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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광물 규제 대응법]SK하이닉스, 관리 대상 확대·신속 사후 조치⑧10종 품목 모니터링, 미중 무역 분쟁 공급망 여파 주시

이민우 기자공개 2025-01-03 13:08:03

[편집자주]

텅스텐, 주석 등 주요 광물에 형성된 높은 고부가가치는 각종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된다. 비인권적 생산, 테러·내전 자금 조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미중 패권 경쟁으로 광물을 전략자원으로 삼아 수출을 통제하는 행태도 보인다. 앞선 분쟁들은 글로벌 연합체나 특정 국가 규제를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광물을 핵심 원자재로 쓰는 제조 업계는 사업 지속성을 위해 이에 끊임없이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국내 제조 기업들이 각종 광물 규제에 대응해온 발자취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분쟁·책임광물 관리를 위해 올해 모니터링 대상 범위를 대폭 넓히는 등 체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이미 구축한 조사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미준수 제련소를 공급망에서 즉각 제외하는 등 사후 조치에서도 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미중 분쟁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반발해 갈륨 같은 희토류의 미국 수출 금지에 나섰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중국 광물 수입 의존도가 높다. SK하이닉스도 상황 악화 시 공급망 재편을 다시 나서야 할 전망이다.

◇2030년까지 관리 광물 '12종' 확대, 알루미늄 등 추가

SK하이닉스는 올해와 지난해 분쟁·책임 광물 관리 실적을 적극적으로 쌓았다. 대표적인 개선점 중 하나가 분쟁·책임 광물 대상 범위 확대다. 2030년까지 관리 대상 광물을 12종까지 넓히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분쟁·책임 광물 관리 대상 범위는 총 10종으로 확장됐다. 기존 구축했던 광물 관리범위는 △3TG(탄탈륨, 금, 주석, 텅스텐) △코발트 △운모 등 총 6종이었다. 여기에 △알루미늄 △구리 △리튬 △니켈이 추가됐다.

관리 광물 범위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분쟁광물 조사 관리 시스템도 이미 구축했다. 연 2회 전체 원부자재 공급 협력사의 분쟁·책임광물 사용 현황 정보를 습득하고 이에 기반해 신속한 공급망 개선에 나서고 있다. 대중, 시장에게도 광물 사용 정보를 원산지 별로 맵핑해 데이터로 공개 중이다.

SK하이닉스 광물 공급망 제련소 별 위치 맵핑

구축한 조사 체계를 바탕으로 기존 공급망에서 책임 광물 프로세스(RMAP) 미인증 제련소를 42곳 찾아냈다. 발견 직후 이를 관련 협력사에 통보해 해당 제련소를 즉각 공급망에서 제외시켰다. 현재 보유 중인 242개 공급망 제련소는 모두 RMAP 인증을 받은 곳이다.

차후 자체 광물 관련 국가별 리스크 등급 기준을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다. 분쟁·책임광물 공급망 관리는 원산지를 분류하는 ‘분쟁 영향 및 고위험지역(CAHRAs)’에 기초한다. CAHRAs는 전쟁, 내전자금 조달, 아동노동 같은 다양한 비인권적 상황과 지정학적 문제 등을 고려한 지수에 기초해 등급을 나눈다.

현재 SK하이닉스 공급망 내 제련소의 CAHRAs 분류는 INFORM 위험 지수를 기반으로 산정돼 있다. 자체적인 CAHRAs 위험 등급을 마련하면 자사 사업 실정에 최적화된 형태로 제련소, 광물 공급망을 더욱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

◇중국, 미국 HBM 통제에 광물 제한 맞불…국내 반도체 '불안'

전사적으로 체계적인 광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최근 불거진 미중 무역 분쟁에선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같은 첨단 반도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미국, 중국 간 갈등이 공급망 영역으로도 점차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달 중국향 HBM 수출 통제를 발표했던 바 있다. 경쟁국인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 목적이다. 이번 통제는 미국산 장비, 기술을 사용해 제3국에서 생산된 HBM도 적용을 받는다. 반도체 특성상 미국 원천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에 SK하이닉스의 HBM도 통제 대상이다.

중국은 이에 즉각 반발해 주요 희토류의 미국 수출 제한에 나섰다. 첨단 반도체 원자재인 갈륨, 게르마늄 등의 미국 수출을 원천 금지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갈륨 수급을 최대 생산국인 중국에 크게 의존해왔다. 미국 수출 통제 조치로 관련 기업이 피해를 입으면 공급망 끝단의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SK하이닉스 공급망 내 존재하는 주요 광물 제련소 위치 역시 중국의 비중이 높다. 전체 242개 제련소 중 28%에 달하는 68곳이 중국에 소재를 뒀다. 텅스텐의 경우 중국 제련소 비중이 56%, 코발트도 57%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 대상 수출 금지 광물에서 텅스텐 등 널리 쓰이는 원재료도 포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될 경우 수출 제한 광물 범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앞선 조치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 공급망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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