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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주채권은행 교체 가능할까 은행 협의 통하면 가능..외환銀 여신회수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문병선 기자공개 2010-05-19 15:09:58

이 기사는 2010년 05월 19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 교체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구조조정에 반발해 주채권은행을 교체한 전례가 없어 성사 여부 자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주채권은행 교체는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 제51조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을 결정할 때에는 여신규모와 추이 및 금융기관별 담보취득액의 규모 등에 따라 협의에 의해 결정한다고 돼 있다. 만일 협의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 때는 금융감독원장이 최종 조정해 결정한다.

감독당국이나 은행권 그리고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들 역시 형식적으로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시행세칙에 따라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고, 대기업 한 임원은 "기업의 요청과 은행 협의를 통해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주채권은행이 바뀐 전례가 있다.

2004년 한진그룹과 동양그룹은 우리은행에서 산업은행으로, 금호그룹은 조흥은행에서 산업은행으로 주채권은행을 교체했다. 최대 채권자가 바뀌자 주채권은행과 최대 채권은행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최대 채권자로 주채권은행을 바꿔달라고 스스로 요청했고 은행간 협의와 감독당국의 조정을 통해 변경했다.

문제는 이번 현대그룹의 반발은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엔 기업이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교체를 요구했었다. '동일한 좌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현대그룹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에 큰 불만을 품고 있고 외환은행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목표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을 교체하고 싶어도 은행과 협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형식적으로 가능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일단 경쟁 은행이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이 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북한 사업 등 정치 문제가 얽혀 있어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재는 게 편 아니겠느냐"며 "바뀐 주채권은행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할 것이고 현대그룹의 반발을 우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의 여신 회수 가능성도 현대그룹으로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3월말 기준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외환은행에서 빌린 자금은 624억 정도다. 계열 합산 최대 1500억원이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산업은행의 경우 현대상선에 대한 장기 시설자금 대출만 1790억원에 이르는 등 외환은행 익스포저보다 많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는 양측의 채무 관계는 복잡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선박 담보 대출이나 신용장 개설과 같은 업무와 직결된 관계 등이 있다.

시중은행 한 RM은 "외환은행의 압박 카드는 여러개 있을 것"이라며 "아마 현대그룹이 모든 관계를 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했다. 현대그룹측은 이에 대해 "외환은행 채무를 모두 상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외환은행의 압박을 예상해 먼저 빚을 갚아버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타은행의 신규 여신에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 다른 RM은 "아마 현대그룹의 차입선이 줄어들 것"이라며 "어느 금융기관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에 반발한 기업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겠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현대그룹은 형식적으로 주채권은행 교체가 가능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재무구조개선 대상 기업이 약정 체결에 반발해 은행권 구조조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감독당국의 개입을 낳을 수 있다. 이 문제도 풀어내야 할 숙제다. 과연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 교체를 현실화할 지 공언으로 끝날 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주채권은행 제도란 여신거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대기업 집단에 대해 대표은행을 지정해 경영감시와 금융지원 등을 총괄하도록 1998년 4월 도입된 제도다. 기업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10여년 이상 은행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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