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11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의 모멘티브 인수는 어떻게 기억될까. 평가는 상이하다. 건자재에서 실리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신의 한수'이거나 과도한 지출로 재무건전성을 떨어뜨린 '승자의 저주'이거나. 기업경영에 정답이 있겠나.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자에 무게가 실린다.주된 이유는 실적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건자재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졌다. 적자를 면하면 선방한 상황. 이 와중에 KCC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배가 됐다. 건자재는 부진했으나 도료와 실리콘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빛을 발했다.
신사업에서 성과가 났다는 점도 힘을 싣는다. 건자재업계는 최근 뒤늦게 신사업을 찾고 있다. 수익성이 부진하니 관련 투자에 소극적이다. 2년째 미래먹거리를 찾고만 있는 기업도 있다. 신성장동력을 찾아도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모멘티브 인수가 선제적 대응이자 성공적 투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여론도 변하는 모양새다. 한 건자재기업 관계자는 "KCC가 모멘티브를 인수했을 당시에 너무 비싸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매출 70%가 실리콘에서 나온다"며 "지금 (업계에서 홀로 잘 나가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라 믿었던 이들은 생각을 바꾸고 있다.
KCC 내부 분위기에서는 모멘티브 인수를 신의 한수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KCC는 작년 인사에서 C레벨 직제를 도입해 임원진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했다. 역대급 실적에 안도하지 않고 올해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에서 성공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승자의 저주라는 평을 지우려는 듯하다. KCC는 이번 인사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신설했다. 모멘티브 인수 이후 늘어난 차입부담을 개선할 책임자를 지목한 셈이다. KCC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KCC의 모멘티브 인수가 신의 한수가 될지 승자의 저주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재무체질 개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눈으로 보이는 실적, 업계 관계자들의 달라진 평가, 보수적이었던 조직 내부의 변화를 종합해보면 성공의 역사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KCC가 마지막 과제까지 완수해내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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