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10월 27일 11: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시장 미분양 적체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쌓이기 시작한 미분양 아파트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인 16만 가구를 기록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분양은 결국 주택시장 위기의 뇌관으로 자리 잡았다. 건설사들의 숨통을 죄고 있는 미분양 급증의 원인은 지방의 공급과잉과 정부 규제에 따른 주거수요 단절로 요약할 수 있다.
◇대구, 주택시장 무덤 미분양 물량 1위
더벨이 위기의 주택건설사 시리즈에서 다룬 32개 업체가 가지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합계는 2008년 상반기 기준 5만1188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공급가구수 대비 평균 분양률은 72% 수준이다
건설사별로는 21개 업체가 1000가구 이상의 미분양 아파트를 끌어안고 있다. 이 가운데 4000가구 이상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한 건설사도 5개에 달했다. 분양률은 29개 건설사가 50%를 웃돌았다. 하지만 분양률이 80%를 넘는 건설사는 11개에 불과했다.
또 전체 미분양 물량의 15%가 대구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이 11%로 뒤를 이었고, 경기, 부산, 울산, 경북 등이 각각 10%로 집계됐다. 대구는 최근 공급이 집중된 수성구와 달서구 청약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충남은 행복도시 후광을 등에 업고 천안, 조치원 일대 신규 분양이 늘면서 미분양이 급증했다.
◇편법 분양 등 미분양 폐혜 속출
지역마다 미분양이 크게 급증했지만 건설사들은 이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계약금을 5%이하로 낮추거나 중도금 무이자 융자 조건을 내걸고 있다.
중소형 위주로 평형을 변경해 재분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세제 강화로 주택 구매력이 크게 저하된 청약자들을 끌어 모으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업주체라고 할 수 있는 시행사와의 마찰로 분양가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편법 분양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충남 조치원에서는 모 건설사가 하도급 업체들에게 대량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대물로 넘겨 물의를 빚었다.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대물을 통한 일종의 할인분양을 시도한 것이다.
울산에서는 한때 건설사들의 청약통장 매입이 극성을 부렸다. 금융권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가짜 계약자를 만든 것이다.
또 지방 몇몇 사업장에서는 의도적인 '청약 제로' 단지가 속출하기도 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선착순 분양이 가능해 청약자들을 끌어 모으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그동안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 온 것과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시장기능부터 살려야
지방 미분양 폐혜가 극에 달하자 정부는 최근 건설사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건설사 보유의 미분양과 공공택지를 매입해주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상환을 연장해 주겠다는 게 골조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역경매 방식으로 매입해 건설사들의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공공택지를 되사 준다고 해도 건설사들은 계약금을 떼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월드건설 조영호 상무는 “미분양 아파트를 역경매 방식으로 정부가 매입할 경우 실제 매입가는 분양가의 반값 정도로 떨어질 게 뻔하다"며 "당장 부도위기에 몰린 업체 외에는 실제 혜택을 볼 건설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건설사 PF지원을 위해 운영 중인 대주단협약도 지원대상이 될 경우 ‘부도가 임박한 업체’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두려워 선뜻 지원 요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업계는 미분양 해소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이 형 상무는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한 것은 정부 규제에 따른 거래 단절과 이에 따른 시장기능의 마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세제완화 등 보다 적극적인 주거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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