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 공급 과잉 현실화...당분간 약세 낮은 주가+학습효과 겹쳐 투자자 수요는 줄어
이 기사는 2010년 05월 27일 1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KTB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의 공모 철회를 두고 스팩 공모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순히 시장이 폭락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스팩 공급 과잉으로 인해 당분간 스팩 공모가 약세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보KTB스팩은 수요예측이 끝난 직후인 26일 기업공개(IPO) 공모 일정을 철회했다.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다. 악재가 연달아 터지며 시장이 폭락한 것이 치명타였다.
전문가들은 시장 냉각에 더해 그간 우려해왔던 공급 과잉 이슈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스팩이 시장에 선보인 상황에서 비슷비슷한 스팩들이 다시 한 번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버리는 상황이 됐다는 것.
현재 국내에서 설립 등기를 마친 스팩은 총 18곳에 이른다. 이 중 거래소에 상장을 마친 스팩은 대우 그린코리아 스팩 등 6곳. 아직 10곳 이상의 스팩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공모를 철회한 교보KTB스팩을 제외하고도 메리츠 히든챔피언1호 스팩·대신 그로쓰알파 스팩·한국투자 신성장1호 스팩·하나 그린 스팩·키움 1호 스팩 등 5곳의 스팩이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앞둔 상태다. 이들의 예상 공모액은 총 1400억원으로 선발 스팩 4곳의 공모금액 1565억원과 맞먹는다.
공급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지만 수요는 예전 같지 않다. 유럽 금융 위기로 인해 투자자 풀이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 10~11일 공모 청약을 실시한 신한 1호 스팩에는 고작 477억원의 청약이 들어왔다. 스팩 초기 주가 이상 급등 현상이 잦아들며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한때 하루 1000만주 이상 거래되던 대우 그린코리아 스팩 주식의 최근 하루 거래량은 10만~20만주 내외다. 전성기의 1~2% 수준이다.
한 증권사 스팩 관계자는 "요즘엔 스팩에 대한 투자자 문의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제 더 이상 '돈이 안 된다'라는 판단이 들자 시큰둥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모가를 밑도는 스팩이 등장한 것도 공모를 앞두고 있는 스팩에겐 악재다. 공모가를 밑도는 스팩만 장에서 매입하더라도 무위험 차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팩은 공모 금액 95% 이상 예치 규정 때문에 원금 보장이 가능한데다 주가도 공모가를 향해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27일 종가 기준 동양 밸류오션 스팩(9540원, 공모가 1만원)·신한 1호 스팩(4570원, 공모가 5000원)·우리 1호 스팩(9430원, 공모가 1만원)등 3곳이 아직 공모가 아래서 주가가 형성돼 있다. 지금 이 스팩의 주식을 사둔다면 공모가 회복시 손쉽게 5~10%의 수익이 가능하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져는 "스팩 주식을 편입할거라면 상장 이후 주가를 장담할 수 없는 공모 스팩 보단 이미 상장된 스팩 중 주가가 어느정도 빠져있는 종목을 고르는 것이 낫다"며 "당분간 스팩 공모엔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결국 주식 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 해도 이후 공모를 진행할 스팩 중 일부는 교보KTB스팩 같은 실패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팩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많은 새 스팩이 공모에 나서고 있다"며 "스팩 제도가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선 선발 스팩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후에 후발 스팩이 뒤따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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