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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유가와 위험한 게임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 공개 2008-07-14 14:55:50

이 기사는 2008년 07월 14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외환시장의 달러매수 세력에 대해 강력한 포문을 열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은 저가매수 적정 레벨로 여겨지던 1020원도 무너뜨리고 환율을 두달여만에 세자릿수로 끌어 내렸다.

지난 7월 6일 청와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외환정책 수장은 3자회동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 의지를 천명했고, 한 주 동안 NDF(차액결제선물환) 개입까지 고려할 경우 100억달러에 가까운 달러 매도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145달러까지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던 국제유가는 때마침 135달러로 하락하면서 당국의 매도개입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물론 당국이 개입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유가가 급락한 날에 50억달러가 넘는 달러를 쏟아 부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시장개입이 5월 중순~6월까지 행해진 개입과는 달리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6월까지의 개입 효과가 미미하였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당국의 개입을 과소평가 하였고 둘째, 당국이 단기간에 대규모 달러 매물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며 셋째, 기획재정부 단독 개입에서 재정부와 한은의 공조 개입체제로 전환되면서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기 때문이며 넷째, 때마침 국제유가가 고점 대비 10달러가량 하락하는 등 외부변수가 협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장개입으로 금융시장이 혼란해지고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서 외부의 외환공격이 감행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부의 외환정책과 관련해서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은 이번 매도 개입의 필요성과 방법보다는 새 정부 초기 대외균형을 위해 물가안정을 희생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정책 방향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높은 인플레 압력을 낮추기 위해 자국 통화절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외균형을 위해 원화 절하(환율 상승)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 이미 약세 기조로 전환된 원화가치를 추가적으로 떨어뜨리는데 일조했고 최근에는 본격적인 원화 약세 베팅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물론 최근 원화 절하(환율 상승)가 경상수지를 일정 부분 개선시키고 있다. 수출증가율이 20% 후반으로 높아지고, 지난해 월간으로 20억달러를 넘나들던 서비스수지 적자는 올들어 그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 들고 있다. 하지만 원화 약세 심화로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원화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무려 5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단기외채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대외부채의 40%를 상회한데다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고 그동안 원화 절상률이 높아 상대적으로 원화의 절하 여지가 있다는 점, 경제 수장의 외환위기 직접 경험들이 이러한 정책방향의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대외균형의 중요성 역시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이 인플레이며, 특히 우리나라가 이에 취약하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점, 환율에 대한 입장 선회로 현재 커다란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고환율정책에 대한 비판에 동의한다면 현재의 매도개입 자체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환율 상승 기대 심리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차원에서의 매도개입의 불가피성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그렇다고 해서 당국의 매도개입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외환당국은 얼마나 더 치솟을지 모르는 유가와 위험한 게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개입이 위험한 이유는 조절할 수 없는 대외변수가 게재되어 있기 때문이며, 달러 매도개입 재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외변수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그 대가가 커질 위험을 안고 있다.

지난 2003~2004년의 대규모 달러 매수 개입과 비교할 때 이번 개입의 승리 가능성은 다소 높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달러 매수 개입은 물밀듯이 밀려오는 달러 공급에 의해 가중된 환율 하락압력을 당국이 무리하게 틀어막다가 2004년 4분기부터 한꺼번에 원화 절상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원화가 절상되는 것이 명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원화의 절상을 막음으로써 실패가 예견되어 있었으며 시장 참여자들이 지나치게 당국의 개입능력을 믿었던 점이 오히려 1140원의 방어선이 뚫리자 대규모 손절매물로 연결되면서 환율을 단기에 급락시켰다.

다만 매수개입은 원화자금 집행만 가능하다면 개입실탄이 당국의 의지대로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1년여 가까이 환율을 틀어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현재의 매도개입은 개입의 재원, 즉 투입할 수 있는 물량의 한계가 알려진 상태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훨씬 불리한 반면, 향후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지 여부는 국제유가라는 대외변수에 의해 가변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지난 3월 950원 상향 돌파를 계기로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의 포지션 상황이 급반전되었고, 이러한 상황 자체가 이미 하나의 환율 상승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개입 시점상의 위험성은 다소 낮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필리핀, 인도와 함께 아시아에서 유가 상승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가 상승에 특히 취약한 이유는 높은 원유 수입 의존도에 의한 달러 수요 급증, 최근 원자재 가격와 주식시장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깨져 원자재 가격 상승시 국내 주가 하락, 외국인 주식 매도 관련 달러 수요, 해외펀드의 NAV(순자산 가치) 감소에 따른 선물환 매수를 통해 달러 수요가 증가하며, 또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글로벌 경기의 위축을 가져와 우리나라의 수출수요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환율의 흐름은 연내 170달러, 200달러 혹은 투기포지션 청산시 80달러대도 가능하다는 커다란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전망이 난무하고 있는 국제유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향후 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경우 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가 시장에 먹힐 수 있는

반면, 유가가 최고치 경신을 이어갈 경우 개입재원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당국의 개입이 환율의 상승 기조를 돌려 놓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 당국의 개입 전략과 관련해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환율 상승 재료가 축적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과도하게 환율을 내리 누를수록 언젠가는 환율 상승 압력이 한꺼번에 분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환율 상승 재료가 강한 시점에는 얼마간의 환율 상승 시도를 인정해 주면서, 환율 하락 재료가 강한 시점에 적극적인 매도개입을 하는 것이 시간도 벌고 개입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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