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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 논란과 기후변화협약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 공개 2009-07-10 18:57:05

[편집자주]

시장은 정글과 같습니다. 수없이 밀려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혜가 없으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피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금융시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의 통찰력과 함께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는 2009년 07월 10일 18: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주 금융시장이 G8 정상회담으로부터 기대했던 이슈는 출구전략과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였다. 6월 13일 G8 재무장관들은 예외적인 통화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소위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밝히면서 ‘출구전략’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또한 지난 3월 중국의 ‘슈퍼통화’ 도입 주장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새로운 기축통화에 대한 주장들이 이번 회담을 앞두고 중국, 러시아, 브라질에 이어 인도로부터도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출구전략’ 논의에 대한 기대는 회담 전부터 다소 김빠진 주제가 되어버렸다. 5월 중순 이후 불거졌던 인플레 우려와 이에 따른 유동성 흡수에 대한 기대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주요국의 물가상승률과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가로 이미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기축통화 문제가 의제로 채택될 것인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슈였다. 지난 3월 18일 FRB가 장기국채 매입을 발표한 뒤로 달러 가치는 10% 이상 떨어졌고, 이때부터 중국 등 신흥국들의 달러 기축통화로서 역할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4월 3일 G20 회담이 세계 경제파워 구도의 변화를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G20 정상은 개도국 금융위기 해소 등을 위해 1조 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 금융시장의 급속한 안정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G8 무용론을 공고히 하면서 G20 회담을 명실공히 세계 경제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해결하는 공식기구로 자리매김시켰다. 사상 첫 브릭스 정상회담에 이은 이번 G8 회담의 형식을 보아도 그렇다. 과거 관찰자(observer)로 참석시켰던 개도국 정상들이 별도로 G5회담(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남아공)을 갖는 등 G20 회담을 공식화하는 과도기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기축통화 문제는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자국통화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기로 합의함과 동시에 안정적으로 기능하는 세계 통화시스템을 촉진하기로 결의하는 등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는 애써 에둘러 표현하는데 그쳤다.

최근 새로운 기축통화에 대한 일관되고 강력한 의사를 전달하는 러시아와는 달리 ‘협박’과 ‘편들기’를 번갈아 하는 중국의 행보는 혼란스럽다.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야심을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최근의 다소 변덕스러운 입장 표명은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현안의 충돌 때문일 것이다. 즉,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채권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은 단기적으로 미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안정성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더 시급하다.

한편, 미국 입장에서는 기축통화 발권자로서의 이권을 마냥 누리기에는 어느 때보다 외국 중앙은행의 미국채 매입이 절실하기 때문에 중국 등의 협박에 나름대로 회유책을 쓰고 있다. 상반기 9630억 달러에 이어 하반기에 1.1조 달러의 채권의 발행이 예정되어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들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그 동안의 경기 살리기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협박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재정균형’이라고 화답하였으며, 6월 FOMC에서는 양적완화 확대 계획 없음을 천명한 것도 이러한 의도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축통화의 지위를 이용해 중국과 일본 등 미국의 최대 채권국가들을 교묘하게 얽어 놓은 미국이 야심차게 기축통화의 지위를 넘보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는 이슈가 기후협약이다.

이번 G8회담에서는 글로벌 경제 외에 기후변화를 주(主)의제로 다루었다. G8회담에서 기후변화가 채택된 것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이와 관련된 논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최근 미 하원에서 기후변화법안이 통과되었고,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2012년에 끝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국제협약을 결정지을 기후변화회의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에너지기업 친화적인 부시정부가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까지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으로 포함시킨다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회의에 불참하며 미온적인 입장을 취한데 반해 오바마 정부는 온실가스 규제 강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그린 IT, 전력 IT, 그린카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대폭 늘리는 동시에 그린 테크놀로지(GT) 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회의도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로 그 동안의 답보상태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환경문제에 대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월 기후변화법안의 상원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것도 찬성 219, 반대 212의 근소한 차이로 이루어졌고, 공화당은 단 8명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상원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예를 들어 온난화 대책이 지연되고 있는 중국 등의 국가에 대해 수입장벽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그린에너지 관련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그린정책이 미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면서 위기탈출에 일조한다면 달러의 가치나 미국채의 가치를 방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환경장벽을 통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그린정책에 적극성을 띨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소개]

img2.gif[학력 및 경력]

1989 ∼ 93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1996 ∼ 98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국제금융 전공

1993 ∼ 95 (주)동국무역 해외사업팀

1995 ∼ 00 (주)핀텍 외환컨설턴트

2001 ∼ 05 (주)삼성선물 리서치팀 외환애널리스트

2005 ∼ 06 우리은행 파생금융팀 프랍트레이더

2006 ∼ (주)삼성선물 리서치팀장


[기타경력]

2002 ∼ 04 무역협회, 능률협회 강사

2004 ∼ 현재 선물협회 강사

2007 ∼ 현재 선물협회 환리스크관리교육 강사

2008 ∼ 현재 KRX 파생상품 교육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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