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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종금계정에 '인수' 허용 가닥 제도 활성화 명분..금융투자업계 "은행 인수 제한해야"

황은재 기자공개 2010-02-26 15:15:09

[편집자주]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인 단기사채가 2011년에 도입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금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이다. 단기사채 도입으로 기업의 조달수단은 다양해지고 자금시장의 투명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본격 도입을 앞두고 기업어음과 마찬가지로 정체성 공방과 함께 은행업계와 금융투자업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기사는 2010년 02월 26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단기사채에 대해서도 기업어음(CP)와 마찬가지로 은행의 인수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사채가 기업어음의 경제적 실질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고 단기사채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 전체 은행이 아닌 우리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사채 도입 논의가 시작된 이후 '은행의 단기사채 취급 인가' 여부는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기사채도 사채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업자만 인수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은행은 어음 취급은 허용하면서 단기사채 취급은 불허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맞서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에 입법예고한 '단기사채 법안'에 따르면 단기사채는 현행 기업어음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상품이다. 기업어음은 법적으로는 유가증권이지만 은행이 종금계정 등을 통해 주로 취급하는 등 대출과 유가증권의 모습을 반반씩 가지고 있었다.

기업어음의 정보의 불투명성, 정체성 논란을 야기하는 등 자금시장의 난맥상이 계속되자, 정부가 자본시장을 위한 보완상품으로 도입한 것이 단기사채다. 단기사채 도입으로 그동안 은행의 기업어음에 크게 의존했던 기업의 단기자금 수요중 상당 부분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은행, 단기사채 인수 요구...금융투자업계 "은행이 증권사냐"

현행법만 놓고 보면 은행은 단기사채 인수 업무를 할 수 없다. 사채는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금융투자회사와 산업은행만이 인수·매출,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의 주선, 회사채 매매가 가능하다. CP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들이 그냥 자리를 내줄리 없다.

은행권은 "단기사채는 현행 기업어음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하며 단기사채를 인수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단기사채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은행의 사채 인수를 금지하고 있지만 어음과 단기사채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이 특수채 등에 대한 투자매매업 인가를 받은 점 역시 단기사채 인수를 허용할 수 있는 기반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회사들은 곧장 반발했다. 금융투자회사들은 금융투자업과 은행 사이의 업종 분리와 보호를 강조했다. 사채 인수는 금융투자업의 고유 업무이기 때문에 영역 침해를 해서는 안된다고 반대했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결합한 CIB 모델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어 금융투자업까지 은행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한 이유였다. 은행에 단기사채 인수를 허용할 경우 다음 타깃은 회사채 인수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사채 활성화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금융투자업의 고유 영역인 사채 인수를 은행에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은행에게 단기사채 인수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기왕 만든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현재 기업어음 잔액 중 은행을 통해 할인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6월말 기준 기업어음 할인 비중은 증권회사가 53.8%이고 다음으로 종합금융회사가 44.5%, 은행 신탁이 1.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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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충안 "은행 종금계정은 허용"..금융투자업계 "한시적 허용"

은행에 인수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금융투자회사가 단기사채를 인수하고 은행이 투자하는 형태가 나올 수 있다. 이같은 구도를 은행들이 용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업어음 수 업무를 빼앗긴 상황에서 달게 받아들일리 없다.

오히려 돈을 가진 은행이 금융투자회사의 단기사채에 투자하지 않은 방법으로 금융투자회사를 코너로 몰아버릴 수도 있다. 은행 금융회사를 콜시장에서 퇴출시킬 경우 수신기반이 없는 금융투자회사로서는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단기사채를 발행하거나 환매조건부증권(RP) 거래를 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현실적인 이유와 제도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경제적 실질과 법적 성격을 모두 살리는 절충안으로 종금업 라이센스를 가진 은행은 단기사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식 모델과 국내 현실을 반영한 안이다. 종금업 라이선스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이 가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사채는 사채라는 형태지만 어음과 같은 편리성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은행 종금계정에서도 단기사채 인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도 "CP 시장의 구조를 바꾸자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종금업을 허가받은 은행은 단기사채 인수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마저도 못마땅한 눈치다. 은행 종금계정에 단기사채 인수를 허용하더라도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과 금융투자업자간의 영역 다툼으로 단기사채 도입이 지연되고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막자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사채 도입이 단기금융시장 전반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고 정부도 단기사채 제도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종금업 면허를 가지고 있는 은행에 대해서는 단기사채 인수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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