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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시장의 구조조정에도 관심을…

조헌성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공개 2008-12-04 12:14:11

[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2008년 12월 04일 12: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시장 경색상황이 지속되면서 거의 모든 기업이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도 뛰어다닐 곳이 있는 기업은 상황이 나은 곳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금융시장 경색이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이것이 다시 금융시장의 부실을 확대시키는 형태로 악순환이 일어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영업환경, 사업기반 등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최근의 극심한 금융경색 상황에서 이나마 버티고 있음은 우리 기업들의 경영체질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이 호전되는 것을 바라기가 어렵다손 치더라도 미약하나마 금융기능 회복은 기업부문의 신용사건 발생을 최소화시키는데 있어 기본 전제가 될 것이다. 실물부문의 위축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차단시키기 위한 금융시장 회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제 기능을 상실한 듯한 회사채시장의 시장기능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다. 우리나라 회사채시장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면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토록 맥없이 무너진 현실은 대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회사채시장은 극단적인 수급왜곡 현상에 직면해 있다. 은행, 증권, 보험으로 대표되는 기관의 매수세 실종과 신용불안의 여파 등으로 발행시장이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그나마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라고는 신용등급이 높은 일부 기업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시장에서는 “발행할 수만 있다면 금리는 불문이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회사채시장의 구조적인 취약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는 것 같다.

첫째, 시장에서 발행·유통되는 회사채의 획일화된 상품구조를 들 수 있다. 회사채시장에서 발행·유통되는 채권은 발행형태, 만기구조 등에서 대동소이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회사채의 종류는 거의 대부분이 BBB급 이상의 “무보증확정금리부”이고 만기는 2~3년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비자의 욕구는 안중에 없는 완전한 생산자 중심적 제품구성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중의 유동성 상황에 따라 극도의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즉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발행기업 유치를 위하여 주간사회사간의 경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요즘 같은 유동성 경색상황에서는 발행을 할래야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둘째, 유통시장의 취약성이다. 현재 국내 채권거래는 주로 ‘메신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권 운용 담당자들의 업무가 거래상대방간의 ‘메신저’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나라 채권 유통시장의 후진성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거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에 편중되어 있는 수요기반을 다양화하고 이를 통하여 시장의 안정을 기하자는 주장은 공염불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획일화된 상품구조’의 해결을 위해서는 고수익채권의 발행과 유통을 활성화하고 채권의 종류나 만기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 이는 회사채시장의 확대는 물론이거니와 발행기업의 자금조달원을 다원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투자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수요의 저변확대 효과도 기할 수 있다.

유통시장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래구조의 정비가 시급한 문제이다. 메신저에 의존하는 거래시스템을 선진화하고 호가단위, 거래방식 등의 개선을 통하여 채권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Credit과 관련된 공시제도를 강화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시킨다면 시장의 수요기반은 자연스럽게 두터워질 것이다.

채권시장 정상화를 위하여 10조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한다. 펀드 조성을 통한 자금공급은 유동성 경색 상황에 빠져있는 채권시장에 단기적으로는 다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시장 수요의 확대와 그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펀드의 대형화, 장기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수요기반이 시장 내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구조 자체에 대한 구조조정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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