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5월 07일 09: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은행들이 부동산 PF대출을 슬금슬금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SK건설의 청라지구, 삼성물산의 용산 전면3지구 등 4~5건의 PF대출이 잇따라 실행됐다.
불과 6개월 전만해도 은행들은 PF 신규대출을 비롯해 사용하고 있는 대출의 만기연장까지도 난색을 표했다. 당시 건설사들은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은 물론, 사채업자까지 찾아다녔다.
아직도 은행은 신용이 높거나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 건설사 외에는 PF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데 한층 고무돼 있다. 은행의 태도가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은행이 PF대출을 제한적이나마 재개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은행의 대대적인 금리인하와 각종 정책자금 지원 덕분에 유동성이 풍부해졌다. 비록 단기자금이긴 하지만 발목을 잡던 자금사정이 나아지면서 다시 대출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자본확충펀드의 영향도 한몫했다. 은행이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으려면 중소기업대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PF대출이 바로 중소기업대출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PF대출로 고수익를 노리면서도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 정부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던 정부의 정책의도와는 상반된다.
은행의 PF대출 재개를 보는 금융시장의 시선도 싸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PF대출이 늘어날 조짐을 보일수록 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않고 교묘한 편법을 동원해 제 잇속만 챙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0년전 외환위기 당시 은행은 공적자금으로 살아났다. 지난해 갑작스레 찾아온 금융위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리먼 파산 이후 국내은행들은 심각한 신용위기에 빠졌다.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그동안 과열경쟁을 펼쳤던 대출자산은 졸지에 위험자산으로 변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급락했고 은행 자산 확대의 일등공신인 PF대출은 금융시장의 위기를 가져온 원흉으로 지목됐다.
결국 은행은 PF 부실채권을 자산관리공사에 넘기는 등 정부의 각종 지원에 힘입어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여전히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실물경기 침체도 안개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또 다시 PF대출에 나서고 있다. 합리적인 대출 정책인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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