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9월 10일 09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캐피탈에게 디레버리징은 남의 얘기다. 신차 및 중고차 할부금융 등 주력 영업활동의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쉬지 않고 채권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금융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국내외에서 대대적인 확장전략을 펼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대캐피탈이 올해 발행한 회사채는 벌써 2조원을 넘는다. 신용경색으로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 자체가 여의치 않았던 다른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들의 사정과는 딴판이다.
특히 상반기 조달한 1조2000억원의 상당부분이 차환용인 것과 달리 3분기엔 발행의 기세가 가히 공격적이다. 이달 10일까지 발행액이 8300억원, 이중 순발행액이 6100억원에 달한다. 9월 신차·중고차 할부금융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발행물량 2100억원(11일 예정)을 포함하면 분기 발행액이 1조원을 넘게 된다. 이 역시 본격적인 영업활동 재개에 나서기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는 캐피탈업계 전반의 디레버리징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 국내 회사채시장 최대 '이슈어'
현대캐피탈의 올해 누적 발행액 2조350억원은 국내 단일 기업중 최대 규모다. 신한카드(1조8550억원), 한국수력원자력(1조1273억원), 대한항공(1조934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현대캐피탈도 지난해 리먼 사태 직후 채권 발행을 장담할 수 없었다. 심지어 CP 발행도 잘 되지 않아 만기가 돌아오는 CP 상환에 애를 먹어야 했다. 자금시장이 멈추면서 그 여파가 여전사에 가장 먼저 미쳤고 'AA(긍정적)'라는 업계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한 현대캐피탈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올들어 시장에 자금이 돌기 시작하고 특히 리테일시장에서 우량 여전채의 인기가 높아지자 다시 순발행 기조를 회복했다.
하반기 들어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면서 다른 여전사들도 서서히 채권발행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본격적인 영업재개의 움직임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은 지속적인 채권발행을 통해 선제적으로 영업활동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3분기 발행분의 대부분이 차환용이 아니라 신규자금이라는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조달자금 대부분 신차 및 중고차 할부금융 등 회사의 주력 영업활동을 위한 운영자금으로 책정돼 있다. 경쟁 자동차할부 금융사들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기 전에 영업확대에 나서 지금의 시장지위력을 고수하겠다는 의도다.
◇ 5년만기 채권도 발행...추가 발행여력 있다
연초 차환물량이 몰려 있을 때는 우선 발행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조건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만기는 짧고, 금리는 높은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반기 들어서는 채권 발행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최근 현대캐피탈의 발행금리는 민간 채권평가사에서 공시하고 있는 기타금융채 민평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현대캐피탈의 발행금리가 시장에서의 기타금융채 금리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7월 이후부터는 은행의 전유물로만 인식되던 5년 만기 채권발행에도 연이어 성공했다. 발행일로부터 3년 뒤에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돼 있는 채권들이어서 상환 스케쥴도 조정할 수도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채권발행 물량이 리먼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과 5년 만기 채권발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시장에서 현대캐피탈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현대캐피탈은 향후 지속적으로 채권발행에 나설 공산이 크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수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어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현대차의 신차가 잇따라 출시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9월부터 YF소나타·투싼IX 등 현대차의 신차들이 출시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채권을 발행해 영업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외 시장은 아직 투자 심리가 돌아오지 않았고 자금포트폴리오상 CP나 ABS(자산유동화증권)를 현재 수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 없다"며 "국내 시장상황이 좋기 때문에 회사채 주요 자금조달 루트로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내 할부금융 업계는 현대캐피탈과 기타 회사로 구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수신기능이 없는 여전사라는 점이 유일한 약점"이라며 "현대·기아차의 내수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는 한 현대캐피탈의 입지가 깨지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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