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 스토리]한중엔시에스, 'ESS 냉각시스템' 자동화 공정 첫 공개독자 생산라인 개발, 설비투자 '생산효율성 제고'
영천(경북)=김혜란 기자공개 2024-12-30 09:25:42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체 길이 200미터(m)의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대형 로봇 두 대가 쉬지 않고 움직이더니 물 흐르듯 연결된 자동화 설비를 타고 쿨링 플레이트(Cooling Plate)가 완성됐다. 두께 1밀리미터(㎜), 폭 400㎜, 길이 180센티미터(㎝)의 대형 알루미늄 박판 두 개가 용접되는 브레이징(용접) 라인이었다.지난 19일 찾은 경북 영천시 영천경제특구에 있는 한중엔시에스 1공장에선 에너지저장장치(ESS) 수랭식(배터리 주변에 물이 흐르는 관을 설치해 열을 식히는 방식) 냉각시스템 공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중엔시에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ESS 수랭식 냉각 시스템용 부품을 생산해 삼성SDI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국내 유일 생산기업이다 보니 공정도 모두 자체 개발했다. 한중엔시에스 영천 공장을 찾은 건 더벨이 처음이다.
특히 쿨링 플레이트의 브레이징 라인은 한중엔시에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전체길이가 200m에 달하지만 곡선구간을 넣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쿨링 플레이트는 배터리 셀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수가 흘러가는 길(유로)이 생성되도록 두 장의 알루미늄 박판을 용접해 만든다. 자회사 에이치제이퓨처(4공장)에서 알루미늄 판재를 가공해 1공장(본사)으로 반입하면 브레이징 라인에서 세척부터 용접, 검사, 적재까지 '원스톱' 공정이 이뤄진다.
쿨링 플레이트는 유로가 설계된 상판과 하판을 용접해 만들되, 공정에서 고도의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두 판 사이에 냉각수를 주입하는 주입구만 제외하고 완벽하게 누수를 차단하는 '리크(leak)' 방지 용접 기술이 대표적이다. 또 용접은 마치 오븐에 빵을 굽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이뤄지는데, 고온에서 접합된 제품이 냉각되더라도 어떤 변형도 없게 하는 공정 기술도 자체 개발해 자동화 라인에 녹여냈다.
성인 키만 한 대형 박판을 용접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한중엔시에스는 자동화 설비를 독자적으로 설계하면서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렇게 완성한 쿨링 플레이트를 밑바닥으로 한 직육면체 모양의 스틸 케이스(Steel case)에 소화모듈 등을 조립해 '모듈조립제품(Module Assy)'으로 만든다. 이후 고객사인 삼성SDI에 보내져 배터리 셀 수십 개가 담긴다. 즉 쿨링 플레이트 위에 배터리 셀이 올라가는 형태인데, 쿨링 플레이트 내 유로에서 냉각수가 순환하면서 배터리 열을 냉각해 발열을 제어한다.
쿨링 플레이트 사면에 판(하우징)을 붙이고 누수 여부 확인, 조립, 이물질 검사 등의 과정도 대부분 자동화됐다. 위에 뚜껑만 닫으면 모듈제품이 완성되는데, 플라스틱 뚜껑을 사출하는 시설도 자동화해 새롭게 구축했다. 지난 6월 24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면서 확보한 공모자금을 활용했다. 1공장 내부 장비는 대부분 신장비처럼 반짝였는데 2022년 말 새롭게 도입한 자동화설비라고 했다.
과거엔 공기(공랭식)로 배터리 열을 식혔다면, ESS 용량이 점점 커지면서 공랭식은 한계에 부닥쳤다. ESS 진화와 함께 배터리를 직접 냉매로 냉각하는 수랭식 냉각시스템은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1공장 다른 라인에선 쿨링플레이트에 물을 주입하는 배관인 매니폴드의 물이 새는지를 세밀하게 검사하는 장비가 돌아가고 있었다. 쿨링모듈과 매니폴드, 칠러(Chiller), 에이치백(HVAC)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수랭식 냉각시스템을 구현한다. 칠러는 냉각수의 온도를 관리하는 장치다. 에이치백은 인클로저 내부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제어해 결로를 방지한다. 칠러와 에이치백은 차로 3분 거리의 자회사(3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ESS 하나에 칠러는 두 개, 에이치백은 한 개씩 들어가지만, 쿨링플레이트는 수십 개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쿨링플레이트는 자동화설비를 도입했지만 칠러와 에이치백은 아직은 엔지니어가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추후 생산량이 확 늘면 역시 자동화공정으로 대체할 전망이다. 이렇게 완성된 모듈과 배터리, 랙(선반), 외함이 합쳐져 삼성SDI의 자체 ESS 인클로저(외함) 브랜드 'SBB(Samsung Battery Box)'를 구성하며, 미국과 유럽, 대만, 일본 등 ESS 발전단지로 수출된다.
ESS는 계속 진화한다. 한중엔시에스는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경기도 동탄연구소에 ESS 연구를 전담할 '제2연구소'를 설립, 확대개편하기로 했다.
김환식 한중엔시에스 대표는 "(ESS 배터리가) 니켈·코발트·망간(NCM)이 아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대체되더라도 여기에 적합한 수랭식 시스템 또한 선행 개발하며 글로벌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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