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포트폴리오 점검]HD현대미포, PC선·LPG선 타고 하반기 '질주'⑦대형사 대비 늦은 고선가 흐름 반영, 중장기 호황 기대…지원선까지 수주 '청신호'
허인혜 기자공개 2025-02-25 07:10:17
[편집자주]
2025년에도 조선업 호황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호황의 수혜가 모든 조선사에게 공평하게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70년대·00년대 찾아온 1·2차 슈퍼사이클과는 다르다. 선박의 폭이 넓어진 만큼 글로벌 수요와 공급도 부문별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공통적으로 저가 수주 시대를 끝내고 고마진 선박으로 도크를 채웠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각자의 세부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따라서 이번 호황기 선종별 수주량을 예측하고 각사별 주요 포트폴리오를 진단하면 기업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더벨이 국내외 기관과 업계가 조망한 조선업계 수주 전망을 살펴보고 각사별 포트폴리오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1일 14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미포는 지난해 영업이익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 HD현대미포는 글로벌 1위 중형선박 조선소로 꼽힌다. 최근 조선업계 호황기를 이끈 고부가가치 선박이 초대형 VL급·LNG선이다보니 체급이 맞지 않아 훈풍을 제대로 타지 못했다.시장은 2025년 이후 수익성에 주목한다. 중소형 선박의 신조선가 상승세가 2024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HD현대미포는 신조선가 상승만 기다리지는 않았다. 연간 신규 수주 흐름을 보면 컨테이너선 중심에서 수익성이 좋은 PC선과 LPG선으로 체질을 개선해 왔다.
상반기 저가 수주분 인도가 마무리되면 하반기부터 선속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주력으로 판매할 슬롯은 2~3년후 납기할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그만큼 중장기 호황을 기대할 만하다.
◇올해 상반기 저마진 물량 '소화 끝', 신조선가 상승 중
HD현대미포의 주력 선종인 중형석유화학제품운반선(MR)의 신조가는 2023년에는 잠잠한 흐름을 보였다. 때문에 건조와 인도에 맞춰 시간차를 두고 반영됐던 2024년 실적은 눈에 띄지 않았다. 턴어라운드는 했지만 하반기까지도 시장의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수준이었다. 4분기 시장 예상치는 영업이익 599억원이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469억원에 그쳤다.
2022~2023년 이미 이를 우려하는 리포트가 나왔다. 연내 수주목표는 빠르게 달성 중이지만 저수익 선박 건조가 한동안 지속됐다는 지적이었다. 중국 조선사들의 진입이 워낙 빨랐기 때문에 가격방어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여전히 2022년, 2023년 수주한 물량이 60%를 차지한다.
시장에서는 2024년 중형선 신조선가 상승세에 주목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의 2024년 상반기 중형조선사업 동향 보고서를 참고하면 지난해 상반기 중형벌크선의 신조선가는 선형에 따라 다르지만 모든 구간에서 증가세였다. 국내 중형선박 수주량의 8할이 HD현대미포의 성과이기 때문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HD현대미포가 수주한 저마진 피더선(중소형 컨테이너선)이 2025년 상반기 모두 인도될 것으로 봤다. 이 이후 매출액에는 신조선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이후 수주한 계약고들이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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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선 비중 축소, P/C선·LPG선 반복건조 노린다
HD현대미포는 신조선가 상승만 잠자코 기다린 게 아니다.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이뤘다. 최근 4년간의 연간 신규수주 흐름을 보면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줄고 PC선과 LPG선 수주가 늘고 있다. PC선 비중이 높아지면 반복건조에 따른 원가 하락도 기대할 수 있다. LPG선도 마찬가지다.
최근 4년간의 수주 및 수주잔량 상세내역을 보면 2021년에는 PC선과 LPG선 신규수주보다 컨테이너선의 수주량이 더 많았다. 2022년에는 컨테이너선의 수주가 더 확대돼 신규수주 기준 PC선이 27척, 컨테이너선이 43척, LPG선이 5척을 기록했다.
변화가 감지된 건 2023년부터다. 신규수주를 기준으로 PC선이 38척, LPG선이 11척이었는데 컨테이너선은 5척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확연하게 PC선의 비중이 높았다. 2024년 한해동안 PC선은 62척을 수주했다.
수주잔량도 자연스럽게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 2021년 수주잔량을 보면 PC선이 58척, 컨테이너선이 40척, LPG선이 32척이었다. 2023년 역전됐다. 2024년 말 PC선 수주잔량은 116척, LPG선은 32척, 컨테이너선은 12척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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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전망은…견조한 PC선 수요·특수선 지원선 시장도 열린다
중형 선박의 수요 전망은 어떨까. HD현대미포의 주력선인 PC선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PC선 수요 상승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를 잠재울 만큼 중동발 수출 물량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에서 석유화학 공장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정세에 따른 수혜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특수선 부문의 서브시장 수요가 전망된다. HD현대미포가 함정을 건조하지는 않지만 특수선이 늘면 늘수록 지원선인 MR 등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는 예측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전투함 신조보다 전략상선단의 지원선 (확대가)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HD현대미포가 HD현대중공업이나 한화오션보다 먼저 미국 수주 소식을 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제재도 기회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초대형 선박의 경우 중국이 아직 국내 조선사들을 따라잡지 못했지만, 선박의 크기가 작을 수록 중국의 진출도 빨라 경쟁이 심화됐었다. 미국 상선들의 중국 조선사 기피와 함께 글로벌 선사들의 자발적 배제가 더해지면 HD현대미포의 기회도 커질 수밖에 없다.
HD현대미포는 올해 수주 가이던스로 38억달러를 제시했다. 연초 LNG벙커링선 수주로 이미 10%를 달성했다. 선종에 주목할만 하다. LNG추진선 시장이 성장하면서 LNG연료를 공급하는 LNG벙커링선의 수주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 분야에서는 중형 조선사들이 선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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