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기사는 2008년 09월 08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월 금융시장 위기설로 온 나라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도대체 9월 위기설의 배경이 뭐길래 이렇게 큰 혼란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차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9월 위기설의 배경은 단순하다. 9월 중 외국인 채권 만기가 약 8조원 이상 도래하는데 (이중 중도 매각으로 실제 7조원 수준) 외국인이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고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에 위기가 온다는 말이다. 우리는 통상 외국인이 국내 자산을 팔고 빠져나가면 환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해당될까? 80% 수준 이상의 외국인 채권 매수거래는 재정거래 목적이다. 외국인이 달러를 Libor에 조달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Libor에 조달한 달러를 통화스왑시장 (1년물 기준) 에서 운용한다면 그 대가로 원화를 1년 IRS(금리스왑) 금리 228bp (9월4일 1년 통화스왑 베이시스 미드 값 기준) 수준에 조달할 수 있다. 이렇게 조달한 원화자금으로 다시 1년짜리 통안채를 매수한다면 (1년짜리 통안채 금리는 IRS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달러를 Libor에 조달해서 Libor +228bp에 운용한 재정거래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1년간 스왑포지션과 채권을 보유한다면 원금의 2.28%에 해당하는 무위험성 수익(실제로는 스왑은행과 국고채 보유에 따르는 신용 리스크가 있다)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재정거래 목적으로 들어온 달러는 국내 외환시장에 매각되지 않는다. 따라서 만기에 재투자되지 않고 빠져나가더라도 당연히 환율이 상승하지 않는다. 몰론 국내 통화스왑시장에서 운용되던 달러는 빠져나가기 때문에 달러 자금사정은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만기를 앞둔 단기화 된 자금이다. 채권 쪽도 마찬가지다. 1년짜리 통안채 만기가 1주일 남았다면 이는 1주일 짜리 금리에 영향을 미쳐야지 1년짜리 금리에 영향을 미칠 요소는 아니다. 반대로 1년짜리로 재매수에 나선다면 1년짜리 통화스왑 베이시스 축소압력과 1년짜리 통안채 수익률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달러 자금사정 악화는 외환시장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마치 전세난이 나면 집값이 오를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직접적으로 외국인 이탈에 따른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닌 것이다.
7월 자본수지 적자에 대해서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과연 자본수지 적자가 직접적인 추가 상승요인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7월 외국인 증권투자수지는 IMF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인 88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재정거래의 메커니즘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금액만큼 외국인이 달러를 추가 매수해야 하는 요인이니 환율 상승압력이 크게 가중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증권수지 적자폭이 확대된 요인은 직접적으로 추가 환율 상승요인이 아니다. 외국인은 이미 작년 8월 이후 500억달러가 넘는 주식을 국내에서 매도했고, 이의 상당 부분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는 현재 환율에 이미 반영되어 있는 요소이다. 외국인이 7월 이전까지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지적자 규모가 과도하지 않았던 이유는 주식을 판만큼 채권을 매수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 재료로는 주식을 매각한 시점에서 이미 반영된 것이고 매수한 달러를 재정거래 목적으로 국내 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도 외환시장에 달러로 공급되지 않는다. 다시 환율 하락 요인은 아닌 셈이다.
반면 앞서 언급한 대로 통화스왑시장을 통해 달러 자금이 공급되거나 채권시장에 매수세로만 작용할 뿐이다. 따라서 외국인이 채권을 사지 않았다고 해서 추가 환율 상승 요인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규모 매도개입의 영향도 있었지만 7월 중 환율은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외국인 증권수지 대규모 적자가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더해서 추가 환율 상승 요인이었다면 7월 중 환율이 안정세를 보일 리 만무했던 것이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환율 상승에 반영되어 있는데 자본수지 적자로 추가 상승한다는 것은 동일한 사유를 두 번 부풀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9월 위기설과 더불어 환율 상승 요인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환율 급등을 이끌었다는 점은 심리적인 요인 이상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9월 위기설 유포에 따라 통화스왑시장 베이시스가 확대되고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면 그 수혜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환율 급등을 제외화더라도 이런 시장상황 하에서는 재정거래 목적 채권 투자 수익률이 높아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9월 위기설과 무관하게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다소 불안한 측면이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국내적인 큰 원인은 단기외채가 과다하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단기외채 중 약 900억 달러는 외은의 본지점간 거래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외채로 보기 어렵다. 나머지 단기 외채도 해외증권투자 및 조선사 선물환 매도헤지 때문에 발생했을 뿐이다. 상환 자원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다만 상환자원은 장기 자산인 반면 부채는 단기화되어 있다는 점이 리스크다. 또한 장기부채의 만기가 1년 이내로 들어오면서 유동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말 그대로 단기외채 롤오버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소인 것이다.
이에 대한 최종 보루로써 외환보유고의 중요성이 있을 것이다. 적정 외환보유고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추가 대규모 이탈사태만 이어지지 않는다면 현 수준은 충분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국제금융시장 환경도 향후 추가악화 가능성 때문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지 현재 단기외채가 당장 롤오버가 힘든 국면에 접어든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대비는 필요할 것이다. 외채는 당장 크게 줄일 수 없다. 반면 단기외채를 장기외채화 하는 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국가 전체적인 리스크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조만간 정부가 외평채 발행에 나선다고 한다. 성공적인 외평채 발행 후 국내 기업들이 양호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장기 본드 발행에 적극 나선다면 국내 단기 외채의 장기외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이는 결국 국내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불안 요소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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