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대출전쟁이 부른 부실채권 폭탄 국민·우리銀, PF부실 직격탄…모든 은행 손실 완충력 급속 약화
이 기사는 2009년 09월 21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대출자산에서 부실이 가장 집중적으로 발생한 곳은 중소 건설업과 부동산서비스업이다. 2006~2007년 대형 시중은행간에 유례없는 대출전쟁이 벌어졌던 곳으로 대부분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스(PF)와 관련돼 있다.
조선업종 역시 금융위기 이후 부실의 온상이 됐다. 장기 호황을 누리며 위기 직전까지 은행들의 열렬한 러브콜을 받았던 조선사들은 하루 아침에 암세포가 됐다.
건설과 부동산PF 관련 부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하나은행도 조선업종 대출을 크게 늘린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부실 인식 시기가 은행마다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국민은행의 경우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 조정을 통해 지난해 워크아웃 기업 여신을 대거 고정여신으로 분류한 반면 다른 대부분 은행은 올해 들어서야 부실 여신으로 분류했다.
대부분 은행이 회계상 보고이익을 늘리기 위해 대손상각비를 충분히 계상하지 않은 탓에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크게 떨어졌다.
국민·우리銀, 부동산PF 부실 충격 커
부실 덩어리로 변한 건설, 부동산서비스, 조선업 대출에서 국내 1~3위 은행인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건설과 부동산업 여신의 경우 80%내외, 조선업 여신의 경우 75% 가량을 차지한다.
국민은행은 특히 건설사와 부동산서비스 대출에서 부실이 컸다. 국민은행의 건설·부동산서비스 여신은 2007년 말에서 올 상반기 말까지 5조4600억원 가량 늘었다. 이 기간 부실 PF대출도 4357억원이 증가했다. 신한은행에 비해 2.7배에 달하고 우리은행과 비교해도 약 635억원 많다.
국민은행은 조선업종에 대한 대출 역시 2006년 이후 선수금환급보증(Refunded Guarantee) 등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지만 올해 상반기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여신을 5000억원 가량 축소해 부실 위험을 줄였다.
지난해 말 FLC 조정을 통해 건설사와 조선사 여신 8000억원을 선제적으로 고정여신에 포함해 올해 추가 부실여신 증가세는 타 은행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2분기 고정이하 여신 잔액은 1분기말에 비해 16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은 업종별 여신 포트폴리오에서 건설 부문의 비중(10.9%, 2009년 6월 말 기준)이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 2005년 이후 건설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간 경쟁을 주도해 온 결과다.
부실여신에서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 2008년 9월말에는 고정이하여신중 PF대출이 9%(1171억원)였으나 올해 6월말엔 14%(4198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우리은행은 조선사 여신에도 발목을 잡혔다. 후발 조선사를 중심으로 여신을 크게 늘렸다가 갑자기 찾아온 불황 탓에 빚을 갚지 못하는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조선사에 대한 대출은 최소한 수십억원 단위의 거액여신이기 때문에 부실이 일부만 발생해도 은행 자산건전성에 타격이 크다.
우리은행의 조선업종 고정이하여신 잔액(2009년 6월 말 기준)은 총 3017억원. C&중공업 1421억원, 대한조선 937억원, YS중공업 204억원 등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발생한 부실이다.
특히 고정여신과 함께 회수의문여신도 크게 증가해 돈을 떼일 위험이 경쟁 은행에 비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국내 신용평가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시중은행 중에서 우리은행의 건전성 우려가 가장 큰 편"이라며 "올 들어 100%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야 하는 추정손실여신 비중이 줄어든 건 우리금융그룹이 설립한 우리F&I를 통해 별도로 부실채권을 매각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신한銀, 실질 부실자산 증가
신한은행은 시중은행중 비중(6월말 현재 42.2%)이 가장 높은 중소기업 여신이 문제다. 경기 둔화로 연체자산이 집중적으로 늘면서 올해 3112억원을 상각하고 신규여신을 억제하고 있지만 부실여신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고정이하로 분류된 중소기업 여신이 7285억원으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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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지급보증 등 실질적인 대출을 포함할 경우 부실 우려가 더 크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부동산서비스업종 PF와 조선업 RG여신에 대한 지급보증 탓이다.
국민·우리은행의 확정지급보증 규모가 매년 약 10조원 수준인데 비해 신한은행은 13조원에 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건설·부동산서비스업종 여신비중이 낮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부실 PF대출은 5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중·소형 조선사의 부실여신이 문제였다. 금융위기 이후 증가한 부실여신의 72%가 이들 조선사를 포함한 중소기업부문에서 발생했다.
또 영세 사업자가 다수 포함돼 있는 도·소매업종 비중이 높은 탓에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부실 폭이 커질 수 있단 우려도 나왔다.
외환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 여신 비중이 낮은 편이다. 반면 수출입 규모가 큰 대기업 그룹이나 해외건설 또는 플랜트와 관련된 외화여신 비중이 높다. 이로 인해 수출입 규모의 급감으로 추정손실이 한때 2600억원까지 증가했지만 기업대출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 등 리스크관리 영향으로 6월말 현재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대부분 은행 내부 손실완충력 크게 약화"
국내 은행들이 부실을 엄격히 인식했는지, 부실에 대한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는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총여신 대비 위험가중자산이 줄고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은행의 손실 완충 능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6월말 현재 1년간 국내 7개 시중은행의 부실여신은 6조9089억원 증가했지만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62%수준인 4조3286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부실증가액의 절반 가량만 충당금을 더 쌓았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건설·해운·조선업에 대해 시장에서 체감하는 리스크 수준을 고려할 때 시중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 커지는 게 정상인데 "자산이나 여신 대비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결국 시중은행이 내부적으로 부실위험 평가를 느슨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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