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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쇼크' VC 긴급 서베이]중국 정부가 만든 결과물…"생태계 고도화 본받아야"②응답자 63%, '국가적 지원' 배경 지목…한국도 R&D 지원 늘리고 인재 육성 필요

이기정 기자공개 2025-02-10 07:04:51

[편집자주]

중국이 챗GPT(ChatGPT)에 버금가는 성능을 지닌 딥시크(DeepSeek)를 출시하면서 글로벌 AI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형성됐던 AI 패권 지도에 균열이 생겼다. AI 관련 투자가 메가트렌드가 된 한국의 벤처 및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관측된다. 더벨은 국내 테크 전문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대상으로 긴급 서베이를 실시했다.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한국 AI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미래 투자 방향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6일 15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VC)은 중국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 기업 딥시크(DeepSeek)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을 꼽았다. 또 풍부한 자금과 공격적인 벤처투자업계의 투자 기조가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투자에 대한 VC업계의 인식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기존에는 대규모 투자 및 지원이 필요하기에 국내 벤처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개발이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이제는 저비용으로도 개발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이에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딥시크와 같은 AI 스타트업의 탄생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같은 스타트업을 육성하려 한다면 우선적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벤처 생태계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는데 중지가 모였다.

◇AI 기술력 격차 인정해야…공격적인 모험자본 공급 문화 '주목'

VC업계는 중국 정부의 AI 산업 육성 정책이 딥시크의 탄생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서베이 결과 '중국에서 딥시크와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약 63%가 이같이 응답했다.

실제 중국은 2021년 '14차 5개년 규획'을 발표하며 AI와 신소재, 양자정보 등을 미래전략기술로 지정한 후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미래산업 혁신발전' 목표를 제시하며 LLM 발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이같은 행보에 나서는 이유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목적이 크다. 리창 중국 총리는 ‘AI 플러스 행동'이라는 국가정책방향을 제시하며 AI와 다른 산업군과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 정책에 '플러스'를 넣는 경우는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인터넷, 로봇 등 산업의 정책에 플러스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로 글로벌 AI 생태계 내 중국의 위상도 높은 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행한 '우리나라 및 주요국 인공지능(AI) 기술수준의 최근 변화 추이'에 따르면 중국의 AI 분야 기술 수준은 2022년 기준 미국(100%) 다음으로 높은 92.5%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92.4%)에 이어 88.9%로 4위를 차지했다.

VC업계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AI 인재 풀과 기술력 향상'이 딥시크의 탄생에 영향을 줬다는 응답이 60.5%로 정부 지원 영향 다음으로 높았다. 또 미국과 경쟁하는 역학구조가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약 16%로 적지 않았다.

특이점은 중국의 벤처투자 환경이 AI 기업을 육성하는데 적합하다는 의견도 많았다는 것이다. 약 23%가 이같이 응답했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지원뿐 아니라 민간 자금이 공격적으로 벤처투자 시장에 유입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설문에 응답한 한 VC 대표는 "중국은 정부 자금을 제외하더라고 상장사들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기업에서 투자에 나서다보니 리스크가 높은 산업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의 전문 분야도 반도체, 부동산 등으로 다양해 보다 대부분 섹터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권 출자자(LP)가 많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국내 벤처투자 환경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은 존재했다. 다른 설문 응답자는 "이미 오픈AI 등 파운데이션 모델이 공개된 가운데 만들어진 성과로 다른 기업들도 AI 학습에 필요한 자본만 있다면 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저비용으로 개발 가능성 인정…실패해도 용납하는 분위기 조성해야

딥시크의 등장은 AI 투자에 대한 업계의 인식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국내에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 어렵다는게 중론이었다. 미국 오픈AI 등 사례를 보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그만큼 국내 벤처 생태계에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서베이 결과 약 37%가 이같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기존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고 응답한 곳은 약 35%를 차지했다.


또 다른 VC의 임원은 "딥시크의 등장은 그동안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글로벌 빅테크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여만 가능하다는 인식을 깼다"며 "향후 얼마든지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딥시크와 같은 기업은 탄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VC는 약 30%로 많지 않았다. 이들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려면 중국과 같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응답 결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AI 인재 육성에 힘써야 한다는 답변이 약 70%를 차지했다.

또 다른 한 VC의 대표는 "AI에 대한 지원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벤처투자 생태계 역시 중국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권장하고 있지 않아 실제 파운데이션 모델에 투자하려는 하우스는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내수 시장이 작아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카카오와 네이버, KT 등 국내 테크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일각에서는 AI 인재들이 실패해도 용납해주는 투자 생태계 문화를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도 나왔다.

◇ 더벨은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구글폼을 통해 국내 벤처캐피탈리스트 70명에게 서베이 응답을 요청했다. 서베이에 응답한 참여자는 모두 43명이다. 이 가운데 VC CEO 및 CIO 응답자는 총 15명이다. 나머지는 테크 투자에 정통한 시니어 심사역이다. 답변은 하나의 질문을 응답자가 복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서베이 참여 벤처캐피탈=데브시스터즈벤처스, 구나인베스트먼트,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메타인베스트먼트, 소풍벤처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스틱벤처스, 시너지IB투자, 에이벤처스, 에이스톤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엔브이씨파트너스,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케이런벤처스, 코메스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퀀텀벤처스코리아, 키로스벤처투자, 키움인베스트먼트,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하나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 BNH인베스트먼트, CJ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IBK벤처투자, JB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KT인베스트먼트 △NH벤처투자 △SBVA △SJ투자파트너스, SV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UTC인베스트먼트(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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