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창투의 시프트업]사상 최대 영업익 달성, 포트폴리오 리스트럭쳐의 힘②영화 접고 딥테크 집중…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에 베팅
이수민 기자공개 2025-05-14 09:27:57
[편집자주]
대성창업투자는 2023년 정책금융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반납한 후 펀드레이징 페널티를 받는 등 악재를 겪었다. 후폭풍으로 상당 기간 고전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과 달리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 방증이다. 수년 전부터 펀드 대형화를 이끌고 포트폴리오 리스트럭쳐링을 진행한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대성창투는 퀀텀점프를 위해 올해 신규 펀드 결성에 시동을 건다. 대성창투의 시프트업 준비 과정과 향후 행보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2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성창업투자가 과감한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기존 영화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2차전지 등 딥테크 분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한 전략이 주효했다.
회사는 최근 기술 중심의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해 왔다. 수익성이 낮은 포트폴리오 투자 비중을 줄이고 미래 산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딥테크 투자로 전환…수익성 강화 전략
대성창투 포트폴리오 전환의 중심에는 2022년 말 결성된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이 있다. 해당 펀드는 11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대성창투 설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펀드다.
펀드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현하는 주요 기반기술 관련 중소·벤처기업에 약정총액의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기반 기술로는 확장현실(XR), AI, 데이터, 네트워크,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이 있다. 이와 별개로 펀드 자금의 40% 이상은 메타버스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M&A(기업 인수·합병)를 위한 매수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조합 결성 이후 대성창투의 딥테크 투자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이 펀드로 대성창투는 래블업과 큐노바에 투자했다. 래블업 투자를 위해 대성창투는 2023년 4월 105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에 LP(유한책임출자자)로 참여했다.
래블업은 AI 학습 및 서비스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반도체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돕는 ‘백엔드AI’를 개발한 기업이다. 당시 LB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함께 투자했다.
대성창투는 2023년 6월 국내 최초 양자 컴퓨팅 소프트웨어 기업 큐노바에도 투자했다. 큐노바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신소재 및 신약 분야에 혁신적인 양자 신물질 디자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성창투는 딥테크 투자를 이어갔다. 대표적인 투자 기업으로는 △모빌린트 △이티에스 △뷰런테크놀로지 등이 꼽힌다. 대성창투는 지난해 1월 AI 반도체 스타트업 모빌린트의 시리즈B 라운드에 참여했다. 이 라운드는 총 200억원 규모로, 모빌린트는 설계부터 소프트웨어까지 AI칩 토탈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해 6월에는 2차전지 조립 장비를 공급하는 이티에스, 9월에는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뷰런테크놀로지에 각각 투자를 단행했다.
대성창투는 2016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했다. 비트코인 시장이 호황을 맞은 2021년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이후 대성창투는 수익성이 낮은 영화 산업에서 점차 발을 빼고 딥테크 등 신기술 분야로 투자 무게 중심을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세컨더리 펀드의 성과도 대성창투의 딥테크 투자 기조를 강화하게 했다. 대성창투는2023년 ‘대성 세컨더리 투자조합’을 청산하면서 내부수익률(IRR) 34%를 기록했다. 크래프톤, 두나무 등 알짜 구주가 다수 포함된 펀드였다.
해당 펀드는 250억원 규모로 조성돼 총 1150억원을 회수하는 성과를 냈다. 대성창투는 이 같은 회수 실적을 기반으로 신규 전략에 대한 확신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김영훈 대성창투 회장은 평소 딥테크 분야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창투 관계자는 “김 회장은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해 딥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콘텐츠 강자였지만…지난해 영화 투자 ‘0곳’
대성창투는 전통적으로 문화콘텐츠 분야 지분 투자, 프로젝트 투자에 강점이 있는 하우스였지만 지난해 투자한 영화 프로젝트는 한곳도 없다. 대성창투는 영화 관련 펀드가 모두 소진된 점을 이유로 꼽았다.
대성창투 관계자는 “영화 투자는 수익 실현이 쉽지 않은 구조여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 영화 전용 펀드를 신규 결성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성창투는 2023년 모태펀드 문화계정과 성장금융 주관 중견기업혁신펀드에서 GP로 선정됐지만 출자자 모집 실패로 자격을 반납했다. 이에 따라 모태펀드에서는 1년간, 성장금융에는 3년간 참여할 수 없다.

현재 회사가 운용 중인 영화 특화 펀드는 '신한은행-대성 문화콘텐츠펀드', '대성굿무비펀드' 등 두 개뿐이다.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결성된 펀드로 주목적 투자 대상에 한국 영화가 포함돼 있다. 운용 기간이 4년이 넘은 만큼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은 사실상 고갈된 상태다.
신한은행-대성 문화콘텐츠펀드는 70억원 규모로 결성된 펀드다. 대성굿무비펀드는 대성창투가 지난 2018년 2차 모태펀드 정시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120억원을 지원받아 170억원 규모로 결성한 펀드다. LP로 영화 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와 투자 전문 업체인 '스탠더스'가 각각 20억원씩 출자했다. 대성창투가 10억원을 투자했다.
영화 투자가 사라진 배경에는 자금뿐 아니라 조직 개편도 영향을 미쳤다. 문화콘텐츠 투자를 담당하던 인력의 이탈도 영향을 미쳤다. 영화 투자 전성기를 이끌어 왔던 박근진 전 대표는 지난해 사임했다.
대성창투의 콘텐츠투자그룹을 이끌던 김범석 그룹장은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부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콘텐츠투자그룹은 벤처투자2본부로 개편됐다. 기존 영화 투자 중심의 펀드 운영 인력 대부분이 이탈하면서 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도 조직 내에서 약화된 상태로 풀이된다.
대성창투는 2022년만 하더라도 영상, 게임 업종으로 분류되는 기업에 지분 투자 또는 프로젝트 투자 건수는 10건으로 전체(27건)의 37%를 차지했다. 투자 금액은 51억원으로 20% 수준이었다.
2023년에는 문화콘텐츠 기업 3곳에 55억원을 투자했다. 건수와 금액 비중이 전년 대비 각각 16%, 13%로 축소했다. 대성창투가 투자한 2023년 개봉작은 △노량(2023년 12월·457만명) △3일의 휴가(2023년 12월·52만명) △보호자(2023년 8월·12만명) △롱디(2023년 5월·4만명) △드림(2023년 4월·112만명) 등이 있다. 이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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