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3월 23일 10: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는 금융회사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금융위기의 교훈이다.
이 때문에 해외 금융회사들은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와 최고 리스크관리책임자(CRO)의 조직 내 위상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리스크 관리 기능 강화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CEO들은 리스크 관리 부서가 향후 전략기획이나 인사 부서와 동등한 조직 내 위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감독 당국도 금융회사의 리스크 지배구조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초 리스크와 연계한 성과보상 모범규준을 마련했고, 이달 초에는 리스크 관리 부서에 대한 독립적 성과보상 방안을 만들도록 했다.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CRO의 위상 강화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이상한 일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메릴린치는 CDO의 위험성을 경고한 CRO를 CEO가 해고했다.
반면, JP모건의 CEO는 모기지 연체율 증가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CRO
의 조언을 받아들여 CDO 시장에서 철수했다.
CRO가 CEO를 적절히 견제해야만 리스크 관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
을 보여주는 사례다. 동시에 CEO는 마음만 먹으면 CRO를 해임할 수 있다는 위치에 있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5년 간 국내 은행 CEO의 평균재임기간은 42개월이지만, CRO의 임기는 18개월에 불과하다.
시중은행의 리스크 관리 정책을 수립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에 CRO가 구성원으로 참가하는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리스크 관리의 성패가 회사의 생존을 결정한다면, CRO는 CEO와 마찬가지로 주주에게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독립적인 CEO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CRO가 주주와 회사에 책임질 수 있는 등기임원이 돼야만 성공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CRO의 독립성 확보는 리스크 관리 강화의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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