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의 어음 같은 상환우선주 정체성 논란 재연...증권업계 "실질적으로 단기차입금의 차환"
이 기사는 2010년 05월 31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건설의 어음같은 상환우선주가 재무분석가들 사이에서 안줏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상환우선주를 발행한 후 장부상회사(SPC)를 통해 유동화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늘면서 상환우선주의 정체성 논란이 불거졌는데, 롯데건설이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환우선주는 상환을 하기로 전제하고 발행한 우선주. 배당 등에서 보통주보다 우선하는 권리를 갖지만 반드시 이익으로 소각해야 한다. 실적이 나쁘면 배당을 못받는다는 점에서 주식과 비슷하지만 만기가 있는데다 사실상 배당이 아닌 이자를 받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에 경제적 실질로 보면 부채에 가깝다.
따라서 국제회계기준(IFRS)가 도입되면 상환우선주는 부채로 분류되고 지급된 배당은 이자로 봐서 영업외비용으로 인정된다. 정체성 논란에 종지부가 찍히는 셈이다.
◇ 3천억 상환우선주 중 절반 만기 1년 연장
롯데건설의 상환우선주는 부채로서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례로 꼽힌다. 특히 만기가 매우 짧아 회사의 상환능력을 향상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유동성위험을 키우는 경우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1월 26일30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를 발행했다. 당시 시장에는 비슷한 규모의 회사채 발행설이 돌기도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환우선주였다.
회사는 상환우선주의 발행목적을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상환우선주가 법적으로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롯데건설의 상환우선주는 두고두고 이자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그런 자본이 아니라 6개월(1500억원)이나 1년(1500억원) 후 갚아야 할 단기(?) 상환우선주였다. 발행한 우선주의 절반은 5월26일 상환기일이 돌아왔고 롯데건설은 만기를 1년 연장했다.
이를 놓고 회사측은 상환우선주 인수계약의 변경이라고 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단기차입금, 그중에서도 어음의 차환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상환우선주를 인수한 곳은 산토리니 유한회사, 산토리니제2차 유한회사, 티와이알피에스제1차 유한회사 등 장부상 회사(SPC)들이다. 상환우선주를 이 SPC를 통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로 둔갑해 어디론가 팔려갔다. 5월26일 만기연장된 상환우선주는 그 중 산토리니(52만7426주)와 산토리니제2차(105만4852주)가 매입한 것들이다.
ABCP는 명백한 부채로 이자(할인률)가 발생함은 물론이다. SPC가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의 재원은 다름아닌 롯데건설의 상환우선주에 대한 배당금이다.
롯데건설은 SPC와 상환기일과 상환가액의 변경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환우선주 인수계약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상환기일은 2011년 5월26일로 연장됐다. 상환가액은 '주당 발행가액+주당 발행가액*2.85%'에서 '주당 발행가액+주당 발행가액*2.85%+주당 발행가액*5.38%'로 변경됐다. 이자율 수준을 다소 낮춰(약 5.7%에서 5.38%) 차환과 같다.
◇ 상환하기엔 보유현금 부족...만기연장이 현실적 방안
롯데건설이 상환 대신 만기연장을 택한 이유는 현금흐름에 여유를 두기 위해서 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롯데건설은 올해 1분기에 영업활동으로 1122억원 가량 현금을 벌었지만 재무활동으로 1096억원이 순유출됐다. 단기차입금(1760억원)과 유동성장기부채(1000억원)를 갚느라 2767억원 가량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그 탓인지 투자활동에 쓴 순현금은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줄어든 288억원에 그쳤다.
3월말 현재 보유 현금은 2635억여원 정도. 그런데 하반기에 3000억원이 넘는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차환발행하면 되겠지만 혹시라도 금융시장이 경색되거나 금리조건이 맞지 않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현금부족을 겪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게다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1조1871억원, PF 론 8984억원 등 PF대출잔액이 2조원을 넘는다. 롯데라는 대외신인도, 상대적으로 중소 건설사들에 비해 나은 형편을 감안하더라도 우선주를 상환하느라 현금을 소진하기엔 다소 부담스럽다.
증권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수중에 차입금을 상환할 자금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우선주를 상환하자고 외부에서 추가 차입을 하게 되면 롯데건설의 재무구조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회사 측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차입 대신 SPC의 차입금 상환기일을 연장하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 만기연장, 실질적 단기차입금 롤오버 형태
증권업계에서는 상환우선주(정확히는 ABCP)를 매입한 투자자가 롯데그룹의 계열사나 대주주, 또는 롯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본계 은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상환우선주를 계열사나 대주주가 인수하는 일이 자주 있기도 하지만, 롯데건설의 경우는 사모로 발행이 된데다 이를 ABCP로 유동화하고도 만기연장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상환우선주를 발행할 때부터 롯데가 SPC를 설립할 것이란 소문이 꾸준히 돌았던 것도 정황증거로 꼽힌다.
증권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최초 우선주를 발행할 때는 6개월 후에 상환여력이 생길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게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며 "우선주 배당 및 상환 조건을 SPC의 차입조건과 맞춘 단기차입금의 차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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