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4월 19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BIS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부채로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 대주주가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주문하고 나섰다.
시장참여자들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지지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대다수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개인이어서 실제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여력이 높지 않다는 것. 가뜩이나 영업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안팎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이 같은 조치가 저축은행의 자본확충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는 의견이다.
◇ 쏟아지는 저축은행 후순위채는 BIS비율 제고용
지난 3월 중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발행이 러시를 이뤘다. 주로 리테일시장을 통해서다.
경기솔로몬상호저축은행(200억원), 솔로몬상호저축은행(450억원), 부산솔로몬상호저축은행(100억원), 한국상호저축은행(276억7500만원) 등이 8.10% 금리를 제시하고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소나기였나 싶더니 이달 중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발행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제일상호저축은행은 16일 240억원 가량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현대스위스2저축은행은 각각 200억원, W저축은행은 15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23일에 발행하기로 하고 청약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토마토저축은행도 다음달 수백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6월말 결산일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저축은행의 PF대출 부실화가 이슈가 되면서 감독당국은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제고에 대해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주주 유상증자 주문하는 금감원, 실효성은?
그러나 앞으로 대부분 저축은행은 후순위채 발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려면 대주주가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동시에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후순위채라는 부채를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만기 5년 이상의 후순위채는 보완자본(Tier2)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만기가 돌아오면 상환부담을 지게 된다.
문제는 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저축은행이 몇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이 충분한 대주주가 없는 저축은행은 후순위채 발행도 할 수 없다. 금감원 지침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A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데 단기적으로는 해결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본확충이 아니기 때문에 금감원의 입장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증자를 할 수 있는 대주주가 있는 저축은행이 많지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인 한국투자상호저축은행이나 리딩투자증권 계열사인 W저축은행 외에는 대부분 개인이 대주주로 있기 때문에 증자 여력이 크지 않아 앞으로 후순위채 발행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순위채 발행과 함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솔로몬 계열 3개 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 현대스위스 계열 2개 저축은행, W저축은행 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
금감원의 의도가 큰 무리없이 현실되려면 저축은행들이 처한 환경 자체가 개선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이 문제다.
B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부동산 PF를 줄이라는 지시도 100% 맞는 얘기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개인신용대출과 가계대출 쪽이 늘어나는 등 다른 영역이 살아줘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의 영업환경은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규제 수준이 지나쳐 후순위채 발행 자체가 위축되면 저축은행의 자본 확충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대주주의 지원여력이 국내 신용평가의 중요 평가요소이기 때문에 대주주 지원여력이 떨어지는 저축은행은 앞으로 신용평가 상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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