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07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좀비기업 퇴출 으름장을 놓던 금융당국의 새해 행보가 섬뜩하다. 금융위원회가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던 날, 한국거래소가 대유의 상장폐지 철퇴를 내렸다. 거래재개를 위해 무려 20개월을 공들인 곳이다.대유는 퇴출되어야 할 기업일까. 그간 대유가 들인 노력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잔인한 면이 있다. 대유는 2023년 당시 대표의 배임혐의 발생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문제가 된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분을 내놨다.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코스닥협회가 추천하는 사외이사와 감사를 앉혔다.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를 세우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최대주주의 최대주주 구성까지 바꾸면서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코스닥사는커녕 어지간한 유가증권상장사도 갖추지 못한 지배구조 수준이다.
그래도 거래소는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기업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이 의심된다는 사유를 들었다. 이후 최근까지 상황은 안봐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됐다.
특수비료 전문업체 대유는 인기종목은 아니지만 좀비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3년간 매출이 600억원에서 700억원을 오갔다. 최근 영업이익률은 20%를 상회했다. 재무여건으로 따지면 상황은 더 좋다. 유동자산이 400억원을 넘고 앤디포스 보유지분까지 감안하면 여기에 200억원이 더해진다. 유동비율이 200%에 육박하는 회사는 코스닥내에서 찾기 힘들다. 부채비율은 20%로 차입부담도 없다.
코스닥 재무임원 사이에선 이 정도 여건이면 뭘 해도 먹고 살수 있는 곳으로 평가한다. 향후 실적까지 감안하면 기업의 계속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보다 못한 코스닥 기업이 수두룩하다.
문제는 거래소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했고 상장폐지로 의결했다는 발표 뿐이다. 어떤 점이 못마땅했는지 공시가 되지 않다보니 후발주자 또한 영문을 모른채 당할 뿐이다.
신기하게도 거래소는 한달뒤 심사에 들어온 알파홀딩스의 거래재개를 허락했다. 알파홀딩스의 거래재개를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소가 일관적인 잣대를 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알파홀딩스는 개선기간 내에 대주주 변경이 이뤄지지 못한 곳이다. 거래재개 직후 양수도계약을 마무리했다. 감사보고서 이슈가 발생했던 곳인데 지난해 온기 감사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심사를 통과시켰다. 과거 사업연도의 적정의견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는지 모른다.
서슬퍼런 거래소가 어떤 명분으로 관용을 베풀었는지 알 수 없다. 비료는 안되고 반도체는 되는 걸까. 개선기간 내에 뭘 더 훌륭하게 해내야 하는지, 어느 점이 만족스러웠던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상폐기준을 나스닥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했지만 '유연한 사고'까지 벤치마킹하진 않은 것 같다. 기업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일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 못하다. 금융당국 눈밖에 나면 그대로 정리매매 당해야 하는 현실은 잔혹하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상장폐지 사유가 납득이 안되다 보니 내홍과 분쟁으로 하세월하는 꼴이다. 금융당국은 상장폐지된 비상장사 거래를 위해 K-OTC 플랫폼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거래가 정상적으로 될리 만무하다.
금융당국이 좀비기업을 걸러내는 데 딴지를 걸 이유는 없다. 일벌백계 방식이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다만 기업 주식거래를 원천봉쇄해야 하는 건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상장폐지 심사에 융통성이 발휘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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