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한국물 발행 '물꼬' 텄다 발행규모 '긍정적' 평가..정부 사전 정보노출 '옥의 티'
이 기사는 2009년 01월 13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입은행이 반년만에 국내 기업의 달러 공모채 발행에 성공했다.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흥행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으나 오히려 수요가 넘쳐 10억달러였던 발행예정액을 배로 늘려야 했다.
13일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20억달러의 글로벌 본드는 지난 98년 정부가 40억달러의 외평채를 발행한 이후 최대 규모다. 수출입은행이 국책은행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정부와 동일한 신용도를 갖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정부 무보증으로 이루어졌다.
투자자들도 정부의 보증보다는 금리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발행조건은 5년 만기로 미국 국채 수익률에 677bp의 가산금리를 얹었다. 리보(LIBOR)를 기준으로 한 가산금리는 625bp다.
주관사로는 도이체방크와 메릴린치· HSBC·RBS·씨티가 참여했고 총 44억달러에 달하는 투자자 수요가 몰렸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54%로 가장 많고 아시아가 30%, 유럽이 16%순이다. 이 중 자산운용사가 65%로 절대 다수였고 상업은행이 13%, 보험·연기금이 22% 가량 참여했다.
◇"신용경색 뚫고 한국물 물꼬 텄다" 평가
한국기업이 달러 공모채를 발행한 것은 지난해 7월(철도공사는 기존 5월 발행분에 대한 재발행을 8월에 했음) GS칼텍스 이후 근 반년만이다. 그만큼 꽉 막혀 있던 해외조달을 한국물 벤치마크로 통하는 수출입은행이 뚫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계 IB 한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발행하러 나간다고 밝혔을 때 투자자들이 과연 관심을 가질까 우려가 컸다"며 "발행규모와 금리수준을 떠나서 일단 미국에서 달러화를 공모로 조달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금리는 수출입은행의 위상이나 신용등급으로 볼 때 다소 높은 감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리보에 625bp를 얹은 발행금리는 수출입은행이 기존에 발행했던 같은 만기(임의 계산) 채권이 유통시장 가산금리가 600bp대 초반인 것을 감안한 것이다. 지난 주 아시아 국가중에서 첫 발행에 성공했던 필리핀 정부채는 리보(LIBOR)에 585bp를 더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수은의 달러 조달 금리에 대한 시장 전체의 평가는 '타이트한 수준'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투자기관에서 발행규모 대폭 증액 강력히 요구
주목할 만한 것은 당초 계획했던 발행규모 10억달러가 협상 과정 중에 20억달러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246개 기관에서 응찰한 규모가 44억달러에 달할만큼 예상외로 투자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규모가 큰 한 투자기관에서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릴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리 메리트가 있을 뿐 아니라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투자 이후 변동성 확대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미국 모 투자자가 10억달러는 너무 작기 때문에 규모를 더 늘리지 않으면 투자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 수은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한국이 망하지 않는 한 쿠폰 금리 8%대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채권을 많이 사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해외채 발행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발행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한 일부 정보가 노출 된 것은 `옥의 티`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발행자인 수출입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수세(守勢)에 몰릴 가능성도 있었다. 외국계 IB 한 관계자는 "해외채 발행 시장에서 사전 정보가 나가는 것은 발행자(Issuer)의 '패(牌)'를 하나 까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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