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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토목 엔지니어가 본 '싱크홀'

신상윤 건설부동산부 차장공개 2025-04-29 07:44:09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8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땅속으로 지하철과 GTX, 통신망과 수도관 그리고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것들이 파묻혀 있는데 공사는 계속되고 있어요. 설계나 공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기간시설 전반에 대한 접근이 다시 한번 바뀌어야 할 시기입니다."

최근 한 토목 엔지니어링사 임원과 잇따른 싱크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들은 말이다. 수십년간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근무하면서 최고 권위인 기술사에 오른 그는 내부 임직원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과거에도 땅속을 알기란 쉽지 않았지만 최근 많은 것들이 지하에 묻히면서 설계 및 공사 변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과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등은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하 공사 과정에서 누수로 유출된 토사 영향이란 평가가 나온다. 토목 엔지니어들이 지하 공간에 대한 전면 진단과 설계 기준에 대한 강화 등을 주장하는 이유다.

뒤늦게 정부가 전국 대형 굴착공사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 점은 다행이지만 엔지니어들은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고층 건물들이 밀집한 도심은 지하를 깊게 판 데다 지하철이나 통신망, 수도관 등이 얽힌 탓에 땅속은 곳곳이 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공간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이라 난개발도 많다고 한다.

사실 엔지니어들의 이런 목소리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엔지니어 목소리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많은 현장이 시간과 돈을 아껴 공사를 빨리 마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한 것도 한몫했다.

그나마 최근 연이어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엔지니어들의 목소리가 힘을 받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토목 엔지니어들은 향후 지하뿐 아니라 상하수도나 도로 등 전반적인 기간 시설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특히 기후위기로 태풍이나 홍수, 강풍 등의 강도가 예년과 달라지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전 서울 강남에선 기록적인 폭우가 단시간에 쏟아지면서 처리할 수 있는 강우량을 초과해 침수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들이지만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싱크홀 발생이 빈번해지자 지하 개발 안전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불과 10여년 전인 2014년에도 서울 잠실 일대에 잇따라 싱크홀이 발생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에도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나섰지만 똑같은 일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지하 안전을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반 탐사와 굴착 공사장의 안전관리 강화 등에 나섰다.

설계와 진단, 나아가 대책 마련까지 기존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산업이 토목 엔지니어들이 아닐까. 국내 기간시설 구축에 한 축을 담당했던 토목 엔지니어들이 다시 한번 일어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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