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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서학개미와 개인투자자 보호의 간극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4-11-18 08:19:01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5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투자자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금융기관과 정책은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지나치게 경색돼 있습니다. 이게 오히려 한국 주식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된다는 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화 된 금리 인상 이후 국내 벤처캐피탈의 최대 고민은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이었다. 지금은 하우스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엑시트(자금 회수)에 대한 고심이 더 깊어졌다. 될성부른 떡잎 시절부터 알아보고 투자한 기업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한들 엑시트(IPO 및 M&A) 기회가 열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까닭이다.

현재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에서 사실상 ‘나홀로’ 침체다. 코스피 2500선, 코스닥 700선이 깨지고 ‘대장주‘ 삼성전자가 4만원대로 하락하는 등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국내 증시 약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대어급 기업이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상장 심사를 자진 철회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와중에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7일 결제일 기준 1013억6571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더욱 가속화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장기간 박스권을 갇힌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장기간 끌어온 금투세(금융투자 소득세) 논란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좀비 기업을 가능한 빨리 퇴출해 국내 증시를 우량한 기업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오래 전부터 나왔다. 미국 증시에서는 최근 3년간 신규 상장한 기업보다 더 많은 수의 기업이 퇴출당했다고 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퇴출 당한 기업보다 신규로 상장한 기업 수가 월등히 많다. 한국에선 상장 폐지 되는 것이 신규로 상장하기보다 더 어렵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명목은 투자자 보호다.

공모주 시장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일반 투자자는 공모주에 투자한 뒤 매도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다. 반면 벤처캐피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통상적으로 1~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락업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보호 예수 기간이 설정되지 않으면 단기간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져 나와 주가 하락을 부추겨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실상은 다르다. 일반투자자들이 상장 당일 대부분 매도에 나서 차익 실현에 나선다. 공모주에 투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매각하고 또 다른 공모주를 찾아 떠난다. 반면 벤처캐피탈과 같은 장기 투자자는 펀드 만기 도래와 같은 현실적인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락업 제약이 없어도 오랜 기간 포트폴리오 기업과 동행하는 경우도 많다.

기관투자가의 락업 제약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벤처캐피탈의 주장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에 투자한 뒤 단기에 치고 빠지지 않게 장기 투자할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투자가든 일반투자자든 장기 투자가 늘어야 한국 증시가 튼튼해질 수 있다는 상식적인 논리에서 출발한 주장이다.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에 사로잡혀 서학개미만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국이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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