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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함정과 신용의 부재 통화량 축소 원인 '불신' 투명성 확보 '시급'

조헌성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공개 2008-10-30 16:46:26

[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2008년 10월 30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연일 기록을 갱신하는 주식시장, 치솟는 환율, 제 기능을 상실한 듯한 채권시장, 어느 한 군데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없어 보인다. 수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다.

극도의 불안심리는 시장의 유동성을 급격하게 위축시키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융기관이나 기업 모두가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급격한 유동성 위축 상황에서는 펀더멘탈과는 상관없이 유동성 확보 여부가 생존의 근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차원에서도 유동성 창출을 위해 통화공급 확대나 금리인하 등 다각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돈이 풀려도 돌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재의 유동성 경색상황은 통화량 절대 수준의 문제라기 보다는 화폐유통 속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창출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Credit)’의 부재가 돈을 돌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서로를 믿지 못해 돈을 빌려주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니 돈이 아무리 풀려도 시중에는 돈이 없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크레딧은 위험에 대한 척도로 돈의 가격을 결정함으로써 유동성 창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시장 자체에 대한 크레딧이 타격을 받으면서, 크레딧에 의한 유동성 창출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돈을 돌게 하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금융시장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신뢰회복이 최우선이라는 말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많이 듣는다. '신뢰 회복',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여겨진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왜 신뢰가 무너졌는지를 생각해보면 해답은 의외로 명확한 것 같다. 그것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상태가 좋든 나쁘든 상대방이 투명해야만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정보제공 주체가 정부이건, 금융기관이건, 기업이건 간에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제때 제공되고, 그 정보로 시장참여자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때 금융시장에서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쌓여갈 수 있을 것이다.

IMF를 거쳐오면서 우리경제는 투명성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시제도를 강화하고 회계제도를 개선하는 등 시스템적인 보완도 이루어졌다. 기업의 IR도 한층 활발해졌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투명성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불만스럽다.

최근 몇 년간 사회전반에 걸친 성장 중시 풍토와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인한 투자자측의 교섭력 저하는 자연스럽게 투명성을 뒷전에 밀려나게 했다. 그 결과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고 갖가지 루머가 난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이른 것이다. 투명성에 기반하여 시장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면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상황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집적으로 정보의 소통량을 늘리고 동시에 이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경영활동과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제때에 시장에 알리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만 투자자의 신뢰와 함께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이다.

좋은 점은 부각시키고 나쁜 점은 감추려다 보면 어느덧 시장은 그 기업을 믿지 못할 것이다. 또 시장으로부터의 외면은 극단적인 신용위기로 치닫을 수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신용등급 하향이나 조달금리 상승을 우려한 나머지 정보를 왜곡하거나 은폐했을 경우에 치러야 하는 대가는 생각 외로 커질 수 있다.

경제여건이 나빠지고 영업환경이 위축된 경우라 하더라도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시장의 가격메카니즘이 작동될 수 있다. 신뢰 회복과 이를 위한 투명성 제고 노력이 현재의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이 못될지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응급처치와 함께 기초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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