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11월 13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자동차판매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을 제때 하지 못하는 바람에 심한몸살을 앓고 있다. 어음 만기일이 하루 지나 가까스로 재발행에 성공했지만 회사이미지엔 큰 흠집이 나고 말았다.
주가는 연속 하한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인식됐다. 신용등급은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랐다. 그나마 신용등급 자체가 떨어진 게 아니라서 회사로서는 불행중 다행(?)이다.
대우자동차판매는 신용등급이 BBB+로 부동산 거품붕괴시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지목돼 온 BBB-~BBB0급 건설사에는 살짝 빗겨나 있던 기업이다. 더구나 건설부문의 매출비중이 20% 미만에 불과하고 국내 유일의 자동차판매 전문회사로서 성장성이나 수익성은 몰라도 현금흐름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적은 곳으로 꼽혔다.
근본적인 문제는 신용경색, 특히 건설사와 부동산PF에 대한 극단적인 투자기피현상과회사의 유동성 관리 실패일 것이다.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재발행이 이루어져야 하는 ABCP는 치명적인 '조연'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아쉬운 것은 금융회사와 기업의 불협화음이다. 수년간 거래를 해왔던 파트너 관계가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친구는 적이 됐고 앞으로 남은 채무상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대우차판매와 최초 ABCP 발행을 주관한 한국투자증권은 차환 실패의 책임이 상대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사태는 대우차판매가 채무인수를 약정한 2건의 ABCP 1650억원의 만기가 같은 날 도래하면서 벌어졌다. 이중 울산에 복합센터를 짓기 위한 이안씨피제2차 ABCP 800억원은 모든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진짜 만기였다. 상암동DMC 복합센터용인 한독DMC제5차 ABCP는 내년 5월 프로그램 만기를 앞두고 마지막 차환발행을 하는 날이었다.
대우차판매는 이안CP제2차와 한독DMC제5차의 공동 주관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채 수수료만 챙겼다고 주장한다. 한독DMC 프로그램 만기가 끝날 때까지 주관사로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총액인수를 해야 하는데 수수료 6억원만 챙기고 이를 회피했다는 것이다.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나 어음을 총액인수해야 한다. 인수한 채권이나 어음은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팔지 못하고 남은 물량은 자신이 인수해야 한다.
대우차판매는 또 한국투자증권이 투자를 조건으로 무리한 담보를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미리 계획했던 이안씨피제2차 상환계획이 예기치 않게 틀어지는 바람에 한국투자증권에 도움을 요청하자 210억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송도사업장을 포함해 1800억원의 담보를 요구하더라는 것.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의 주장은 이와는 다르다. 한독DMC제5차 ABCP의 차환에는 애초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지만 투자자를 모집하는 주선업무를 도와줬다는 것이다. 어음을 인수할 의무도 없었고 프로그램 만기까지 주관사 의무를 져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한독DMC제5차 ABCP는 어음매입약정 등을 체결하지 않은 단발성 발행 이었다"며 "대우차판매도 CP시장이 어려운 것을 알고 투자자만 모집해 달라고 요청, 저축은행을 돌며 500억원의 투자자를 유치하는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1800억원 규모의 담보 요구에 대해서도 대우차판매측이 먼저 양재동 아우디 공장 등 담보를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담보 가치가 낮아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하니까 송도 사업장까지도 담보로 내놨다는 것이다.
양측은 모두 이번 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우산을 뺏는 금융회사로 알려져 평판이 땅에 떨어졌다고, 대우차판매는 잘 굴러가는 회사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서로를 원망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두 회사 모두가 '정말 내 책임은 없나' 자문해 보길 권하고 싶다.
한국투자증권은 주관사로서 고객 사후관리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법적인 계약관계를 떠나 금융시장의 관례상 ABCP의 주관사는 보통 프로그램 만기까지 투자자를 모집하고 업무를 대신 수행한다.
대우차판매도 금융시장에 대한 맹신은 버려야 할 것이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스스로 갚아야 할 빚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도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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