리금융 출신이 아니지만 옛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로 합류한 CEO로 임 회장의 영입 인사로 볼 순 없다.
14곳의 계열사 중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등 7곳이 올 연말 CEO 임기가 만료된다. 해당 CEO들은 현재 진행 중인 자추위 평가 대상에 올라 있다. 공교롭게도 7곳의 CEO 모두 우리은행 출신이다.
자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 회장의 의지에 따라 외부 영입 CEO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이다. 다른 금융지주는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계열사에 외부 출신 CEO를 영입하거나 내부에서 영전하는 형태로 CEO를 임명한 전례가 다수 있다. 임 회장은 외부 출신인 만큼 우리은행 임원들을 챙겨주는 식의 인선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인선 과정에서 임 회장의 인사 역량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임 회장은 취임 후 외부 출신 인재 영입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주와 은행에서 약진한 인사들이 모교 동문인 연세대학교 출신에 다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파격적인 외부 영입과 성과 중심의 계열사별 내부 발탁이 뒷받침될 때 임 회장의 리더십에 다시 힘이 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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