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스팩 몰려가는 기업들…증권사는 '기대반 우려반'공모 부담 덜하지만 지분 평가손실 리스크도 '확대'
권순철 기자공개 2025-01-31 08:30:1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14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직상장 루트가 난항을 겪자 스팩(SPAC·특수목적인수회사)을 활용한 상장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패하거나 공모가격을 큰 폭으로 깎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증권사들에 스팩 상장을 문의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증권사 입장에서도 공모 부담이 덜한 스팩 상장에 공력을 쏟을 유인을 갖는다. 다만 하락장 국면에서는 평가손실이 확대될 리스크가 상존해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는 모양새다. 직상장 대비 보유 지분을 보다 오랫동안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회 상장로 '급부상'…증권사도 '반색'
2024년에는 예년만큼 스팩 합병이 활발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팩 합병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총 26곳으로 2023년(33곳) 대비 줄었다. 심사 문턱을 넘은 업체도 17곳에서 13곳으로 감소했다. 상반기 공모주 활황 속 합병 유인이 낮아진 데다가 심사 기조가 까다로워진 영향이 컸다.
올해는 사뭇 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모주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자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직상장과 비교해 공모 절차가 간소할 뿐더러 사전에 밸류에이션을 확정한다는 이점이 명확해 당장 공모 자금이 급하지 않은 회사들에겐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연초에는 기관들의 매수 스탠스가 일반적이라 공모 난이도는 한층 낮아졌을 것이란 기대도 상존한다. 다만 공모주 옥석 가리기는 여전해 밸류 부담이 있거나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기업으로선 모험을 감행할 인센티브가 낮다. 지금까지 7곳의 기업이 수요예측을 치렀지만 미트박스글로벌, 와이즈넛 등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실제로 스팩 합병을 염두에 두고 증권사와 전문 컨설팅 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요즘 수요예측을 성공적으로 끝내기가 어려워 스팩으로 상장하겠다는 곳들이 많아졌다"며 "시장 환경이 불안할 때는 스팩이 대안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도 스팩 합병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시장이 활황일 때 스팩 합병을 제안하는 것은 다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제반 환경 자체가 발행사로 하여금 직상장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회사의 펀더멘탈이 공모를 완주할 레벨은 아니라는 인식을 줄 우려도 있다. 반면 우회 상장 니즈가 강해진 지금은 보다 공격적인 오퍼가 가능하다.

◇하락장 국면 지속…평가손실 누적되자 '골머리'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스팩 합병은 증권사의 돈주머니를 쏠쏠하게 채워줄 수 있다. 설령 합병에 실패해도 껍데기 스팩 상장만으로 적잖은 수수료가 들어온다. 청약 단계에서 유입되는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증거금은 초단기 이자 수익도 보장해준다. 여기에 금리 인하 사이클은 스팩 투자 유인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증시 불확실성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상적인 중소형 스팩의 경우 증권사는 발기인으로 나서 주당 1000원에 전환사채(CB) 투자를 단행한다. 상장 후 주식으로 전환된 CB에서 발생하는 평가 이익은 몇몇 하우스의 IB 수익을 지탱할 만큼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하락장세에서 손해가 누적될 리스크도 커진다는 것이다.
스팩에 투자한 지분의 락업 기간이 직상장 딜을 주관할 때 떠안는 의무인수물량의 보호예수보다 길다는 점도 리스크를 고조시킨다. 코스닥 상장 규정 제69조에 따르면 스팩 주주들은 합병 상장일 후 6개월까지 보유 지분을 의무 보유해야 한다. 반면 일반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3개월 락업만을 적용받는다.
상승장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식시장 변동성이 심화되면 락업이 길수록 평가손실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힘들게 스팩 합병을 성사시켰지만 증시 침체로 평가 손실이 상당하다"며 "당분간은 스팩 합병 작업 속도를 조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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