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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베즈와 문정민의 제로섬 펀딩게임 복수협상자는 유찰 방지용..양측 모두 자금조달 실패할 수도

박준식 기자공개 2009-11-27 11:41:04

이 기사는 2009년 11월 27일 11: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를 복수로 선정한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입찰 방식의 인수합병(M&A)에서 숏 리스트 선정 이후에도 후보를 복수로 두는 경우는 더러 있다. 후보들이 제안한 예비 입찰가격이 매각 측의 기대에 못 미쳤을 때 한두 번 더 호가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의 이번 결정은 호가를 높이려는 것보다는 거래의 무산을 방지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초 자베즈 파트너스를 염두에 두고 있던 금호아시아나가 TR아메리카 컨소시엄 대표 문정민 회장의 강력한 인수 의사에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는 후문도 들린다.

사실 매각 측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번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두 후보의 자금 동원 능력은 상당히 불분명하다.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주당 2만1000원(50.1% 약 3조3000억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한 자베즈는 TR아메리카(주당 1만9000원)보다 다소 앞서있지만 펀딩 능력이 의심된다.

자베즈는 알려진 대로 올해 구성된 신생 사모펀드. 중동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인다지만 아직까지 신빙성이 떨어진다. 아부다비투자청(ADIC)이 관심을 보이다 온갖 소문에 매력을 잃고 신경을 끊었다는 게 최근 소식이다. 자베즈는 최근 아랍에미레트(UAE)나 사우디아라비아 계열의 오일 펀드까지 접촉하고 있다.

자베즈가 만들 프로젝트 펀드가 인수금 절반을 론으로 채운다 해도 그 이전에 먼저 상당액을 책임질 앵커가 필요하다. 자베즈는 이를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로부터 유치할 계획인데,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문제다.

여기에 현재 7000원 이상인 주가와 인수가 사이의 갭을 투자자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도 관건이다. 그만한 기업가치 상승을 보장해야 하는데 자베즈가 건설사 경영은 물론이고 어떤 바이아웃 딜에서도 트렉레코드가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한국은 덜한 편이지만 해외의 금융 상황은 사모펀드에 우호적이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올해 아시아에서 펀드가 2조원 이상의 바이아웃 딜을 한 사례는 오비(OB)맥주가 유일하다. 그것도 세계적인 KKR이 인수금 조달에 실패해 투자액 절반을 어피니티(AEP)에 넘기고 간신히 마무리했다.

자베즈는 원래 대우건설이 아니라 금호생명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와 티스톤 파트너스 등에서 일하던 일부 인력이 모여 5000억원 내외의 첫 작품으로 데뷔하려던 계획이었다.

때문에 이 새내기 펀드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초대형 딜에 끼어든 건 자의가 아니었다는 소문도 있다. 자베즈가 올초 금호생명에 관심을 보이자 칸서스파트너스를 후보로 점찍어둔 박삼구 회장이 자베즈를 설득해 대우건설 인수 후보로 유인했다는 설이다. 이렇게 보면 대우건설 딜에 ADIC가 참여한다는 것도 자베즈 혼자가 아니라 금호아시아나와 산업은행의 합작품이라는 주장이 개연성을 얻는다.

이유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금호아시아나 입장에서는 유동성 위기를 탈출할 최적 상대방으로 자베즈를 낙점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펀드의 클로징 리스크는 여전하다. 자베즈가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때 마침 문정민 회장은 자베즈 수준의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였다. 조건이 같다면 조달 증빙을 빨리 마친 후보에 최종 기회를 주는 게 거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대안이 되는 셈이다. 복수 우선협상자라는 카드가 나온 건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이런 금호아시아나의 대안이 약일지 독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우선협상자가 된 두 후보는 똑같은 자격으로 3조원이 넘는 펀딩에 나서고 있다. 한국 시장의 규모가 일본 정도만 된다고 해도 문제가 없겠지만 아직까지 M&A 인수금융 시장에서 조 단위 자금조달은 숨에 찬다.

어느 하나가 터치다운에 성공하면 딜은 성사되겠지만 둘 다 제로섬 게임을 벌이다 기한 내 조달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책임은 금호아시아나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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