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기사는 2008년 12월 17일 1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주요 포털 검색어 통계에서 ‘환율’이 1위로 올랐다고 한다. 환율은 뉴스에 회자되지 않을수록 좋다.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것은 환율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반증이거나 우리나라의 성적표인 환율이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올해 외환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환율이 급등한 데는 경상수지 적자 전환, 신용위기 확산, 세계 경기 침체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 중에서도 외환수급적 요인들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환율 급등 현상에 대해 충분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단순히 국제수지표로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기에 이들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올해 환율에 대한 이해와 향후 전망에 다소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원화 강세와 소득 증가 덕에 고착화된 서비스수지 적자에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무역수지까지 적자로 전환되면서 경상부문에서 유입되는 달러보다 해외로 나가는 달러 규모가 많아졌다. 여기에 2005년 중반부터 순매도 기조로 돌아선 외국인들이 올해 400억달러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주식을 팔아 치웠고, 직접투자수지도 2006년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제수지표상 실질적으로 외환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와 직접투자수지와 외국인 주식투자 규모를 합할 경우 무려 600억달러에 가까운 유출 초과를 기록했다. 이러한 달러 유출 초과 규모는 올해 GDP의 6.2%(IMF 전망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96년의 3.8%를 크게 상회했다. 따라서 기초적인 수급이 환율 급등의 주범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는 선물환 매도
그런데 이러한 인식에 혼란을 주는 지표가 있다. 올해 9월까지 무역수지는 148억달러 적자인데, 같은 기간 기업들의 선물환 거래는 661억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실제로 외환시장에는 선물환을 통해 대규모 달러가 공급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달러 유출 초과 규모를 상회하는 규모이다.
선물환 매도가 많았던 것은 1, 2분기에 수출기업들이 환헤지에 매우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까지는 이러한 선물환 매도가 외환시장에서 강력한 달러 매물 압박을 주었다면, 올해는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수입업체들의 결제규모가 크게 증가한데다 환율도 상승세로 전환되자 달러 결제를 서두르는 경향까지 가세하면서 달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는 해외펀드 환헤지
다음으로 해외펀드의 환헤지가 외환시장에 미친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해외투자 펀드의 높은 환헤지 비율은 펀드 자금의 유입과 환매에 따른 환율 변동을 미미하게 만들었다. 반면 투자자산의 가치 변동에 연동하는 환헤지 형태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특히 이들 환헤지 조정의 방향이 외국인 주식자금 흐름과 일치하는 경향이 높아 주가 하락시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주가 상승시 환율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내년에도 우리나라 환율은 증시의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다.
환율이 수급을 뒤집다
시장의 포지션이 과도하게 한쪽으로 쏠려 있는 가운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 때 환율 수준 자체가 수급의 역전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올해 KIKO와 같은 통화파생상품은 이런 현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즉 수출을 해서 달러를 팔아야 하는 기업들이 통화옵션 계약에 따라 오히려 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은행에 갚아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해 외환수급을 더욱 왜곡시켰다. 또한 하반기 들어 환율 급등으로 선물환 매도 등을 통해 환헤지를 했던 기업들의 평가손이 급증함에 따라 은행의 크레딧 라인 축소로 신규 선물환 매도가 부진했던 점도 환율이 수급을 뒤집은 경우로 볼 수 있다.
신용위기가 심화시킨 수급 왜곡
한편 올해 하반기에는 신용경색 심화로 은행권의 외화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외화자금 조달을 기반으로 한 선물환거래가 차질을 빚어 수출기업들의 환헤지 물량을 감소시켰다. 또한 수출환어음 매입이나 유산스 거래 등 무역금융까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 또한 수출대금 매도를 늦추고 수입대금 결제를 당겨 실제 달러 수급을 왜곡시키는 역할을 했다.
경기 침체, 수급의 구도를 바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데, 특히 최근 2~3년간 대호황을 보였던 조선업종이 올해 3분기부터 심각하게 위축되면서 외환시장에서 매물공백의 중요 원인이 되었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상수지가 220억달러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외국인 주식자금까지 유입된다면 기초적인 외환수급상 환율 하락 압력이 우세할 전망이다. 증시가 상승할 경우 해외펀드 환헤지 관련 달러 매도 물량도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신용위기가 1분기를 고비로 점차 완화된다면 신용위기가 심화시켰던 수급 왜곡도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이다. 환율 상승 자체가 외환수급에 영향을 미쳤던 부분도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 조선업 수주 급감 등으로 실질적인 외환수급상 소폭의 달러 공급 우위이거나 균형 수준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증시의 안정이 환율 하향 안정의 중요한 변수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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