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28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땅속으로 지하철과 GTX, 통신망과 수도관 그리고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것들이 파묻혀 있는데 공사는 계속되고 있어요. 설계나 공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기간시설 전반에 대한 접근이 다시 한번 바뀌어야 할 시기입니다."최근 한 토목 엔지니어링사 임원과 잇따른 싱크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들은 말이다. 수십년간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근무하면서 최고 권위인 기술사에 오른 그는 내부 임직원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과거에도 땅속을 알기란 쉽지 않았지만 최근 많은 것들이 지하에 묻히면서 설계 및 공사 변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과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등은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하 공사 과정에서 누수로 유출된 토사 영향이란 평가가 나온다. 토목 엔지니어들이 지하 공간에 대한 전면 진단과 설계 기준에 대한 강화 등을 주장하는 이유다.
뒤늦게 정부가 전국 대형 굴착공사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 점은 다행이지만 엔지니어들은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고층 건물들이 밀집한 도심은 지하를 깊게 판 데다 지하철이나 통신망, 수도관 등이 얽힌 탓에 땅속은 곳곳이 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공간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이라 난개발도 많다고 한다.
사실 엔지니어들의 이런 목소리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엔지니어 목소리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많은 현장이 시간과 돈을 아껴 공사를 빨리 마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한 것도 한몫했다.
그나마 최근 연이어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엔지니어들의 목소리가 힘을 받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토목 엔지니어들은 향후 지하뿐 아니라 상하수도나 도로 등 전반적인 기간 시설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특히 기후위기로 태풍이나 홍수, 강풍 등의 강도가 예년과 달라지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전 서울 강남에선 기록적인 폭우가 단시간에 쏟아지면서 처리할 수 있는 강우량을 초과해 침수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들이지만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싱크홀 발생이 빈번해지자 지하 개발 안전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불과 10여년 전인 2014년에도 서울 잠실 일대에 잇따라 싱크홀이 발생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에도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나섰지만 똑같은 일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지하 안전을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반 탐사와 굴착 공사장의 안전관리 강화 등에 나섰다.
설계와 진단, 나아가 대책 마련까지 기존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산업이 토목 엔지니어들이 아닐까. 국내 기간시설 구축에 한 축을 담당했던 토목 엔지니어들이 다시 한번 일어설 시간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바이오솔루션, 중국 의료진 대상 ‘카티라이프’ 시술 시연
- 산업은행 손잡은 한국증권, 조단위 블록딜 '마수걸이'
- [HB그룹은 지금]종합엔터 거듭난 HB엔터, '중국자본 동행' 기대감
- [thebell interview]"래블업, AI 스케일업 손쉽게…필수 인프라 될 것"
- 세라젬, 조용준 전 플러그앤플레이 한국 대표 영입
- [코스닥 오버행 리스크 체크]옵티코어, 주가반등하자 CB 투자 엑시트 '우르르'
- [코스닥 신사업 '옥석가리기']매각 급한 다보링크, 폐배터리 미래 먹거리 '글쎄'
- [유니콘 톺아보기]KCD, '한국소호은행' 출자 위한 투자유치 언제 나설까
- [모태 2025 1차 정시출자]모태펀드 영화계정 GP 전원 탈락…재공고 효과 있을까
- S&S인베, 온플랫폼 투자 손실…고강도 자구책 마련
신상윤 건설부동산부 차장의 다른 기사 보기
-
- [thebell desk]토목 엔지니어가 본 '싱크홀'
- [디벨로퍼 분양 인사이드]지우개발, 다시 맞잡은 '힐스테이트' 결과에 울상
- [디벨로퍼 분양 인사이드]일신건영, 올해 첫 사업 '원종 휴먼빌 클라츠' 띄운다
- [건설리포트]삼성E&A, 수소·친환경 플랜트 도약 채비
- [건설산업 스몰캡 리포트]'회생 철회' 이화공영, 대주주 매각 가능성 열렸다
- [2025 건설부동산 포럼]"해외 도시개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경험 필요"
- [디벨로퍼 리포트]원건설그룹, 부동산 개발 성과에 '종합감리' 구조조정
- [건설리포트]'사상 첫 매출 1조' 대보건설, 풍족한 수주잔고 '웃음꽃'
- [건설사 추정 수익·원가 분석]한화 건설부문, '이라크'가 메꾼 국내 수익성
- [thebell interview]김한영 한국종합기술 대표 "지속가능한 발전 방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